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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촌미술관은 찾은 관람객이 손에 음료를 든 채 그림을 감상하고 있다. 음료를 자연스럽게 들고 다니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게 남촌미술관의 장점이다.
 남촌미술관은 찾은 관람객이 손에 음료를 든 채 그림을 감상하고 있다. 음료를 자연스럽게 들고 다니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게 남촌미술관의 장점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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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반입 금지. 전시관이나 미술관 입구에서 으레 만나는 문구다. 음료나 아이스크림 같은 것을 들고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경고다. 혹여 음식물을 들고 있다면, 다 먹은 다음에 들어가야 한다. 그게 예의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음료를 들고 들어갈 수 있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돌아다니며 구경할 수도 있다. 아예 차분히 앉아서 먹고 마시며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탁자와 의자까지 놔뒀다.

'대나무 고을' 전라남도 담양에 있는 '남촌미술관·카페'가 그곳이다. 지난 4월 문을 연 미술관 카페는 1층이 카페, 2층은 미술관으로 이뤄져 있다. 컨테이너 상자를 연결하고 포개서 꾸민 미술관 별관도 있다.

담양에 들어선 남촌미술관카페. 미술관 앞에는 따스한 햇살에 여물어가는 우리밀밭이 펼쳐진다.
 담양에 들어선 남촌미술관카페. 미술관 앞에는 따스한 햇살에 여물어가는 우리밀밭이 펼쳐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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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골' 담양에 있는 남촌미술관카페. 삼성전자에서 퇴직한 이성태 씨가 만든 미술관이다.
 '대나무골' 담양에 있는 남촌미술관카페. 삼성전자에서 퇴직한 이성태 씨가 만든 미술관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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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은 물론 카페도 미술작품으로 장식돼 있다. 카페 미술관이다. 미술관(별관)에서도, 카페에서 바깥 풍경이 고스란히 보이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건물과 건물의 벽면까지 캔버스처럼 꾸며 더 아름답다.

미술관에는 개관 기념전으로 주인장 화백의 유화작품 130여 점이 걸려 있다. 크기도 소품에서 대작까지 다양하다. 미술관 밖은 우리밀이 여물고 있는 밀밭이다. 그 너머로 연둣빛을 잔뜩 머금은 담양의 명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이 보인다.

이성태 화백의 작품 '영산강을 거닐다'. 이 화백의 그림에는 등대나 자전거, 여인이 늘 등장한다.
 이성태 화백의 작품 '영산강을 거닐다'. 이 화백의 그림에는 등대나 자전거, 여인이 늘 등장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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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화백의 작품 '남해 바닷가의 추억'. 이 화백은 지천에 넘실대는 그리움을 서정적인 눈으로, 따뜻한 가슴으로 화폭에 담는다.
 이성태 화백의 작품 '남해 바닷가의 추억'. 이 화백은 지천에 넘실대는 그리움을 서정적인 눈으로, 따뜻한 가슴으로 화폭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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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촌미술관·카페의 주인장은 이성태(55) 화백. 아련한 그리움을 시(詩)처럼 그려내는 화가다. 그의 그리움은 파란 하늘에도, 땅위의 나무에도, 바닷가 등대에도 내려앉아 있다. 작품 속에 언제나 등대와 자전거, 여인이 등장한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인 셈이다.

"어머니가 너무 일찍 돌아가셨어요.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컸죠. 그때마다 산에 올라가서 등대를 바라봤어요. 나이 들면서 그림을 그렸죠. 제 나름대로 그리움을 달래는 방법이었어요. 자연스레 등대를 그리게 되더라고요. 마음도 편안해지고요. 자전거는 제 분신이나 마찬가지고요."

이 화백의 말이다. 그의 작품을 보면 그리움이 봄날 나무 위에 내려 앉아 있다. 가을날엔 단풍으로 물들어 떨어지고, 겨울날에는 함박눈으로 내리기도 한다. 그의 눈에 비친 모든 풍경이 그리움으로 채색됐다. 이 화백은 지천에 넘실대는 그리움을 서정적인 눈으로, 따뜻한 가슴으로 화폭에 담는다.

남촌미술관·카페의 주인장 이성태 화백. 이 화백은 아련한 그리움을 시처럼 그려낸다.
 남촌미술관·카페의 주인장 이성태 화백. 이 화백은 아련한 그리움을 시처럼 그려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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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화백의 대작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남촌미술관 카페의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이성태 화백의 대작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남촌미술관 카페의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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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화백은 부산의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때 서울로 올라갔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형편상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기계과를 졸업하고 수원에 있는 삼성전자에 들어갔다. 30년 동안 냉장고 압축기 연구·개발과 품질관리 분야에서 일을 했다. 지난 1997년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의 광주 이전 때 함께 내려왔다.

"그림을 틈틈이, 꾸준히 그렸어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죠. 주말과 휴일은 물론이고, 외국에 출장을 갈 때도 스케치북을 갖고 갔으니까요. 그들의 문화와 삶의 현장을 스케치했어요. 그림은 제 생활의 원동력이었습니다."

이 화백은 눈에 보이는 풍경에다 그만의 독특한 스토리를 입혔다. 나무에도 집을 짓고, 별을 띄웠다. 눈에 보이는 풍경을 다시 구성해 이야기를 담는 식이다. 그의 그림이 흡사 동화 속 풍경 같은 이유다. 이 화백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6차례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그림을 시(詩)처럼 그리고 싶어요. 기쁨과 슬픔도 표현하고요. 손이 아닌, 마음으로 그리는 거죠. 사랑과 소통, 교감이 그만큼 중요하죠. 그림을 그릴 때면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행복하고요."

남촌미술관 별관 전시실. 컨테이너를 포개고 연결해 만들어 놓았다. 전시실에서 바깥 풍경이 내다보이는 게 남다르다.
 남촌미술관 별관 전시실. 컨테이너를 포개고 연결해 만들어 놓았다. 전시실에서 바깥 풍경이 내다보이는 게 남다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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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앞 마당에서 그림을 그리던 이성태 화백. 그는 미술관에 작업실도 따로 두지 않고, 미술관 밖 모든 공간을 작업실로 활용하고 있다.
 미술관 앞 마당에서 그림을 그리던 이성태 화백. 그는 미술관에 작업실도 따로 두지 않고, 미술관 밖 모든 공간을 작업실로 활용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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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카페를 차린 담양은 직장에 다닐 때 그의 주된 스케치 장소였다. 자연과 마을이 잘 어우러진,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좋았다. 지난해 5월 퇴직하자마자 땅을 사고 가을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이 화백은 미술관 건물에도 자신의 생각을 고스란히 담았다. 발품을 팔아 자재를 직접 고르며 비용도 최소화시켰다. 음료를 들고 그림 속으로 들어가게 꾸민 것도 오래 전부터 지녀 온 생각이었다.

작업실도 따로 두지 않았다. 미술관 밖 모든 공간을 작업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염두에 둔 건물 배치였다. 담양의 산과 들을 배경으로 한 미술관이다. 미술관 이름도 마을의 이름 '남촌'을 그대로 붙였다.

남촌미술관카페 전경. 미술관 1층에 자리하고 있는 카페지만, 미술관이라해도 손색이 없는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남촌미술관카페 전경. 미술관 1층에 자리하고 있는 카페지만, 미술관이라해도 손색이 없는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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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촌미술관 별관. 컨테이너를 포개 올리고 연결해서 만들었다. 단순한 미술관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남촌미술관 별관. 컨테이너를 포개 올리고 연결해서 만들었다. 단순한 미술관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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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함께하는 미술관으로 만들려고요. 좋은 작가들을 초대해 소통하고요. 어린이들한테 미술 지도도 할 생각입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 못지않게, 마음을 잘 표현하고 소통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걸 알려주고 싶어요. 미술관·카페를 지역과 어우러지는 지역문화 보급 공간으로도 활용하고요."

금명간 시작할 이 화백의 구상이다. 대숲 맑은 담양으로 날아든 '부산갈매기'의 또 다른 소통방식이기도 하다. 미술관 1층 카페에 걸린 그의 작품 제목처럼, 한 그리움이 또 다른 그리움을 대하듯이.

남촌미술관 2층 전시실의 야외 공간. 미술관에서 남촌마을과 담양의 산하가 한눈에 들어온다. 담양의 자연과 하나 된 미술관이다.
 남촌미술관 2층 전시실의 야외 공간. 미술관에서 남촌마을과 담양의 산하가 한눈에 들어온다. 담양의 자연과 하나 된 미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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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성태, #남촌미술관, #등대로부터의 자유, #남촌미술관카페, #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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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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