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재개봉된 `황비홍`

지난 2015년 재개봉된 `황비홍` ⓒ 이화예술필름


예나 지금이나 추석 연휴는 각종 특집 프로그램이 대거 편성되어 온 가족들이 즐겁게 TV를 시청할 수 있는 기간이다. 추석 연휴 특집들도 시대를 거치면서 다양하게 변모해왔다. 20년전 추석(1996년 9월 27일)을 장식했던 각종 프로그램, 영화들을 통해 그 시절 방송가의 흐름을 되돌아 보자.

홍콩 영화의 전성기... 특선 대작 상당수 점유

"설날/추석 연휴 = 홍콩/성룡 영화" 라는 공식도 이 무렵 절정을 이뤘다.  비록 이 해 성룡 출연작은 <폴리스스토리 2> 단 한편만 방영되었지만 <동방불패>, <황비홍>, <유덕화의 도망자> 등 1990년대 국내 극장가를 주름잡던 홍콩 영화들이 대거 TV를 통해 방영되었다.

이밖에 허관걸의 <최가박당 3>, 홍금보의 <홍콩 투캅스>를 비롯해 인기 TV 드라마 <신 포청천>도 특집 편성되었으니 그야말로 홍콩 작품 전성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만만찮은 할리우드 외화들의 반격

지금처럼 개봉 1년만에 극장 인기 영화가 TV에서 방영되던 시절은 아니었기에 이 무렵 국내 안방극장에선 최소 3-4년 이상된 작품들을 중심으로 추석 연휴 편성되었다.  <붉은 10월><분노의 역류><파 앤 어웨이><저지 드레드><베토벤> 등 1990년대 초반 개봉작들이 이해 추석 특선 영화로 편성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편 당시로선 이례적으로 개봉  2년차 작품인 1994년작 <쇼생크 탈출>이 처음 TV 방영되기도 했다. 이밖에 <E.T> <로보캅 2> <리셀 웨폰> 등 1980년대 인기 영화들도 그해 추석 연휴 시청자들을 찾아갔다.

 1993년작 영화 `투캅스` 포스터

1993년작 영화 `투캅스` 포스터 ⓒ 시네마서비스


미미한 한국 영화 편성 비중

반면 20년전 한국 영화들은 TV에선 큰 힘을 발휘하진 못했다.  지금 만큼의 인기도 없었고, 시장 점유율과는 거리가 멀었던 시기인 탓에 그 무렵 흥행작 숫자가 할리우드, 홍콩 영화에 비해 미미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손톱><구미호><투캅스><젊은 남자> 등 1990년대 초중반 흥행작들이 특선영화로 편성되어 경쟁을 펼쳤다. 당시 인기 배우 박중훈의 흑역사(?)로 손꼽히는 1989년 아동 대상 SF 영화 <바이오맨>이 눈에 띄는 특이작 중 하나였다.

버라이어티 쇼 중심의 특집 프로그램

1996년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소위 파일럿 프로그램들은 찾아볼 수 없던 시절이다.  대부분 기존 프로그램들의 추석 특집 내지 명절 전용 프로그램의 재탕에 가까운 기획이 대부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주한 외국인들을 대거 출연시키는 경연 프로그램(<외국인 추석 큰잔치>), 해외 마술 프로그램(<라스베가스 마술쇼>, <마술 중의 마술>)들이 그 시절 명절 특집 프로그램 답게 각 방송사의 주요 추석 편성의 중심을 차지했다.

<올스타 코미디 대행진><테마게임><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이상 MBC), <코미디 일번지><가족오락관><토요일 전원출발><이문세쇼>(이상 KBS), <코미디 대행진><이홍렬의 음식남녀><기쁜우리 토요일><이주일의 투나잇 쇼>(이상 SBS) 등 당시 인기 프로그램들의 한가위 특집 역시 20년전 TV를 통해 명절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줬다.

20년전 추억의 인기 비디오 순위

극장 방문이 많지 않던 1990년대만 하더라도 그 역할을 비디오테이프가 대신 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잠시 사랑받은 DVD, 그리고 현재의 인터넷 및 모바일 다운로드-스트리밍/케이블 VOD 시장으로 바뀌면서 비디오 대여점 역시 추억의 업종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20년 전 추석을 앞둔 인기 비디오 대여 순위를 살펴보면 주로 액션, 코미디 영화들이 강세를 보였음을 알 수 있다. (1996.09.16~22 기준. 순위 출처 / 동아일보 1996년 9월 23일자)

1위 <투캅스2> 액션-코믹
2위 <브로큰 애로우>
3위 <서든 데스> 액션
4위 <보스> 액션
5위 <카지노> 마피아 드라마
6위 <디아볼릭> 스릴러
7위 <피아노맨> 스릴러
8위 <은행나무 침대> 판타지 멜로
9위 <코르셋> 코믹-멜로
10위 <잠망경을 올려라> 코미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추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