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종영된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의 박연선 작가. 박연선 작가가 6일 JTBC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종영된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의 박연선 작가. 박연선 작가가 6일 JTBC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JTBC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가 지난달 27일 끝났다. 20대 청년의 삶을 현실적으로 때로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연기한 배우들에 호평이 뒤따랐다. 하지만 그 호평 중 많은 부분은 <청춘시대>의 시나리오를 쓴 박연선 작가에게 향했다. 과거 SBS <연애시대>(2006)나 KBS <얼렁뚱땅 흥신소>(2008) <화이트 크리스마스>(2011) 등의 각본을 쓴 박연선 작가는 이번 드라마에서도 드라마 엔딩의 감성적인 내레이션이나 특유의 미스터리 요소 등을 배치하면서 다시 한 번 자신의 인장을 확실하게 남겼다.

그가 쓴 다수의 작품들은 시청률과 큰 인연이 없지만 박연선 작가는 확고한 마니아층을 가진 작가이기도 하다. 박연선 작가는 6일 JTBC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드라마도 시청률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고 언급하면서도 "주변에서 반응이 너무 좋아 당장은 행복하다"고 소감을 남겼다.

그는 <청춘시대>에서 다룬 '데이트 폭력'이나 '세월호'와 같은 소재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세월호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니었지만

 지난달 27일 종영된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의 박연선 작가. 박연선 작가가 6일 JTBC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박연선 작가가 원래 의도했던 <청춘시대>의 원제는 주인공들이 사는 셰어하우스의 이름인 <벨 에포크>였다. '벨 에포크'는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시절'으로 반어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 JTBC


박연선 작가는 <청춘시대>를 두고 "굳이 '청춘'에 대해 쓰려고 하지 않았다"는 말을 해 놀라움을 안겼다. 다만 각자 비밀을 가진 청춘들이 소통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쓰다 보니 이들이 모두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이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죽음에 관해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라고 밝혔다.

드라마 <청춘시대> 속 강이나(류화영 분)는 선박 사고의 생존자다. 많은 시청자들은 강이나가 세월호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일 거라 예측했다. 그렇다면 여기서의 사회적 분위기는 세월호를 말하는 것일까. 박 작가는 "어느 재난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람을 죽인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지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던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세월호라는 사건을 갖고 창작을 한다는 건 무섭고 부담스럽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역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애도기간 동안 그 사건에 대해 정면으로 다룬다는 것이 무섭고 해서는 안 되는 일처럼 느껴졌다. 세월호가 아직 그런 사건이라 생각했는데 사람들은 그 장면에서 세월호가 연상됐다고 말하더라."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 스틸컷

극 중에서 한승연(정예은 역)은 데이트 폭력을 당하는 여성으로 나온다. ⓒ JTBC


강예은(한승연 분)이 극 중에서 겪었던 '데이트 폭력'이라는 소재의 경우 "있을 수 있는 사실을 그린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박 작가는 "연애도 어느 정도의 권력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권력을 더 많이 가진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조금씩 그 선을 넘다가 지나고 나니 큰일이 일어난 것"으로 보았다고 전했다.

이어 "한 개인이 납치와 감금, 칼부림을 당했으니 남들이 봤을 때는 엄청난 사건의 주인공이 된 것 같지만 그것이 일상 속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마주치는 사람들은 정작 어리둥절한 것이다"라며 일상과 비일상의 모호한 넘나듦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배우 한예리에 빚을 졌다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 스틸컷

배우 한예리는 <청춘시대>에서 알바와 학교를 오가는 대학생 윤진명 역할을 맡아 호평을 끌어냈다. ⓒ JTBC


박연선 작가는 지금까지 시나리오를 쓰면서 배우에게 빚을 졌다는 느낌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지만 <청춘시대>의 한예리의 연기를 보면서 이를 느꼈다고 말했다. 박연선 작가는 "내 대본에 있는 필요 이상의 무거움을 한예리가 덜었고, 기대 이상으로 이미지화해 깜짝 놀랐다"며 "연기의 디테일을 무척 잘 살리는 배우"라고 언급했다.

박 작가가 꼽은 한예리의 디테일이 빛나는 장면은 한예리가 손을 사용하는 신들. "예를 들어 한예리가 꼽고 있던 이어폰 줄을 돌돌 돌돌 말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신이 있는데 대본에 지시돼있지 않았다, 그런 장면들에서 굉장히 손을 자연스럽게 움직이더라"라고 감탄했다.

완벽한 해피엔딩도 완벽한 새드엔딩도 없다

 지난달 27일 종영된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의 박연선 작가. 박연선 작가가 6일 JTBC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종영된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의 박연선 작가. 박연선 작가가 6일 JTBC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JTBC


박연선 작가는 <청춘시대>의 열린 결말을 말하며 10년 전 작품 <연애시대>를 언급했다.

"마지막 내레이션에서 은호(손예진 분)가 한 말인데 죽기 전까지는 완벽한 해피엔딩도 완벽히 불행한 엔딩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나의 문제가 해결됐다고 해서 그 이후 꽃길만 이어지는 건 동화 속에서만 가능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마찬가지로 박연선 작가 본인은 데이트 폭력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안게 된 정예은을 두고 "그런 일을 겪었다고 해서 그 아이의 인생도 완벽하게 불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 또한 노력하면서 또 다른 행복을 찾을 것이고 그 행복이 교차해가면서 인생이 진행되지 않을까. 인물들에게 극단적인 불행을 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동화 같은 행복을 줄 수도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박연선 작가의 말을 들으니 <청춘시대> 속 주인공들의 삶도 극이 끝나면서 끝이 나는 것이 아닌 "죽기 전까지" 계속되고 있을 것만 같다. 기회가 된다면 송지원(박은빈 분)의 숨겨진 이야기를 계속 해보고 싶다는 박연선 작가. 셰어하우스 '벨 에포크'에 사는 이들의 다음 일상을 보고 싶은 시청자가 많으니 "다시 벨 에포크로" 돌아오시라.



박연선 청춘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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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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