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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주요 대선 후보자 팬클럽 배너 갈무리. 위로부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안희정, 국민의당 안철수, 민주당 이재명
 야당의 주요 대선 후보자 팬클럽 배너 갈무리. 위로부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안희정, 국민의당 안철수, 민주당 이재명
ⓒ 신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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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팬덤(특정 인물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시대다. 과거 아이돌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팬덤이 조기 대선을 맞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팬덤 색깔은 후보자별로 가지각색이다. 온라인에서 엄청난 '화력'을 선보이는 팬덤이 있는가 하면 오프라인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 팬덤도 있다.

한국갤럽이 3월 14일~16일 3일간 실시한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를 바탕으로, 지지율 1위에서 4위까지 대선 주자별 팬카페에 들어가 봤다. 문 후보의 '문팬', 안희정 후보의 '아나요(안희정과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나눠요)', 안철수 후보의 '안변희(안철수와 함께하는 변화와 희망), 이재명 후보의 '손가혁(손가락혁명군)'을 대상으로 각 팬덤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살폈다.

① 문재인 '문팬', 오프라인에서도 이어지는 인기

문재인 후보의 팬클럽 '문팬'은 인터넷상에서 결성된 팬카페지만 오프라인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전국 각지와 해외까지 네트워크를 구성한 문팬에선 '번개 후기'를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인천, 울산 등 광역시별 모임뿐만 아니라 서울 송파‧강동, 서울 중랑‧동대문 등 세밀한 지역별 모임도 활발했다. 인터넷 소통에 그치지 않고 팬들끼리 직접 얼굴을 맞대고 문 후보에 대한 애정과 지지를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민주‧진보적 성향을 가진 이들이 몰리는 곳에서 문 후보의 지지층을 늘리고자 노력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문팬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광화문 광장 등에서 '문팬 부스'를 운영한 바 있다. 팬들의 자원봉사로 꾸려진 광화문 광장 문팬 부스는 집회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촛불, 노란 리본을 단 태극기 등을 나눠줬다. 집회 마지막 청와대를 향해 행진할 때는 팬클럽 깃발 아래 모여 움직이는 등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문팬은 오는 27일 시작되는 민주당 권역별 경선 현장에서도 문 후보에게 힘을 보탤 예정이다. 현재 문팬은 '(문 후보가) 경선 1차에서 확실하게 승리할 수 있게 뜨거운 응원이 필요하다'며 응원단 구성에 한창이다. 이들은 현장에서 부스 운영, 이벤트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 중이다. 후드티와 응원 수건을 제작해 팬덤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다만 팬덤 가입이 쉽지 않다는 점은 아쉬웠다. 정회원이 돼야 대부분의 게시글을 볼 수 있는데 정회원이 되는 절차가 까다로웠다. 회원가입을 할 때 적은 휴대전화번호로 '등업 담당 운영자'로부터 문자를 받아 본인인증을 해야 정회원으로 승급할 수 있었다. 전화번호 같은 개인정보 제공에 민감한 이들이라면 가입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② 안희정 '아나요', 10년의 세월이 만든 끈끈한 관계

안희정 후보의 팬덤 '아나요'는 후보자와의 친밀한 관계가 돋보였다. 2007년 문을 연 아나요는 안 후보와 10년간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안 후보가 참여정부 시절 불법 대선자금 수수혐의로 구속돼 만기출소했을 때도 안 후보에 대한 기대감을 놓지 않았다. 아나요 카페지기 '천지기운'은 <the300>과의 인터뷰에서 "안희정이라는 사람이 보배 같은 존재이니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끌어낸 거다"며 후보와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안 후보 또한 팬카페의 '번개' 모임에 참석하기도 하고 이따금 카페에 감사를 표하는 글을 남기는 등 팬클럽 활동에 적극적인 편이다. 지난해 10월 "정말 모처럼 텃밭에 나가 고구마를 캐고 땅콩을 캤습니다. 회원님들과 나눠 먹고 싶은 마음 굴뚝 같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는 등 회원들과 일상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팬카페의 분위기에서도 후보자와의 끈끈한 유대감이 느껴졌다. 말을 부드럽게 하고 네거티브 공격을 지양하는 안 후보의 성격과 비슷한 분위기가 팬덤 내에서도 감지됐다. 문재인 후보 지지자를 깎아내리는 단어인 '문빠'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회원도 거의 없었다.

이들은 '세 과시'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카페지기 천지기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월 17일 "광장은 시민의 것이다. 광장에선 안희정도 안희정 지지자도 같은 시민일 뿐이다"라며 "(안 후보 이름을 내건) 깃발을 내려달라. 광장은 촛불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힘이 난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려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다른 팬덤과 비교했을 때 온라인에서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은 약점으로 비칠 수 있다. 문재인 후보의 문팬, 이재명 후보의 손가혁이 관련 기사에 활발히 댓글을 다는 등 온라인 활동이 많은 데 비해 아나요는 상대적으로 그런 움직임이 적었다. '(안 후보 기사에) 조직적 선플로 기사를 덮어버리자(ID 그**)'는 일부 회원 목소리도 있었지만 공식적인 활동으로 확대되진 않았다.

③ 안철수 '안변희', 다양한 이슈에 대해 정책 제안 

안철수 후보 팬카페 '안변희'에서 활발한 게시판 중 하나는 '안철수에게 바란다'는 이름의 정책 제안 게시판이다. 회원들은 이곳에서 안 후보를 향해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는 등 다소 미흡하다고 느껴졌던 부분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즉 타 팬카페에 비해 정책 제안이 활발한 것이다.

'ID 슬**'은 17일 '유치원에 관한 정책은 따로 발표해야 할 만큼 중요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관련 공약을 제안했다. 원아에 대한 유치원 측의 폭력 행위가 없도록 CCTV 저장일수 확대 등 관련 정책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아동폭력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으나 구체적  계획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자살에 관한 이슈를 선점해달라(ID 가**)'거나 '노인 일자리사업 급료를 현실화해달라(ID 목**)'라는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정책을 내달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김종필 전 총리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ID 아**)' 같이 선거 전략을 제안하는 이들도 있었다.

다만 팬카페 자체의 활동성이 높지 않다는 점은 다른 팬덤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었다. 1만 6000여명 회원 수에 비해 하루 방문 수가 444에 그쳤는데(3월 18일 오후 8시 기준), 약 1만 5700명의 회원을 가진 문팬이 같은 시간대에 16,400이 넘는 하루 방문자 수를 기록하고 8500여 명이 가입한 손가혁이 약 6600명 방문자 수를 올린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떨어지는 수치였다.

④ 이재명 '손가혁', 온라인에서 강세 돋보여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자가 더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게 하려면 온라인 활동이 중요하다. 시간적‧공간적으로 효율적인 데다 파급력도 크기 때문이다. 후보자에 대한 '선플(긍정적인 내용을 담은 댓글)' 달기, 홍보 글 작성 등의 방식이 가장 대표적인 온라인 대응법이다.

'손가락 혁명군'이란 이름에 걸맞게 이재명 후보의 손가혁이 온라인에서 강점을 보였다. 손가혁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지원'이다. 이 후보와 관련한 기사 링크를 걸고 댓글이나 추천 같은 지원을 요청 하는 것이다. 실제로 ID t***은 15일 이 후보와 문 후보 간의 의견충돌에 관한 기사 링크를 올리고 회원들에게 '지원사격'을 독려했다. 해당 기사 댓글은 7,600개를 넘어섰다.

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이 후보와 관련한 논란이나 루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손가혁은 지난해 12월부터 공지사항을 통해 '아고라', '시민광장' 등 커뮤니티에서 이 시장과 관련한 부정적인 글을 보면 댓글로 대응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이 후보의 긍정적인 행적을 게시글로 올리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회원들 또한 '시간 날 때마다 하나씩 가서 하겠다(ID 간**)', '열심히 동참하겠다(ID 음**)'고 화답했다.

그러나 팬덤의 공격적인 어투는 아쉬운 지점이었다. 이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무제한 토론 등을 놓고 각을 세우고 있는 만큼 손가혁은 문 후보 팬덤에 대해 유독 날카로운 말을 사용하곤 했다. '문빠', '문베충', '달레반' 같은 용어가 팬카페에서 자주 등장했다. 카페 운영자 중 일부가 공지사항에서 '문빠'라는 말을 쓰기도 했다. 자칫 팬덤 간 싸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었다.

"이성적이지 못한 팬덤, 정치 발전에 해가 될 수도"

그러나 각 정치인 팬덤에 긍정적인 면모가 있다고 해서 팬덤 문화가 항상 좋은 모습만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팬덤이 확대되고 후보자에 대한 '팬심(후보자에 대한 애정도)'이 커질수록 부정적인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후보자가 무엇을 하든 맹목적으로 따르는 팬덤이 한국 정치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오바마나 트럼프 팬덤은 그들의 정책을 지지하는 반면, 우리나라 정치인 팬덤은 후보자가 어떤 정책을 내놓든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성적이지 못한 태도는 도리어 정치 발전에 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도 "팬덤 문화가 너무 극단적인 양상으로 치달으면 정치문화를 극단과 갈등의 분위기로 몰아가기도 한다"며 "특정 후보자에 대해 맹목적인 지지를 보이면 다른 사람들이 거부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합리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덧붙이는 글 | 신민정, 신지수 기자는 2017년 <오마이뉴스> 수습기자입니다.



태그:#문팬, #아나요, #안변희, #손가혁, #정치 팬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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