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갱이'의 에임 핵 시연 영상 갈무리. 게임 <오버워치> 내 핵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유저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눈갱이'의 에임 핵 시연 영상 갈무리. 게임 <오버워치> 내 핵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유저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 Youtube


우리의 공동체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블리자드사의 1인칭 슈팅게임 <오버워치>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는 이제 부연 설명을 붙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필자는 이번 시즌 티어(등급) 배치 경기에서 패망한 후 '심해(게임 실력이 낮은 하급 유저들이 모인 구역)'에 추락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말이다. 물론 그런 필자의 우울함에 오버워치를 통해 얻는 즐거움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그런데 최근 우리의 오버워치 공동체가 심각한 위협을 받으면서 유저들의 이 작은 행복조차 빼앗길 위험이 있다. 정당한 실력이 아닌 편법으로 자신의 조준 능력을 향상하는 에임 핵 프로그램을 쓰는 유저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 유튜브 사용자 '눈쟁이'는 이와 관련해 "저는 핵을 썼습니다"라는 제목의 핵 프로그램 시연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현재 약 67만 건의 조회 수와 3200여 건의 댓글을 기록했다. 물론 그는 원래 핵 유저가 아니다. 다만 사람들이 "쉽게 핵 프로그램을 찾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블리자드가 "심각성을 깨닫고 해결책을 빨리 내놓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고발 영상을 제작했단다. 또한, 자신도 본의 아니게 핵을 사용했으므로 자신의 계정도 신고했음을 밝혔다.


이러한 눈갱이의 살신성인에 누리꾼들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가령 닉네임 '동녘조'는 "이렇게 유저들이 스스로 핵 막아달라고 아이디 버려가며 부탁하는데 아무 조치가 없는 블리자드 정말 심각하다"는 의견을, 닉네임 '오버워치만화'는 "눈쟁이님 제가 사실 그 핵을 씁니다. 이제 절대 안 쓰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며 반성문을 남겼다. 물론 눈쟁이의 영상에 은밀히 비추천을 누르고 가는 이들도 있긴 했다.

눈쟁이는 영상을 통해 핵 프로그램들의 문제점을 소개한 후 다음과 같은 멘트를 남겼다.

"(<오버워치>는) 핵을 켜자마자 (계정이) 정지를 당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핵 유저들을 줄일 수가 없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정지를 시키는 것은 당연한 거고 핵 사용 자체를 줄일 방안들이 커뮤니티 내에 많이 나왔는데 왜 아직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은지 이해가 안 되고요. 저도 다른 게임에서 핵 유저들을 수도 없이 만나서 오버워치로 넘어온 건데 오버워치조차 핵 유저가 많아지면 정말 게임을 하기 싫습니다."

한편 블리자드는 지난 6일 공지를 통해 "저희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핵 프로그램이 유통된다는 사실 또한 인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입니다"라는 원론적인 태도를 내놨다. 또한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거론되는 피드백들도 주의 깊게 경청하며 조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신고가 된 유저들의 계정을 지속적으로 제재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유저들은 여전히 '불충분'하다고 얘기한다.

인간은 불공정함에 분노하게끔 진화했다

 <바른 마음>(조너선 하이트 / 왕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 / 2만9000원)

<바른 마음>(조너선 하이트 / 왕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 / 2만9000원) ⓒ 웅진지식하우스

<리니지> <스타크래프트> <서든 어택> <리그 오브 레전드> 그리고 지금의 <오버워치>까지…. 새 게임이 출시될 때마다 깨알처럼 출현하는 핵 프로그램과 핵 유저(핵쟁이)들은 애증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인기가 없는 게임은 핵 자체가 만들어지지도 않겠지만 설사 만들어져도 사람들이 잘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핵이 만들어졌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그 게임이 흥행에 성공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그러나 핵은 많은 게이머를 화나게 한다.

게임 세계를 불공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게임은 아직 구조적 불평등이 엄연히 존재하고 개개인의 출발선이 다른 현실 세계와는 다르며 또 달라야 한다. 이진법으로 구현된 이상 세계에서나마 현실의 괴로움을 잠시 잊고 또 다른 내가 되어 동료들과 한 판 놀아보며 자기효능감을 경험할 장을 마련해주는 게 게임 본연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캐릭터의 능력치나 지형지물 등의 요소들이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것이 무너졌을 때 게이머들은 흔히 '밸붕(밸런스 붕괴)' 됐다고 말한다. 핵쟁이들은 개발사의 업데이트와 같은 정상적 방법으로 밸런스를 조정하는 게 아니라 임의로 게임 공동체를 '밸붕' 시키는 불청객(무임승차자)이다.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마음>에 따르면 인간의 도덕성은 6가지 차원으로 발달하도록 진화해왔다.

그중 하나가 바로 '공평함'이다. 이 센서는 공동체의 존립을 위협한다고 판단되는 무임승차자들을 감지하고 분노를 발현시켜 응징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핵 유저들을 비토하는 '눈쟁이'와 게이머들 역시 이 센서에 불이 들어온 셈이다. 하이트는 덧붙여 인간의 도덕성은 개인보다 집단의 차원에서 훨씬 강해지도록 진화해왔다고 설명한다. 왜?

쉽게 말해 사람들이 서로 동질감을 나눌 수 있는 공동 활동과 (개인보다는) 팀 사이의 건전한 경쟁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레 공통 감각이 확립된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우리의 도덕성의 기초다. 하이트의 생각이 옳았던 걸까. 평소에 나서서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편이 아닌 2030 세대조차 <오버워치>에서만큼은 공동체를 위협하는 핵 유저들을 혼내주고자 단결하고 콘텐츠를 공유하며 블리자드에 시위하는 지금의 현상은 흥미롭다.

따지고 보면 이러한 현상은 박근혜-최순실(정유라)에 분노했던 촛불 집회 기저에 깔린 정서와도 큰 차이가 없다. 우리는 게임을 통해 진정한 시민이 되어가는 연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면 박근혜처럼 핵 사용자들도 유일한 순기능(?)은 있다.

올해부터 핵 유저 응징할 '게임법'... '정의구현' 성공할까?

 모두가 함께, '공평하게' 즐기는 <오버워치>를 만들 수는 없을까.

모두가 함께, '공평하게' 즐기는 <오버워치>를 만들 수는 없을까.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한편 하이트는 <바른 마음>에서 인간의 도덕성은 문화권마다 다양하게 현실화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도덕성에 6가지 재료가 있다면 이것들을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개성이 다양해진다는 것이다.

인간은 본능적 직관에 먼저 움직이고 합리적 이유는 사후적으로 덧붙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핵은 정확히 왜 나쁜가? 공평하지 않아서? 그럼 공평하지 않은 건 왜 나쁜가? 이것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뜻밖에 간단하지 않다. 현실의 인간의 '바른 마음'은 그것에 비추어 볼 때 그냥 옳지 않은 것 같은 행동에 거부감부터 들도록 진화했다.

여기에 설명을 덧붙이는 건 부차적인 문제다. 그러나 세상을 살다 보면 소수파의 입장에 서는 순간이 있다. 예컨대 한때 세월호 유가족들은 특권층으로 몰려 여론에 고립된 아픔이 있었다.강준만의 <싸가지 없는 진보>식 표현을 빌리면 종종 "자신이 옳다는 도덕적 우월감에 빠져 버릇없이 호통치는 오류를 범"하기 때문이다.

물론 인내심에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너무 미쳐있다 보면 지치는 순간이 존재하며 가끔 현실 도피를 하려고 게임에 접속한다. 그런 게임 세계에서조차 '저 핵 사용자들은 뭔 생각으로 핵을 쓸까?'라는 고민을 하고 싶지는 않다.

요컨대 나 같은 경우에도, 핵 사용자들 때문에 키보드와 마우스를 내동댕이치고 싶을 만큼, 그들의 행위는 도가 지나치다. 지난해 12월 1일 이동섭 의원이 발의한 '게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에 따르면 올 6월부터는 핵을 판매, 제작, 유통하는 인간들은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린단다. '정의 구현'이 이루어지길 '바른 마음'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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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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