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과 네덜란드의 경기. 5-0으로 패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덕아웃을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과 네덜란드의 경기. 5-0으로 패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덕아웃을 빠져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8일 오후 6시 30분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WBC A조 대만과 네덜란드의 경기에서 네덜란드가 대만에 6:5 한점 차 승리를 거두며 2라운드 본선 행을 확정지었다. 대만의 승리로 경우의 수가 필요했으나 네덜란드가 승리하며 대한민국 대표 팀은 2년 연속 1라운드 탈락을 확정지었다.

지난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5:0 패배 후 대표 팀은 언론과 야구 관계자들로부터 충분한 근거와 타당성이 더해진 비판을 받고 있다. 야구 팬들 역시도 목소리를 높여 다양한 의견들을 통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 야구의 미래와 존폐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나쁘게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 탈락은 변화의 과도기 속에서 방황하고 있는 한국 야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긍정적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 야구가 이번 대회 실패를 딛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1. 젊고 유망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이번 대표 팀은 선수 차출 과정에서 잡음이 정말로 많았다. 선수들의 개인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부상 문제도 끊이질 않았다. 뽑혀야 할 선수가 뽑히지 않았다는 점, 1군 한 팀에서 너무 많은 선수들이 뽑혔다는 점 등이 팬들을 뿔나게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비판은 태극마크의 무게감과 세대교체에 관한 의견이었다.

모 네티즌은 대표팀과 네덜란드의 경기가 끝난 후 sns에 이런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대표팀은 지난 2006년 wbc 미국 대표팀을 보는 듯하다. 연봉과 이름 값은 최고지만 부상이 사고가 나면 개인에게 손해가 날까봐 지난 미국 대표팀처럼 경기를 설렁설렁 한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이번 대표팀을 놓고 대부분 팬들 역시도 세대교체와 더불어 투혼과 투지가 부족했다는 의견에 많은 동의를 하고있다. 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의견도 많았다. 그렇다면 고액 연봉자들이 부상에 대한 우려로 태극마크가 부담된다면 혜택이 없는 대회에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면 이 기회를 젊은 선수들에게 양도하는 방법은 어떨까 싶다.

각 팀에서 연령 제한을 두고 퓨처스 리그에서 맹활약하거나 1군에서 유망하다고 생각되는 선수들을 선정하여 대표팀으로 꾸려서 대회를 치러보는 건 어떨까 싶다. 병역 혜택 등이 걸린 대회도 연령 제한을 두고 고액 연봉자나 1군 주전 선수들보다는 각 팀에서 유망하다 생각하는 선수들과 퓨처스 리그에서 유망하다고 생각되는 선수들 위주로 혜택을 넓히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한 타석 한 타석 기회가 절실한 선수들에게 분명히 값진 경험과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wbc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약 31세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 대표 팀의 평균 26세에 비교해보면 매우 많은 수치가 올라갔다. 당시 20대의 나이로 베이징 올림픽에서 활약하던 이용규, 이대호 등의 선수들이 여전히 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으니 당연한 수치이기도 하다. 9년이 흐르는 시간 동안 베이징 세대를 능가하는 젊은 선수들이 나오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리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KBO 리그는 젊은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지 못하면서 평균 연령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이번 2017 KBO 평균 연령은 27.5세로 지난해보다 0.1세 높아졌다. 20대로 활약하던 베이징 세대들이 30대 선수들이 되었고 여전히 그들을 주축으로 리그가 돌아가고 있다. 새로운 얼굴이 많이 보이지 않고 있다.

고액 연봉자들이 더 이상 태극 마크에 의미와 동기부여를 얻지 못한다면 기회를 원하는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와 병역 혜택을 제공하여아 한다. 젊은 선수 육성을 통해 2군 리그 활성화와 리그 고령화 방지, 투혼, 투지, 세대교체 문제를 한번에 잡아야 한다. 또 대표팀을 전문할 젊은 감독을 두어 김인식 감독만 몇년째 고생하는 이런 악순환도 하루 빨리 끊을 필요가 있다.

2. 고액 연봉 문제 해결 방안은?

 지난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과 네덜란드의 경기. 9회초 2사 1루에서 박석민이 삼진 아웃을 당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과 네덜란드의 경기. 9회초 2사 1루에서 박석민이 삼진 아웃을 당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대회 실패를 통해 많은 팬들이 지적하는 문제 중 하나로 고액 연봉에 관한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리그와 선수들의 수준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을 받고 있다. 100억 원을 받는 선수들이 정작 국제 대회에서는 가치를 발휘하지 못한다. 몸값만큼 못한다는 일명 거품론에 관한 이야기가 끊임 없이 나오고있다. 

고액 연봉 문제는 선수들의 욕심 문제로만 볼 수 없다. 기업과 구단은 절대 손해 보는 계산을 하지 않는다. 철저히 이득만을 따져 계산한다. 선수들의 100억 원 대 몸값도 리그 인기와 성적을 따져 구단과 기업이 손익을 철저히 계산한 값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비싸게 계산을 할까?

선수들의 몸값이 급증한 이유는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리그의 인기와 선수에 대한 수요는 한 없이 올라가는데 자원은 한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원이 귀해지면 값은 폭등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 예로 차우찬이 있다. 이번 FA에서 차우찬이 엘지로 이적하면서 성적에 비해 고액을 받았다는 비판은 사실 리그의 상황을 따져보면 쉽게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에 희소성이 발휘했기 때문에 고액을 받을 수 있었다. 리그 내에서 차우찬 만큼의 가치를 발휘하는 투수가 많이 있는가? 시장에 많이 있었다면 차우찬은 지금의 절반의 가격으로 이적 했을지도 모른다.

이는 위에 말한 세대교체 문제와 연결된다. 팬들은 당작 성적을 원하고 에이스를 원한다. 육성은 장기적인 시간을 들여야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구단은 준비해 놓은 젊은 선수들이 부족하다. 감독과 코칭 스태프는 기존의 선수들을 통해 당장 성적을 내고 팀을 꾸려야 할 수밖에 없다. 성적 상승을 위해선 타 팀의 에이스 선수들을 FA로 영입해야 한다. 현재 국내 리그에서 팬들이 원하는 자원의 선수는 한정적이다. 계약이 만료되면 몸값이 폭등할 수밖에 없다.

이를 용병 보유수 제한을 늘리자는 방법도 나오고 있다. 용병이 늘면 리그의 수준은 올라갈 수 있다. 국내 선수들의 몸값은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의존도가 높아지면 경쟁력 역시도 같이 내려 갈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 국내 선수의 자원이 한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용병을 늘리면 용병의 의존도만 높아질 수 있다. 최고의 방법은 국내 선수들의 질과 양을 늘리는 방법이다.

KBO는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야 한다. 아마추어 선수 보호 시스템을 철저하게 만들고 선진 육성 시스템을 도입하여 선수들의 질을 늘리고 양을 늘려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원은 많아지고 거품은 걷어질 수밖에 없다. 더 멀리 내다보며 아마추어 선수 육성에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할 때다. 국내의 우수한 선수들 질과 양이 늘어날 때 용병을 늘려도 늦지 않다.

3. 타고투저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

또 하나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점은 '타고투저' 문제다. 야구에서 3할 타자는 귀중한 자원이지만 KBO 리그는 3할 타자가 40명이 넘는 리그다. 3할에 대한 희귀도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는 좁은 스트라이크 존을 문제로 삼고 있다.  KBO는 매해 시즌 시작 전 스트라이크 존을 넓히겠다며 호언장담 했지만 시즌이 시작되면 스트라이크 존은 여전히 들쑥 날쑥이며 바늘 구멍이었다. 스트라이크 존을 넓혀 투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면 구속은 올라가고 자신감이 쌓여 투수 육성도 수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타자들의 웨이트 등으로 인한 기술적 문제를 투수들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생긴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국내 리그는 류현진과 김광현이 대표하는 리그였다. 하지만 그 후 두 투수를 능가하는 투수들은 여전히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는 대표팀에도 큰 타격이었다. 아마추어부터 투수들에 대한 보호가 절실히 필요하고 투수 육성을 더욱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기존 투수들 역시도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투수력 강화를 통해 그토록 원하던 경기 시간을 줄이는 방법도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4. 지나간 것은 잊고 새 출발을 해야 할 때

대회 전부터 최약체 대표 팀이라며 많은 비난을 받기고 했고 기대감이 없다는 말도 많았다. 하지만 정작 팬들은 지난 06 09 WBC와 베이징 올림픽, 프리미어 12의 여파로 기대치가 상당히 높아졌던 것 같다. 사실 항상 우리는 일본 미국의 뒤를 잇는 제 3의 야구 국가로 많은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그 자부심이 어쩌면 자만심이 되었던 건 아닐까 싶다. 어쩔 수 없다. 이미 진 것은 진 것이다. 실력으로 진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들을 인정하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할 때다. 대표 팀 선수들에게는 더 이상 많은 비난을 하지 않았으면 싶다.

한국 야구는 변화의 과도기에 서있다. 이는 선수나 구단이나 협회나 팬들 모두에 해당된다. 사랑받고 인기를 누리고 있을 때 더욱 겸손해야 한다.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올바른 길로 가지 못하면 인기와 명예는 한 순간에도 무너질 수 있음을 명시해야 한다. 만일 여러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고 올바른 길로 가지 못한다면 한국 야구는 다시 한번 사랑받지 못하는 추운 겨울을 보내게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WBC 실패는 분명히 우리 한국 야구가 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줬다.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더 수준 높고 질좋은 리그로 성장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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