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014년 11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04회 경총포럼-한국경제 긴급진단'에서 김영배 경총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지난 2014년 11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04회 경총포럼-한국경제 긴급진단'에서 김영배 경총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강성 노동 운동으로 인해 대기업 임금 인상이 급격히 이뤄졌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아닌 재계단체 수장의 말이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최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 움직임을 강하게 견제하고 나섰다. 비정규직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문제로 봐야 한다면서, 대기업 임금 안정화가 먼저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여러 자료와 통계를 비교하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김 부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포럼에 참석해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추진 이후 서울대 비학생 조교와 간호조무사, 집배원, 학교급식보조원 등 사회 각계에서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협력업체 비정규직 문제?... 서울대 조교와 집배원 모두 직접 고용

그는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이들이 비정규직이 아니라 엄연한 협력업체 비정규직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주력 사업이 아닌 업무는 전문업체에 아웃소싱(외주)을 주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일단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직원들이 모두 협력업체 소속은 아니다. 서울대 비학생 조교는 1년 단위로 서울대와 직접 계약을 맺는다. 임용권자도 엄연히 서울대 총장이다. 집배원들도 우정사업본부와 직접 계약을 체결한 무기계약직이다. 협력업체 직원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들이 모두 주력사업이 아닌 업무를 맡는 것도 아니다. 우정사업본부 계약직 집배원들과 택배원 등 8000여 명은 정규직 직원과 비슷한 업무를 수행한다. 그리고 우정사업본부의 집신 배달 업무는 '핵심' 중의 핵심 업무다.

김은규 우정노조 조사국장은 "현재 우정노조사업본부 소속 집배원과 택배원 8000여 명은 모두 본부 쪽과 계약을 맺고 있고, 정규직 직원과 비교해 업무 강도나 난이도도 큰 차이 없다"라면서 "공무원 신분인 정규직 집배원과 업무 차이가 크지 않으니 이들을 정규직화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정규직 과도한 임금 상승? 1000인 이상 사업장 임금상승률 오히려 낮아

김 부회장은 지난 대선 때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비슷한 발언을 이어갔다. 김 부회장은  "대기업 강성노동 운동으로 인해,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과도한 임금 상승을 초래했다"라고 짚었다.

여과 없이 받아들이기는 무리다. 실제로 노조가 있는 현대건설은 지난 2015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임금을 동결했다. 지난해에는 노조 쪽에서 먼저 '임금 동결'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의 경우 노사가 지난해와 올해 합의한 연봉 인상률은 불과 1%대였다. 대기업 노조라고 모두 '강성'이라고 보긴 어렵다.

김 부회장은 대기업 노조를 '강성'이라고 규정하면서도 "치열하게 싸울 때가 아니라 노사정 모두가 일자리 증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 노조를 '강성'으로 규정하면서 싸우지 말자는 건 어떤 의도로 봐야 할지 의문이 남는다.

연도별 협약임금인상률
 연도별 협약임금인상률
ⓒ 고용노동부

관련사진보기


전체 임금인상 통계를 봐도 '급격한 임금인상'은 없었다. 고용노동부 임금결정현황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국내 기업들의 협약임금인상률은 3.3%다. 그런데 1000인 이상 사업장의 협약임금인상률은 2.8%로 평균보다 낮았다.

1000인 이상 사업장의 협약임금인상률은 지난 2012년부터 줄곧 평균보다 낮았다. 1000인 이상 사업장의 협약임금인상률은 2012년 4.6%(전체 4.7%), 2013년 2.7%(3.5%), 2014년 3.2%(4.1%), 2015년 3.1%(3.7%)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대규모 사업체 임금상승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016년 임금동향 및 2017년 임금전망' 보고서에서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의 임금상승률은 상승폭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라면서 "상용직의 정액급여(기본급+통상수당)증가폭이 둔화되면서, 대규모 사업체의 임금 상승폭을 제약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확정하기 어려운 전제로 그는 임금격차 심화를 막기 위해 대기업 정규직 임금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대기업 정규직의 과도한 임금인상이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기업규모·고용형태에 따른 임금격차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격차, 차이 많지만, 심화된 것도 아냐

기업 규모에 따라 임금 격차가 심화된다는 것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를 보면 지난 2015년 300인 이상 사업장(501만7000원) 평균 임금과 100~299인 사업장 평균임금(348만7000원) 격차는 153만원이었다.

지난해에는 이 격차가 줄어든다. 지난해 300인 이상 사업장의 평균 임금은 513만1000원, 100~299인 사업장은 366만8000원으로 임금 격차는 146만3000원이었다. 전년보다 6만7000원 감소했다.

30~99인 사업장과 비교해도 임금 격차는 2015년 166만9000원, 2016년 166만6000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대기업 근로자와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 격차가 절대적인 격차가 크긴 하지만, 임금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고 단정 짓긴 어렵다.

다만 최저임금 근로자와 초고소득 근로자간 임금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맞다. OECD가 집계한 임금 10분위 배율을 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4.63, 2013년 4.7, 2014년에는 4.79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임금 10분위 배율이란 하위 10% 수준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 소득과 상위 10%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 소득 격차를 나타낸 것이다. 이 배율이 크면 클수록 임금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하위 10% 근로자보다 상위 10% 근로자가 5배가량 많은 임금을 받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2014년 기준 임금 10분위 배율에서 한국은 OECD 국가 34개국 중 32위에 그쳤다.

이런 구조를 해결하려면,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을 높여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대기업 정규직 임금을 깎아서 해결될 게 아니란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노동소득분배율과 경제적 불평등' 보고서를 통해 "소득불평등이 완화되고 국내 총수요가 늘어나는 경로는 하위 임금계층의 임금 몫이 늘어나는 길뿐"이라면서 "소득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임금 하위 70% 집단의 분배 몫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태그:#비정규직, #한국경총
댓글2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