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LG 대 삼성 경기. 삼성 선발 장원삼(오른쪽)이 1회말 연속 실점하며 아쉬워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LG 대 삼성 경기. 삼성 선발 장원삼(오른쪽)이 1회말 연속 실점하며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부자는 망해도 삼년을 간다고 했다. 그러나 삼성이 망하면 다르다. 2010년대를 지배하던 삼성 왕조가 만만한 동네북으로 전락하는 데는 2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삼성은 지난 9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17 KBO리그 kt 와의 홈경기에 0-3으로 패했다. kt 선발 피어밴드에게 9회까지 4안타 1사구 11탈삼진으로 꽁꽁 묶이며 올시즌 리그 1호 완봉패의 제물이 됐다. 2015년 넥센에서 데뷔한 피어밴드가 KBO리그에서 완봉승을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은 이로써 주말 kt와의 3연전 스윕패를 포함하여 최근 5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개막 이후 8경기에서 1승 7패에 그친 삼성은 주말 2연승을 달린 SK 와이번스(2승 6패)와 자리를 맞바꾸며 올시즌 첫 단독 최하위로 떨어지는 수모까지 당했다.

삼성의 최근 부진에는 심각한 빈공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삼성은 올 시즌 현재 팀타율(0.238) 7위, 출루율(.299) 8위, 타점(25개) 9위 등 전반적인 공격지표에서 모두 하위권에 그치고 있다. 팀 득점도 경기당 3.38점(총 27점)에 불과하지만 기아와의 4월 1-2일 2경기에서 23점을 몰아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6경기에서는 총 4득점을 뽑아내는 데 그쳤다. 최근 5연패 기간 중 영봉패만 벌써 4번이다. 심지어 지난 7일 kt전(2-3) 1회초 2점을 뽑은 뒤로는 26이닝 연속 무득점에 허덕이고 있다.

그나마 마운드는 나름대로 제몫을 다하고 있다는 게 위안이다. 윤성환(1승 1패, 자책점 1.93), 우규민(자책점 4.05), 패트릭(2패. 자책점 3.09)으로 이어지는 1-3 선발진은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하는 와중에서도 4번의 QS를 합작하며 분전했다. 9일 kt 전에서 임시 선발로 나선 최충연도 5이닝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나쁘지 않은 투구를 펼쳤다. 5연패 기간에도 삼성의 팀 평균자책점은 3.54로 수준급이었다.

 지난 3월 3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17 KBO 리그 기아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전 경기. 2회말 무사 때 삼성 이승엽이 삼진 당하고 있다.

지난 3월 3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17 KBO 리그 기아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전 경기. 2회말 무사 때 삼성 이승엽이 삼진 당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같은 기간 삼성의 팀 타율은 고작 1할8푼9리에 불과했다. 특히 구자욱(.200 1홈런 3타점)-다린 러프(.107 2홈런 4타점)-이승엽(.207 1홈런 4타점)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으로만 국한하면 51타수 4안타 2타점에 그치며 타율이 1할대(7푼8리)에도 못미쳤다. 9일 kt 전에서도 삼성 타자들은  피어밴드에게 6회까지 노안타를 끌려가며 하마터면 퍼펙트게임을 당할 뻔한 수모를 겪었다. 박해민이 좌전안타로 겨우 공격의 물꼬를 트는가 했지만 후속타자들이 잇달아 병살타를 기록하며 찬물을 끼얹었다.

삼성은 최근 몇 년간 최형우(기아), 박석민(NC), 채태인(넥센), 야마이코 나바로 등 간판 타자들이 줄줄이 팀을 떠났다. 하지만 그 빈 자리를 메울 만한 전력보강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은퇴를 앞둔 불혹의 이승엽이 다시 중심타선의 한 자리를 맡아야할만큼 상황이 열악하다. 현재 선수구성상 중심타선에서 딱히 대체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올시즌 삼성의 타선은 벌써부터 창단 이래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외국인 선수 흉작이 올해도 반복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는 것도 불안하다. 삼성은 지난 시즌 웹스터, 벨레스터, 레온, 플란데까지 4명의 외국인 투수가 번갈아가며 부진과 부상에 허덕이며 총 6승밖에 올리지 못했다. 외국인 타자였던 발디리스도 고작 44경기에 나서서 타율 .266. 8홈런 33타점에 그쳤다. 활약은커녕 꾸준하게 경기에 출전도 하지 못하며 사실상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치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올해도 삼성은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던 앤서니 레나도가 허벅지 부상으로 아직까지 KBO리그 데뷔전도 치르지 못한 상태다. 레나도는 빨라도 4월말이나 5월초쯤에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러프는 1할대에 그치는 빈타에 삼진만 팀내에서 가장 많은 11개를 당하며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올시즌 삼성 투타의 핵심 전력을 맡아줘야할 두 선수의 미미한 존재감은 현재 삼성이 최하위에 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연속 정규리그 우승-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를 달성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단 삼성은 2016시즌 창단 첫 9위로 수직 추락하며 왕조의 몰락을 예고했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삼성 왕조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류중일 감독과의 재계약도 포기하며 김한수 신임감독 체제로 새 출발을 선언했지만 오히려 지난해 9위 전력에서 투타의 핵심인 최형우-차우찬마저 빠져나가며 현실은 더 암담해졌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영원한 강자도 약자도 없다. 지난해까지 2년연속 최하위에 그쳤던 프로야구 10구단 kt가 올시즌 삼성을 스윕하며 일약 단독 선두로 올라선 것은 삼성의 극적인 몰락과 대비되며 더욱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삼성 팬들로서는 단순히 일시적인 침체기가 아니라 본격적인 암흑기의 서막이 될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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