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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 대한 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
 자신에 대한 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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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는 662만 4천명(2015년 기준). 전체인구의 13.1%가 노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2017년에는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는 사회)에,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사회)에 진입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노인 인구 비율이 7%∼14%로 늘어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7년. 급속하게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남성에 비해 오래 사는 여성의 수가 많아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연령별 인구 남녀 성 비율은 64세까지는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65세 이후는 여성의 수가 남성의 수보다 많다. 80세가 넘으면 여성의 수가 남성 수 보다 두 배 이상 많다. 90세가 넘으면 3배 이상이 된다. 나이가 들수록 남녀 수의 차이가 더 커진다.

특히 후기 고령 노인의 인구 증가는 노인성질환의 급속한 증가와 치매 유병률의 증가를 초래한다. <치매관리체계 구축과 운영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치매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유병률도 높아진다. 게다가 치매환자 수 또한 증가 추세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조사한 <2012년 치매 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노인 인구가 17.4% 증가하는 동안 치매 노인은 26.8% 증가했다. 또 해마다 치매 환자 수가 꾸준히 늘어 2020년에는 치매 유병률이 10.4%로, 전체 노인 808만명 중 84만명, 2050년에는 전체 노인 1799만명 중 271만명(15.1%)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치매의 실태 및 치매관리사업의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치매 환자는 약 61만 2000여 명으로 남성이 약 17만 6000명, 여성이 약 43만 6000명(71.3%)이다. 치매 유병률로 따지면 여성 노인의 치매 유병률이 11.70%로 남성 노인의 치매 유병률인 6.62% 보다 5.08% 높다.

매년 늘어나는 치매환자 수를 보면 치매노인부양의 문제가 점점 가정은 물론 사회문제로 대두될 거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후기 고령 노인의 많은 수가 여성임을 감안할 때 여성치매환자에 대한 관심과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10월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여성이 치매에 걸리는 이유, 주요 증상과 예방법, 관련 정책 등에 대해 알아봤다.

여성은 우울증, 남성은 질환에서 오는 치매 많아

치매는 시간개념을 잃게 만든다
 치매는 시간개념을 잃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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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치고 싶은 뜻밖의 불청객"이라고 말했다. 노인의날을 맞아 9월 26일 찾아간  둔산주간보호센터에서 만난 차인순 할머니(87, 가명)는 갑자기 찾아온 기억력 감퇴에 대해 불편하고 우울하다고 딸에게 토로했다. 이렇게 치매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갑작스럽고 반갑지 않은 질병이다. 

그는 여성은 잘 가르치지 않았던 일제시대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재원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대신해 동대문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2남2녀를 훌륭하게 키워냈다. 그의 인지능력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2년 전, 큰 아들을 갑자기 잃고 나서다. 정신적으로 심한 충격을 받은 그는 수영장에서 낙상하며 크게 다쳤다. 연달아 공포감을 두 번이나 경험한 그는 바깥출입을 완전히 끊었다. 젊은 시절엔 생활전선에서 노년기에는 운동과 종교 활동을 통해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한 그였다. 모든 대인관계를 끊고, 죽은 큰 아들만 생각하며 우울하게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방금 전에 일어난 일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는 오랜 세월 장사를 한 탓에 기억력이 좋았다. 인지력이나 판단력이 이전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자 우울했다. 한발 더 나아가 흔히 말하는 '노망난 노인'이 될까 두려웠다. 가족들은 집에만 있지 말고 밖에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라고 권했다. 그러나 차 할머니는 밖에 나가지 않았다. 아들이 죽은 사회, 자신도 낙상해 죽을 뻔 한 사회에 나가기가 두려웠다. 함께 사는 큰 딸과 이야기 하며 적적함을 달랬다. 그러나 딸이 직장에 나가 있는 낮 시간동안 외롭고 우울했다. 치매는 조금씩 진행되며 할머니의 심신을 갉아먹었다. 이윽고 누군가 물건을 훔쳐갔다고 생각하는 망상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걱정이 된 가족은 4개월 전 할머니를 모시고 대학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알츠하이머에 따른 치매라고 했다. 다행히 5등급, 치매 초기단계였다.

차 할머니의 사례는 여성이 치매에 걸리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둔산주간보호센터 황미경 사무국장은 "치매는 성별에 따라 발생 원인이 뚜렷한 질병"이라고 말했다. 남성이 알코올이나 혈관질환, 뇌출혈, 중풍 같은 질병 때문에 치매를 겪는다면, 여성은 가족의 죽음, 불화, 고독감, 우울감을 겪다가 인지가 저하되면서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황 국장은 "이런 경우 낙상, 수술처럼 신체에 충격을 주는 일이 생기면 치매 진행 속도가 빨라진다"고 말했다.

초기에 발견하면 호전될 가능성 많아

치매는 초기에 발견해 치료를 하면 증상이 천천히 진행되거나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수 있다. 황 사무국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치매를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병"이라고 생각한다"며 "조기에 병을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받도록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치매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홍보하는 일을 치매 정책의 중요한 과제로 꼽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역사회 거주노인의 인지장애, 치매에 대한 지식 및 태도>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치매가 전체 치매의 50%∼70%를 차지한다. 알츠하이머는 기억장애로 시작해 병이 진행됨에 따라 시공간장애, 언어장애를 비롯한 다발성 인지장애를 일으키는 질병이다. 인지지능저하가 치매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기준이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는 질환 초기에는 경미한 기억력 장애나 지남력 장애(시간, 장소, 환경 따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이 없어짐)의 형태로 나타난다. 정상 노화로 생긴 기억력 감퇴와 구별이 쉽지 않다. 때문에 그냥 놔두었다가 중증도 이상의 심각한 상태에서 병원을 방문해 치매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 

차 할머니는 모범적인 케이스다. 조기에 치매를 발견했고, 가족들이 치료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 치매 약을 먹는다. 병원에서 권한대로 노인장기요양보험 주간보호센터(이하 주간보호센터)에 나가 친구들도 사귀었다. 주간보호센터는 치매에 걸린 환자들에게 급식이나 목욕서비스, 취미, 오락, 운동 같은 여가생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심신 기능을 회복시키는 프로그램이나 일상생활 훈련도 시킨다.

보다 많은 치매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기존 3등급으로 구성된 장기요양등급체계가 2014년 5개 등급으로 확대되면서 할머니 같은 치매 5등급 환자도 서비스 혜택을 받게 됐다. 장기요양등급 5등급인 차 할머니가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는 시간은 하루 8시간∼10시간. 1일 기관 이용료는 3만5990원이다. 이용료의 15%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전액 무료다.

자존감 회복하도록 주위에서 도와야

치매가 진행됨에 따라 일상이 바뀐다
 치매가 진행됨에 따라 일상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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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할머니는 주간보호센터에서 생활하면서 표정이 밝아졌다. 추석을 맞아 할머니를 찾은 손자들이 우리 할머니가 맞냐고 되물을 정도였다. 둔산주간보호센터 황미경 사무국장은 그 이유를 "할머니가 주간보호센터 활동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부강사들이 유난히 부지런하고 솜씨 좋은 차 할머니를 보고 칭찬을 자주 했다. 황 사무국장은 "치매 환자들은 자존감 회복되면 병세가 좋아진다"고 덧붙였다.

나이가 들었다고 외부활동을 끊고 집에서만 생활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사회생활이나 여가생활을 하는 것도 치매예방에 효과적이다.

특히 뇌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고혈압, 당뇨, 비만, 고지혈증 흡연 등 여러 위험인자를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위험인자를 조절하면 여성들이 잘 걸리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예방과 치료에도 큰 도움이 된다.


태그:#치매, #치매노인정책, #장기요양보호, #치매여성노인, #노인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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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밥 대표이자 구술생애사 작가.호주아이오와콜롬바대학 겸임교수, (사)대전여민회 전 이사 전 여성부 위민넷 웹피디. 전 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원. 전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 여성권익상담센터 실장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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