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엘리어트>

<빌리 엘리어트> ⓒ 팝엔터테인먼트


영국 출신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영화 두 편이 18일, 19일에 나란히 재개봉한다. 바로 <빌리 엘리어트>와 <더 리더>인데, 이중 달드리 감독의 데뷔작 <빌리 엘리어트>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영국 북동부 사투리를 쓰고 춤이 특기인 소년' 빌리 역을 구하기 위해 감독은 2000번이 넘는 오디션을 봐야했다. 우리에겐 <설국열차>로 친숙한 제이미 벨이 그 주인공이다. 제작비 300만 파운드가 투여되었는데, 영국에서만 1697만 파운드를 벌어들였고, 북미에선 2199만 달러, 전 세계 약 1억 1천만 달러의 극장수입을 거뒀다. 제작비의 22배에 달하는 극장매출이다.

작품성도 크게 인정받으며, 21회 런던 비평가 협회상에서 5개 부문(애튼보로우상, 감동상, 신인상, 여우주연상, 제작상)을 휩쓸었고, 54회 영국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제이미 벨)과 여우조연상(줄리 월터스)을 수상했다. 특히 제이미 벨의 남우주연상 수상은 역대 최연소 기록이었다.

2005년에는 칸영화제에서 만났던 엘튼 존의 권유로 스티븐 달드리 감독에 의해 뮤지컬로도 만들어지기도 했다. 엘튼 존은 뮤지컬의 음악을 담당했고 감본가 리홀은 작사를 담당하기도 했다. 국내엔 2001년에 개봉하여 당시 서울관객 140,549명을 동원했으며 2012년에 삭제씬과 대체씬이 포함된 블루레이가 발매되었다.

1984년 대처의 광산 구조조정 정책에 반발하여 파업 시위가 한창인 북부 영국의 탄광촌. 얼마 전 엄마를 잃은 11세 소년 빌리(제이미 벨)는 이곳에서 아버지(게리 루이스)와 형, 그리고 치매증세가 있는 할머니와 살고 있다. 광부인 형과 아버지는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걸고 파업에 열성이다. 빌리는 복싱을 배우던 중 우연히 발레교습을 보고 거기에 빠져든다. 그의 재능을 알게 된 동네 발레 강사 윌킨슨 부인(줄리 월터스)에 권유로 빌리는 발레를 배우지만 가족이 강하게 반대한다.

이 영화는 구조개혁을 단행하던 철의 여인 대처의 집권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76년 IMF시대를 맞이했던 영국을 살려낸 대처리즘의 긍정적 작용이 아닌 그 부작용을 조명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영화는 대처리즘이 인간성에 가한 폭력에서 출발한다.

대처가 집권하던 영국은 석탄을 캐는 광부들에게는 힘겨운 시절이었다. 강경 일변도의 노동정책은 수많은 노동자를 좌절시켰다. 단순히 경제적 고통을 넘어선 그들의 정서적 모습은 아내이자 엄마가 없는 삭막한 빌리의 가정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감독은 이런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인간미를 잃지 않기 위한 보통사람들의 이야기와 꿈을 찾아가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도 있지만 발레는 계집애들이나 하는 것이며 가족과 이웃 틈에서 빌리가 발레리노의 꿈을 키우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포기 하지 않고 세상의 억압적인 경계를 넘고자 한다. <빌리 엘리어트>의 스토리는 익숙하면서도 단순함에도 웃음과 감동이 있다. 이야기 전개방식은 익숙하지만 사실주의에 집중하고 있어, 작위적 설정이 없기 때문이다.

 노조의 위협속에서도 아들의 꿈을 위해 출근버스에 오르는 아버지 재키

노조의 위협속에서도 아들의 꿈을 위해 출근버스에 오르는 아버지 재키 ⓒ 팝엔터테인먼트


어른 못지않은 춤 실력과 복잡하고도 미묘한 심리를 표현한 제이미 벨의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큰 감동을 만드는 건 바로 게리 루이스를 통해 완성된 아버지 재키다.

오랜 파업으로 크리스마스 당일에 아내의 유일한 유품인 피아노마저 땔감으로 쓸 정도로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궁핍해 있었다. 자신의 남성성에 반하는 빌리의 행동에 분노하며 빌리를 짓누르던 그였다. 하지만 그는 결국 아버지였다. 아무리 말려도 포기하지 않고 춤을 추는 아들 빌리를 위해 아내의 유품을 팔고, 노조로부터 배신자로 몰리면서 까지도 다시 탄광으로 향한다. 아들의 꿈을 위해 자신의 남성성마저 포기 한 채 말이다. 영화 후반부 아들을 떠나보내던 날 빌리를 끌어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던 재키의 모습은 진한 여운을 남기게 한다.

이 영화를 통해 긴장과 웃음 그리고 감동을 만들어내는 감독은 대조적인 연출로 메시지를 완성시키는데, 꿈을 향해 질주하는 빌리의 발레 장면들은 아름다운 음악 속에 스피드하게 처리하는 한편, 암담하고 숨 막히는 현실 묘사는 거친 핸즈헬드 촬영으로 처리한다. 또한 빌리가 로얄 발레학교에 합격하던 날 광산파업은 종료되고 빌리는 꿈을 위해 런던으로 향하지만,  아버지와 형은 다시 석탄을 캐러 막장으로 향하는 장면이 교차한다.

영화는 이런 대조를 통해서 누군가의 희생 없이 꿈을 꿀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주지시킨다. 당혹스럽게도 주인공 제이미벨이 엔딩크레딧에서 4번째로 소개된다. 제이미 벨과 빌리 역에 경합을 벌인 배우도 단역으로 출연했는데 안타깝게도 본편에서 삭제되는 굴욕을 맛봤다. 11세 소년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음에도 많은 욕설이 담겨, 북미 개봉당시 R등급(청소년 관람불가)판정을 받았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12세 관람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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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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