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 엔딩 이후로 이렇게 여파가 클 줄 몰랐어요. 엔딩신 하나로 며칠 동안 계속 이야기가 나오고, 포털 사이트에서도 난리가 났더라고요. (웃음)"

<피고인>의 든든한 한 축을 담당했던 배우 김민석은 "재미있는 작품이고 캐릭터라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그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언제나 '재미'. 그렇게 택한 최근 작품이 <태양의 후예> <닥터스> <피고인>다. 연이어 메가 히트를 친 셈. 작품 보는 눈이 유독 밝은 모양이다.

"제가 '재미'를 판단하는 기준은 하나예요. 시놉을 읽다 잠이 오느냐, 안 오느냐. <태양의 후예> <닥터스>는 앉은 자리에서 주신 대본까지 쭉 봤어요. <피고인>은 5회 대본까지 받았는데, 현재와 과거가 뒤죽박죽 섞여 있어 너무 어려웠어요. 근데도 자꾸 집중해서 앞 대본 뒤적거리면서 보게 되더라고요. (웃음)" 

동네 어르신들 반응에 <피고인> 인기 실감

 SBS월화드라마 <피고인>에서 성규 역의 배우 김민석이 28일 오후 서울 성산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BS월화드라마 <피고인>에서 성규 역의 배우 김민석이 28일 오후 서울 성산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김민석이 연기한 <피고인> 성규는 작품 안에서 기복이 큰 인물이다. 첫 등장은 기억을 잃고, 자신이 아내와 딸을 죽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박정우(지성 분)를 위로하는 귀여운 감방 동생이었고, 문제의 6회 엔딩을 기점으로 박정우 아내 살인사건의 용의자이자 박정우의 딸 하연(신린아 분)을 납치한 유괴범, 후반부에는 하연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믿음직스러운 보호자였다.

김민석은 "성규의 이야기가 바뀔 때마다 <피고인> 애청자이신 동네 어르신들이 '죽일 새끼'라고 욕하시다가, '알고보니 착한 놈이었네' '그래도 넌 사람이 됐더라' 하며 위로해주셨다. 요즘은 '아이고 왜 죽었어 불쌍하게' 하시더라"면서 드라마 스토리에 따라 달라지는 반응이 재미있었다며 웃었다.   

<피고인> 성규는 전작에서 보여준 마냥 귀엽고 밝은 역할과는 상반된 캐릭터였다. 결과적으로 반응은 좋았지만, 부담도 됐을 법하다. 김민석은 "나는 항상 밝은 사람이지만, 누구나 어두운 면이 있지 않나. 부담도 됐지만, 내 안의 어두운 부분을 잘 꺼내 쓴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린 하연(신린아 분)을 유괴하고, 그 죄책감에 시달리는 성규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성규가 느낀 죄책감의 크기를 가늠할 수가 없었어요. 고민하다가 대본에 유치원 가방도 많이 나오고 해서, 동네 유치원을 가봤죠. 근처 커피숍에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아이들 하원하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아이들 어머니 아버지가 유치원 입구만 쳐다보다가 아이들 하나하나 데리고 가시는 거예요. 그 모습이 너무 인상 깊었어요.

그러고 집에 가서 제가 기르는 개를 보는데, 예전에 얘 잃어버렸던 경험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때 정말 미칠 뻔했어요. 다 제쳐두고 개만 찾으러 다녔거든요. 개만 잃어버려도 사람이 돌아버리는데, 자식을 잃으면 기분이 어떨까. 그것의 몇 백배 큰 충격이지 않을까. 그제야 성규가 저지른 짓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짓인지 느껴졌죠."

아역 신린아 호흡? "나만 잘 하면 되겠더라"

 SBS월화드라마 <피고인>에서 성규 역의 배우 김민석이 28일 오후 서울 성산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피고인> 성규는 전작에서 보여준 마냥 귀엽고 밝은 역할과는 상반된 캐릭터였다. 결과적으로 반응은 좋았지만, 부담도 됐을 법 하다. ⓒ 이정민


김민석은 자연스럽게 성규 역에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로 신린아 양의 눈빛을 꼽았다. 애처롭고 처연한 린아의 눈빛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성규의 마음에 이입할 수 있었다고. 극 중 성규가 출소하면서부터, 성규는 내내 하연과 둘이 도망다닌다. 린아와 둘이 함께하는 장면도 많았는데, 어린 아이와의 감정 연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고 묻자, "한 커트 찍고 알았다. 나보다 잘하더라"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사실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근데 한 번 해보니까 딱 알겠더라고요. 내가 더 못 하는 구나, 나만 잘하면 되겠다... 하하하. 저는 종일 연습하는데, 린아는 연습도 안 해요. 자꾸 놀자고 하는데, 처음엔 멋모르고 같이 놀았는데 저만 말리더라고요. 그때부터 '린아야 우리 연습하고 놀자'하고 다독였죠."

9살 꼬마숙녀와 뭘 하고 놀았는지 묻자, "할리갈리와 포켓몬고를 했다. 포켓몬 잡겠다고 탄현을 얼마나 뛰어다녔는지 모른다"는 귀여운 답이 돌아왔다. 김민석은 "언제부턴가는 린아 어머니도 제게 린아를 아예 맡기고 차에서 주무시더라"면서 "그만큼 린아도 저를 좋아하고, 저도 린아와 노는 게 즐거웠다는 뜻이다. 제가 먼저 누나(린아 어머니)에게 들어가서 쉬라고 하고 같이 요거트 사먹으러 다니고, 밥 먹고 그랬다"며 웃었다.

가수의 꿈, 미련 없다

 SBS월화드라마 <피고인>에서 성규 역의 배우 김민석이 28일 오후 서울 성산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석은 <슈퍼스타K 3> F4로 얼굴을 알렸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가수의 꿈을 잃지 않았던 그지만 "이젠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고. ⓒ 이정민


앳되고 귀여운 외모와 달리, 벌써 28살이다. 비록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고 탈락했지만 <슈퍼스타K> 시즌3에 출연해 'F4'로 주목받았다. 이후 가수 데뷔를 준비하기도 했지만, 우연찮게 참여한 <닥치고 꽃미남 밴드> 오디션에서 합격한 뒤로는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못다 이룬 가수의 꿈에 대한 미련은 없는지 묻자, "없다"는 단호한 답이 돌아왔다.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만약 드라마에서 OST를 부른다든지, 하는 기회가 온다면 흔쾌히 할 수 있을 것 같지만요."

<슈퍼스타K> 방송 당시, 아픈 할머니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가수의 꿈을 잃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만큼 간절했던 꿈인데 어떻게 미련이 하나도 남지 않을 수가 있을까? 의아하다는 반응에 김민석은 "착각했던 것 같다"며 말을 이었다.

"노래 부르면서 계속 한계에 부딪치는 느낌이었어요. 괴롭고 힘들었어요. 그러다 <닥치고 꽃미남 밴드> 오디션을 보게 됐는데, 부산 촌놈이라 그게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인 줄 몰랐어요. 근데 붙었죠. 말도 안 되는 대운이 제 인생에 들어왔던 거예요. 그 후로 2~3년 동안 되는 일이 없었어요. 작품도 잘 안 되고... 하지만 첫 현장에서 감독님께 들었던 '오케이' 사인을 잊을 수가 없더라고요."

가수에서 배우로 꿈을 바꾼 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김민석은 포기하지 않았다. "원래도 못 살았는데, 더 못 살면 어때!" 싶은 마음으로 버티고 있을 때, 손을 내밀어 준 건 <닥치고 꽃미남 밴드>로 친구가 된 인피니트 엘이었다. 소속사도 없이 혼자 오디션을 보고 다니는 그에게 자신의 소속사 사장님을 소개시켜줬고, 그게 인연이 돼 울림엔터테인먼트 소속이 됐다. 아이돌만 있는 기획사에, 유일하게 소속된 연기자인 이유다.

새 소속사 사장은 "큰 드라마 오디션 실컷 보고 다니라"고 했고, 인피니트 멤버들과 함께한 <하이스쿨 러브온>을 시작으로, <후아유-학교2015> <상상고양이>, 그리고 대망의 <태양의 후예>까지 출연하게 됐다. 그 이후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태양의 후예> 전까지는 할머니가 전화하시면 늘 피했어요. 여기 있지 왜 서울에 가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고생을 하냐고 걱정을 하시는데, 할 말이 없으니까... 지금은요? 너무 좋아하시죠. (웃음)"

효자 이미지 불편... "효자 되려고 노력할 뿐"

 SBS월화드라마 <피고인>에서 성규 역의 배우 김민석이 28일 오후 서울 성산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민석은 방송을 통해 '효자'로 포장된 자기 이미지에 대해 "전 효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지, 효자는 아니었다"며 손사레를 쳤다. ⓒ 이정민


김민석은 최근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어머니는 나를 낳고 떠나셨고, 아버지는 일 때문에 멀리 계셨다. 태어나 보니 내 곁엔 할머니 밖에 없었다"고 고백하며, "할머니가 재혼도 포기하고 나를 키운 것"이라고 말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방송을 통해 '효자'로 포장된 자기 이미지에 대해 "전 효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지, 효자는 아니었다"며 손사래를 쳤다.

"전 그냥 똑같은 사람이에요. 술 잘 먹고, 친구들이랑 있을 땐 욕도 하고, 학창 시절엔 말도 안 들었어요. 방송을 통해 보여지는 좋은 모습만 보고, 저를 착하고, 순수하게만 보는 시선이 불편해요."

하지만 부산에 홀로 남아계시는 할머니를 이야기하며 "요즘 내 가장 큰 고민은 연기나 일적인 것보다, '어떻게 하면 할머니를 편안하게 모실 수 있을까'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그에게서, 할머니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저는 원래 자유로운 사람이에요. <태양의 후예> 전까지는 정말 마음대로 살았거든요. 전 아직 제가 연예인 같지 않은데, 사람들의 관심이나 시선을 받는 게 어색했어요. 조금 혼란스럽기는 한데, 제 스스로 정의 내린 건, 연예뉴스에서 받는 관심은 받아들이자. 하지만 사회면에는 나오지 말자, 였어요."

지난 루머라 묻지 않으려 했지만, 그의 답변에 조심스레 "나름의 선을 잘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은데, 지난 번 불미스러운 루머에 휩싸였을 때 더 당황했을 것 같다"고 물었다. 그는 "몸캠이요?"라며 당시 심경을 전했다.

호된 유명세, 김민석다운 대처

 SBS월화드라마 <피고인>에서 성규 역의 배우 김민석이 28일 오후 서울 성산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명인이 된 지 얼마 않아 호되게 치른 유명세. 하지만 그는 연기에 대한 열정 하나로, 단단하게 이겨냈다. ⓒ 이정민


김민석은 당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지인들에게 자꾸 연락이 온다. 이상한 거 찍은 적 있냐고. 나도 고소란 걸 해야 되나.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소문은 대체 누가 만들어 내는 건지. 정말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구나"라는 글을 올리며 루머를 정면으로 반박한 바 있다. 

"처음엔 내가 유명해지긴 했나보다 싶었어요. 웬만하면 좋은 일로 유명해지지 그게 뭔가 싶어서 기분이 나빴지만 가만히 있었어요. 근데 할머니한테 전화가 온 거에요. 할머니가 그때 병원에 입원해 계셨는데, 사람들이 진짜냐고 묻더래요. 화가 나서 인스타에 바로 올려버렸죠."

유명인이 된 지 얼마 않아 호되게 유명세를 치른 셈. 하지만 그는 연기에 대한 열정 하나로, 단단하게 이겨냈다. 김민석은 자신이 연기한 작품을 보면서 "내게 이런 얼굴이 있구나", "나는 이럴 때 이런 표정을 짓는구나" 하나씩 발견하면서 새록새록 즐거움을 느끼고 있단다. 나이에 비해 앳된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는지 묻는 질문에도 '김민석다운' 답이 돌아왔다.

"이 얼굴로 맡을 수 있는 역할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거예요. 키가 훤칠하지도 않고, 피지컬이 훌륭하지도 않으니까요. 하지만 그 한계를 하나하나 넘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주인공 욕심은 없는 지 묻자) 짊어질 수 있는 무게라는 게 있잖아요. 운동할 때도 한 번에 킬로수를 확 올리면 못 들어요. 천천히, 조금씩 무게를 올리고 싶어요. 저랑 비슷한 나이에 아직도 고생하고 있는 사람, 저보다 더 열심히 하고도 기회를 못 얻은 사람들 많아요. 제가 지금 이렇게 연기하고 인터뷰하는 게 미안할 정도로요. 저는 제 주제를 알고, 감사할 줄 알고 싶어요. 제가 더 오래 행복하려면 무리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거든요. 그래도...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 들 수 있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 (웃음)"


김민석 피고인 아기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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