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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인천고용복지센터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인천고용복지센터 고용노동부 인천고용복지센터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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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고용복지센터(아래 센터)가 출산 전후 휴가 급여를 신청한 산모에게 피보험자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규정에 없는 개인정보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고용보험 가입 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개인통화내역을 요구한 것이다.

파문이 커지자 센터는 '무리한 요구였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하지만 산모는 고용보험 가입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잠재적인 부정수급자 대우를 받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또한 센터가 사업주에게 확인하는 등 다른 방법으로 피보험자격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산모에게 개인통화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센터가 그동안 고용보험 자격심사를 위해 일부 가입자에게 개인정보 제출을 요구해온 것까지 확인돼 논란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부정수급자 취급하고, 개인통화내역까지 요구"

올해 5월 취업한 A씨는 지난 10월에 쌍둥이를 출산하고 난 뒤 센터에 출산 전후 휴가 급여를 신청했다. 출산 전후 휴가 급여는 고용노동부가 출산장려정책 일환으로 실시하는 제도로, 휴가기간 산모의 급여 중 일부(나머지는 회사에서 지)를 고용보험에서 지급해 임금 상실 없이 쉴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하지만 센터는 A씨가 고용보험 가입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지급 대상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A씨에게 교통카드 사용내역, 업무 이메일 등의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심지어 사생활과 관련한 개인통화내역까지 제출을 요구했다.

산모가 출산 전후 휴가 급여 신청 시 제출하는 구비서류 목록은 출산전후휴가 급여 신청서, 출산전후휴가 확인서 1부, 통상임금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임금대장, 근로계약서 등) 사본 1부, 휴가기간 사업주로부터 금품을 지급받은 경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등이 전부다.

A씨는 "(센터가) 제가 실제로 근무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먼저 출퇴근 교통수단을 물었다. 전철을 이용했다고 하니 교통카드 사용내역을 보내달라고 했다"면서 "그리고 임금을 받았던 증빙자료를 요구했다. 출산전후휴가 급여 신청 당시 통상임금을 확인할 수 있는 임금대장을 제출했는데도 제 통장사본을 추가로 달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A씨는 또 "주로 전철을 이용했지만 임신 기간 중에 택시를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 차량으로 이동한 적이 있어 어떻게 증빙하느냐고 했더니, 제 통신사가 어디냐고 물었다. 그러고 나서 그 통신사에 가서 제 핸드폰 통화내역을 조회한 뒤, 근무지에서 통화했던 통화기록 내역을 제출하라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A씨는 "쌍둥이를 돌보느라 센터까지 방문하는 것도 힘들어 인터넷으로 겨우 출산전후휴가를 신청했는데, 통신사 직영점을 찾아가 통화내역을 조회해서 보내라는 말에 그만 맥이 풀리고 말았다"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A씨는 통화내역은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것이라, 자신이 몇 달 동안 언제, 어디서, 누구랑 통화했는지를 센터가 요구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센터에 항의하고,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출했다.

A씨는 "출산 전 막달에 몸을 움직이기 어려워 재택근무를 했다. 그래서 이건 근무 여부를 어떻게 증빙하느냐고 센터에 물었더니, 업무를 봤던 이메일을 캡처해 보내달라고 했다"며 "매우 불쾌하고 어이가 없었다. 담당자가 이미 저를 잠재적인 부정수급자로 설정해놓고 거기에 꿰맞추기 위해 서류를 요구하는 듯했다"고 말했다.

센터 "개인통화내역은 개인정보 아니다"

센터는 고용보험 가입기간이 짧거나, 근로자 수가 적거나, 고용보험을 반복해서 받는 등, 허위나 부정으로 수급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고용보험법 108조에 근거해 피보험자 또는 수급자의 자격을 확인하려고 관련 서류를 제출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개인통화내역을 요구한 게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다가 논란이 커지자 "제출 서류에 없는 것을 추가로 요구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개인통화내역은 개인정보가 아니라 별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센터 기업지원과 김수복 팀장은 24일 기자와 통화에서 "(센터가) 추가 요청한 자료는 신청서에 포함이 안 된 자료지만, (급여 신청자가) 입사하고 나서 얼마 안 돼 출산휴가를 신청했기 때문에 실제로 근무했는지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제출서류에 없는 것을 추가로 요구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실제로 근무했는지는 사업주한테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 개인정보 제출 요구 논란에 대해서는 "통화내역은 개인정보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고용노동부 또한 개인통화내역을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피보험자가 제출에 동의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했다.

조선희 인천여성회 회장은 "임신 중 취업한 여성노동자를 근무하지 않는 부정수급자처럼 대하고, 근거도 없는 서류를 요구하는 것은 임신한 여성의 노동에 대한 모욕이다. 고용노동부의 모성보호와 출산장려정책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또 "개인정보가 무척 소중한데 근거도 없이 제출하라고 하고, 고용노동부는 또 동의 안 하면 그만이라고 한다"라며 "제출 근거가 없는데, 개인정보를 제출한 가입자는 정보유출 피해자나 다름없다. 각 센터가 위법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한 데 대한 국회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고용복지센터, #고용노동부, #개인통화내역, #출산전후휴가, #고용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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