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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부터 가나디안아카데미 학생들이 고베시 산노미야 남쪽 오노하마(小野浜) 공원에서 홈리스(노숙인)들과 더불어 점심을 만들어서 먹었습니다. 오늘 먹거리는 중국 마파두부였습니다. 한 해 네 번 가나디안 아카데미 학생들은 가톨릭 고베중앙교회 신자들과 더불어 고베 시에 있는 홈리스들과 점심을 만들어서 먹습니다.

          가톨릭 고베중앙교회 신자들이 쌀을 씻어서 밥을 안치고, 마파두부를 만들기 위해서 학생들이 두부를 자르고 있습니다.
 가톨릭 고베중앙교회 신자들이 쌀을 씻어서 밥을 안치고, 마파두부를 만들기 위해서 학생들이 두부를 자르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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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디안아카데미 학생들은 홈리스들과 먹거리를 만들어서 먹기 위해서 학교 학생들에게 쌀을 모으고, 학부모회(PTA)에서 필요한 물건이나 돈을 모으기도 합니다. 가끔 식품회사 네슬러나 화장품, 세제 회사 피엔드지 따위에서 협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번 행사를 위해서 학교에서 모아진 쌀은 약 70kg이었습니다.  

이 행사는  가나디안아카데미 학생 가운데 12학년이 중심이 되어 행사를 진행합니다. 정해진 날이 되기 전에 무슨 음식을 만들어서 홈리스들과 먹을 것인지 정하고, 필요한 재료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이날 행사에 참가할 학생을 모집했습니다. 오늘 행사에도 고등부 학생 15명이 참가했습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오전 10시 산노미야 역 앞에 모여서 오노하마 공원까지 걸어서 왔습니다. 그리고 마파두부를 만들기 위해서 두부, 양파, 파, 가지, 피망 따위를 자르며 준비를 했습니다. 평소 요리에 경험이 없는 학생들도 다른 학생의 눈치를 보면서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학생들이 마파두부를 만들고 있는 모습과 다 만들어진 모습입니다.
 학생들이 마파두부를 만들고 있는 모습과 다 만들어진 모습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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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준비를 마치자 학부모님들이 중심이 되어 마파두부를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학생들은 긴 주걱을 이용하여 먹거리를 젓기도 하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밥은 가톨릭 고베중앙교회 신자들이 쌀을 씻어서 가스 솥에 쌀을 안쳤습니다. 솥 하나에 쌀 5kg 씩 솥 세 개에 쌀 15kg을 씻어서 밥을 안쳤습니다. 이렇게 지은 밥은 보통 200명 쯤 먹을 수 있습니다.

두부가 푸성귀를 자르는 일이 많았지만 학생들이 여러 명 같이 하니 금방 끝났습니다. 마파두부는 큰 솥을 덥힌 다음 식용유를 넣고, 잘게 썬 양파나 파를 넣어 볶다가 다진 고기를 넣고 같이 볶았습니다. 이어서 잘게 썬 피망과 가지를 넣어서 익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잘게 썬 두부를 넣고 볶다가 굴 소스 양념과 중국 고추양념을 넣어서 간을 맞추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얼레지가루를 물에 풀어서 넣었습니다.

배식 시간이 다가오자 홈리스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12시 배식이 시작되었습니다. 배식도 가나디안아카데미 학생들이 담당했습니다. 밥그릇에 밥을 담고, 그 위에 마파두부를 얹어서 담았습니다. 밥을 먹을 때는 수저를 사용해서 먹었습니다. 시작한 지 30분도 되지 않아 배식이 모두 끝났습니다.

          학생들이 밥그릇에 밥을 담고, 밥 위에 학생들이 만든 마파두부를 올려놓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밥그릇에 밥을 담고, 밥 위에 학생들이 만든 마파두부를 올려놓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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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먹거리를 준비한 가나디안 아카데미 학생들도 같이 밥 위에 마파두부를 얹어서 밥을 먹었습니다. 자신들이 만든 밥을 자신들이 먹는다는 점에서 모두 뿌듯하고 기쁜 모습이었습니다. 준비한 학생들이 밥을 먹고도 밥이나 마파두부가  남아서 더 먹고 싶은 분들에게 더 나누어 주었습니다.

요즘 어느 나라에서나 홈리스들이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그들을 껴안아 새로운 일과 삶의 희망을 주는 일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일본에서는 최근 홈리스가 1만 명 이하로 줄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체면을 중심하고,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해서 보이지 않을 뿐이지 사실상 일본에 홈리스 수가 밝혀진 것의 두 배가 넘을 것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사회 안에 자신과 다른 처지에 있는 사람도 알 필요가 있습니다. 홈리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들과 밥을 지어서 먹기 위해서 쌀을 모으고, 먹거리를 준비해서 같이 요리해서 먹었습니다. 앞으로 이 학생들이 사회의 주역이 되었을 때는 더 이상 홈리스와 같이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사람들이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홈리스들이 밥을 먹기 위해서 줄을 서 있는 모습과 학생들이 배식을 마치고 밥을 먹고 있습니다.
 홈리스들이 밥을 먹기 위해서 줄을 서 있는 모습과 학생들이 배식을 마치고 밥을 먹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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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누리집> 가나디안 아카데미, http://www.canacad.ac.jp/, 2016.9.24.
일본노동후생성, http://www.mhlw.go.jp/stf/houdou/0000122778.html, 2016.9.24.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홈리스, #마파두부, #가나디안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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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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