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어둠을 밝히는 촛불. 촛불의 의미가 남다르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어둠을 밝히는 촛불. 촛불의 의미가 남다르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지난 19일 저녁, 촛불집회에서였다. 촛불 하나하나가 정말 아름다웠다. 어둠을 밝히는 차원을 넘어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촛불이 한데 모여서 표출하는 의미는 배가됐다. 그만큼 촛불의 이미지가 강렬했다. 역동적이었다.

사소한 것이 모이면 큰 힘을 과시하게 된다. 상상을 뛰어넘는 위력을 발휘한다. 여럿이 모여서 내는 목소리는 역사를 바꿔왔다. 거창하게 역사를 언급할 필요도 없다. 그동안의 경험칙으로도 충분하다.

이 촛불과 같은 느낌을 주는 여행지가 있다. 언뜻 거칠고 황량한 것 같지만, 어떤 열망으로 가득 찬 느낌을 주는 곳이다. 전라남도 화순군 도암면에 있는 절집 운주사다. 늦가을의 운치와 어우러져 더 멋스러운 절집이다.

운주사의 석불들. 전각을 박차고 나와 바위 벽에 편안하게 기대 서 있다.
 운주사의 석불들. 전각을 박차고 나와 바위 벽에 편안하게 기대 서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바위 벽에 기대 선 운주사 석불들. 제멋대로 기대 선 석불이 보는 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바위 벽에 기대 선 운주사 석불들. 제멋대로 기대 선 석불이 보는 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운주사의 석탑과 석불의 생김새가 독특하다. 파격적이다. 여럿이 한데 모여 큰 힘 발휘하는 촛불처럼 집단적인 미의식으로 감동까지 안겨준다. 그래서 더욱 편안하다.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곳이다. 여운도 짙게 남는다.

운주사는 소박한 아름다움과 감동이 묻어나 더 아름다운 절집이다. 모든 게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았다. 자유분방하다. 담장도 따로 없다. 그 흔한 부도도 없다. 대웅전도 으리으리한 느낌이 없다.

바위 벽에 기대 선 석불들. 까맣게 변색된 석불은 눈과 비를 더 맞은 탓이다.
 바위 벽에 기대 선 석불들. 까맣게 변색된 석불은 눈과 비를 더 맞은 탓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운주사 잔디밭에 줄지어 선 석불들. 전각을 박차고 나온 석불이 광장으로 모이는 촛불들 같다.
 운주사 잔디밭에 줄지어 선 석불들. 전각을 박차고 나온 석불이 광장으로 모이는 촛불들 같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석탑과 석불도 전각을 박차고 나왔다. 천불산 골골에 편안하게 흩어져 있다. 바위 절벽에 기대 서 있거나 아래에 있다. 산자락 잔디밭과 들판에도 자리하고 있다. 저마다 편한 자세로 서 있거나 앉아 있다. 아예 누워 있기도 하다.

흡사 겨울에 따스한 햇볕을 찾아 나온 가족 같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와 부모형제들처럼 투박하게 생겼다. 그래서 더 정겹다. 표정도 사뭇 다르다. 광장에 모여서 시위를 하는 촛불들처럼 아름답다.

운주사 전경. 산자락 평지에 들어선 절집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11월 25일 오전 풍경이다.
 운주사 전경. 산자락 평지에 들어선 절집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11월 25일 오전 풍경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운주사 석탑. 일정한 형식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아 편안하다. 운주사 석탑과 석불의 특징이다.
 운주사 석탑. 일정한 형식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아 편안하다. 운주사 석탑과 석불의 특징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석탑도 자유분방하기는 매한가지다.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제멋대로다. 호떡이나 항아리 모양의 돌을 쌓아놓은 탑도 있다. 저마다 다듬지 않은 자연석을 그냥 올려놓았다. 제사 때 올리는 떡을 흡사하다고 떡탑, 거지를 닮은 동냥치탑도 있다.

운주사에 남아있는 석탑과 석불은 100여 기에 이른다. 일제 강점기 때까지만 해도 지금보다 2배 이상 됐다는 게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주민들이 뜯어다가 묘석상으로 쓰고, 주춧돌이나 디딤돌로 썼단다. 논둑의 석축돌로 쓰기도 했다고.

운주사 와불. 이 와불이 일어서는 날 민중해방의 용화세상이 열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운주사 와불. 이 와불이 일어서는 날 민중해방의 용화세상이 열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운주사 와불. 잔디밭에 누워있는 부처의 모습에서 편안함이 느껴진다.
 운주사 와불. 잔디밭에 누워있는 부처의 모습에서 편안함이 느껴진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운주사에서 와불도 빼놓을 수 없다. 와불이 일어서는 날,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이야기도 회자되고 있다. 역사적 배경이나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황석영의 소설 '장길산'을 토대로 한 얘기이다. 그럼에도 오래 된 얘기처럼 퍼져 나갔다.

'장길산'은 천불산 골짜기에 천불천탑을 세우고 와불을 일으켜 세우면, 민중해방의 용화세계가 열린다는 운주사의 설화를 가미해 대미를 장식한 소설이다. 와불을 일으켜 세우지 못해 민중해방의 용화세계도 열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또 한 기의 와불. 턱을 괴고 누워있는 듯한 모습에서 편안함이 묻어난다.
 또 한 기의 와불. 턱을 괴고 누워있는 듯한 모습에서 편안함이 묻어난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광장으로 나온 부처님들. 운주사 잔디밭에 모인 석불에서 촛불을 떠올리게 한다.
 광장으로 나온 부처님들. 운주사 잔디밭에 모인 석불에서 촛불을 떠올리게 한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황석영의 탁월한 문학적 상상력이 1980년대 이후 변혁 정서와 버무려지면서 운주사가 미륵신앙의 혁명 성지로 떠올랐다. 실제 1980년 광주민중항쟁 때 겪은 남도사람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기도 했다.

운주사가 언제, 누구에 의해서 조성됐는지 아직껏 밝혀지지 않고 있다. 조성 배경에 대해서도 여전히 불가사의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촛불을 밝히는 요즘 우리 사회 분위기와 어우러져 독특한 아름다움과 느낌을 주는 절집이다.

운주사의 석탑. 제기를 포개놓은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이른바 '떡탑'으로 불린다.
 운주사의 석탑. 제기를 포개놓은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이른바 '떡탑'으로 불린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운주사의 석불. 일반적인 절집에서 보기 드문 모양을 하고 있다. 운주사만의 특징이다.
 운주사의 석불. 일반적인 절집에서 보기 드문 모양을 하고 있다. 운주사만의 특징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태그:#운주사, #촛불, #천불천탑, #와불, #화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