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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군 현내면 대진리 대진해수욕장 일대에 모인 갈매기 데
▲ 갈매기 떼 고성군 현내면 대진리 대진해수욕장 일대에 모인 갈매기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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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이 되면 동해안에는 일대 장관이 펼쳐진다. 천수만 등 간척지로 몰려드는 겨울 철새 못지않게 많은 갈매기 떼들이 온통 하늘을 까맣게 덮는다. 수천 마리의 갈매기 떼들이 이렇게 모여 하늘을 까맣게 덮는 것은 이 계절에 산란을 위해 동해안 바닷가로 몰려오는 도루묵 떼 때문이다.

"12월이 되면 동해안은 도루묵 떼가 산란을 하기 위해 몰려옵니다. 얼마나 많은지 통발을 잠시만 바닷물에 담가놓아도 통발이 찢어질 듯 도루묵이 걸려 올라오죠. 심지어는 잠자리채로 바닷가에 나가 한 번만 물속에서 휘저어도 잠자리채가 찢어질 정도로 도루묵이 걸려 올라옵니다. 12월부터 1월 초까지 볼 수 있는 광경이죠."

대진항에 마련한 해상공원. 바다 위로 길을 냈다
▲ 해상공원 대진항에 마련한 해상공원. 바다 위로 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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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위로 난 길을 걷다보면 바다 위에 앉아 쉴 공간이 있다
▲ 해상공원 바다위로 난 길을 걷다보면 바다 위에 앉아 쉴 공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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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대진리를 찾았다. 이곳은 우리나라의 최북단 등대가 있는 곳이다. 최북단 항이라는 대진항을 찾아간 것은 5일 아침. 4일 오후 고성군에 도착해 하루를 묵고 찾아간 대진항 한편에는 바다 위에 길을 내놓은 해상공원이 있어 그곳에 들렸다가 인근 건어물공판장에서 만난 주민에게 들은 말이다. 겨울철에만 볼 수 있는 대진항 인근의 갈매기 떼 모습은 가히 장관이라고 한다.

대진항은 1920년에 소규모 어항으로 축조되었다. 1935년 동해북부선 철도의 개통으로 교통이 원활해지면서 대규모 어항으로 발전하여 1971년 국가어항으로 지정되었다. 2005년에는 어항 정비계획이 수립되어 2009년 완공되었으며 동·서해를 통틀어 우리나라 최북단에 자리한 어항이다.    

대진항에는 최북단 등대인 대진등대와 바닷물 위로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놓은 해상공원이 있다. 해상공원은 관광객들이 바다 위를 걷노라면 아래편에서 치솟는 파도를 볼 수 있도록 조성하였다. 이 길은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걷고 싶어 하는 길로 대진등대, 대진해수욕장과 더불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사람이 다가가도 미동도 없이 앉아있는 갈매기
▲ 갈매기 사람이 다가가도 미동도 없이 앉아있는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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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공원 끝에는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 전망대 해상공원 끝에는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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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해수욕장에 모인 갈매기 떼 장관

바다 위로 조성한 길을 걸어본다, 갈매기 떼들이 교각 난간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그 크기가 엄청나다. 서해안 궁평항이나 강화도에서 만났던 하늘을 날고 있는 갈매기들을 보면서 비둘기보다 두 배 정도 크다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눈앞에 앉아 있는 갈매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

"이 도로를 따라가면 대진해수욕장이 있는데 그쪽으로 가보세요. 지금 도루묵 알이 해변으로 밀려오기 때문에 많은 갈매기 떼들이 그곳에 있을 거예요. 차는 가급적 멀리 놓고 우산이라도 쓰고 가세요. 갈매기들이 날면서 배설물을 쏟아내기 때문에 자칫 곤욕을 치를 수도 있어요. 사진을 찍으려면 해수욕장 끝 언덕에서 찍으시면 돼요."

차를 타고 대진해수욕장 앞으로 가니 갈매기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이 여간 많은 떼가 몰린 것이 아닌 듯하다. 그 작은 도루묵 알을 먹기 위해 이렇게 많은 갈매기들이 모였다고 하니 12월 이곳 고성군 대진해수욕장 인근에서 잡히는 도루묵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지역주민 말로는 그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도루묵이 몰려든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북단 등대라는 대진등대
▲ 대진등대 우리나라 최북단 등대라는 대진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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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척에 놀라 한거번에 날아오른 갈매기 떼
▲ 갈매기 떼 인기척에 놀라 한거번에 날아오른 갈매기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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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자연 그대로 느낄 때가 가장 좋아

요즈음은 철새들로 인한 AI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철새들이 날아드는 곳은 모두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바다조류인 갈매기는 그와는 관계가 없는 것인지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지 않다. 철망 안 백사장을 까맣게 뒤덮고 있는 갈매기들은 무엇을 찾는 것인지 연신 바닷물 속을 부리로 쪼아대고 있다.

"도루묵 알을 잡아먹는 것"이라는 설명을 듣다가 사람을 부르느라 소리를 치니 수천 마리나 되는 갈매기 떼들이 날아오른다. 천수만 일대에서 만났던 철새들의 비상과 같은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 광경이 실로 대단하다. 이 철에만 볼 수 있다는 갈매기 떼의 비상. 금방 백사장 일대가 까맣게 갈매기 떼들로 뒤덮인다.

겨울철이 되면 동해안으로 산란하기 위해 몰려온다는 도루묵을 잡아 말리고 있다
▲ 도루북 겨울철이 되면 동해안으로 산란하기 위해 몰려온다는 도루묵을 잡아 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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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자연 그대로 놓아두라고 했던가? 그 모습을 그대로 보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 도루묵 알을 먹기 위해 몰려든 수많은 갈매기 떼, 한창 도루묵이 연안으로 몰려들 때는 도루묵을 부리로 물고 있는 갈매기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장관을 만나기 위해 달려온 고성의 1박 2일.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다. 대 자연의 위대한 모습 앞에 배설물이고 무엇이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저 이 순간을 마음껏 느끼면 그만이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티스토리 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갈매기, #도루묵, #대진항, #고성군, #대진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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