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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페이스북.
 박원순 시장 페이스북.
ⓒ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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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돕는 일까지 종북 운운하다니요. 여긴 페북입니다. 방송인 유재석씨의 '무한도전'을 응원합니다. 제 이름도 언급이 되어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우리 함께 오늘 무도를 보면서 유재석씨를 응원합시다. 오늘 방송 히트예감."

광복절을 이틀 앞둔 지난 13일 오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앞서 12일, 방송인 유재석이 사회복지법인 나눔의 집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5000만 원을 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였다. 이 글은 14일 오후까지 '좋아요' 1만6000여 회, 공유 1200여 회를 기록 중이다.

한편 법인 측은 유재석의 기부금 중 피해자 인권센터 건립에 3000만 원, 피해자 복지 지원에 2000만 원이 사용된다고 알렸다. 유재석은 지금까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총 1억6000만 원 가량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보도된 것만, 2014년 7월 2000만 원, 지난해 6월 4000만 원, 올 4월 5000만 원을 기부한 것이다. 이런 유재석에게도 비난이 쏟아진다고? 그것도 종북 운운하는? 박원순 시장이 자신의 이름도 언급됐다며 미안한 마음을 표시한 것은 유재석의 일본 우토로 마을 기부와 연관돼 있다.

유재석은 왜 종북으로 몰렸나

MBC <무한도전> '배달의 무도' 중 한 장면.
 MBC <무한도전> '배달의 무도' 중 한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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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이 다녀갔던 우토로 마을. 이 우토로 마을을 살리기 위해 10여 년 전 모금운동이 크게 있었습니다. 그때 1000만원을 기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촬영 끝나고 뒷정리도 하고 카펫도 갈고 등등 일을 하고는 50만 엔을 또 슬쩍 두고 갔다고. 이런 1도 버릴 데가 없는 사람 같으니."

지난해 9월 초 우토로 마을 주민들을 돕고 있는 시민단체 지구촌동포연대 측이 밝힌 내용이다. 유재석과 MBC <무한도전> 제작진은 지난해 8월 광복 70주년 특집으로 방영된 '배달의 무도' 세 번째 이야기에서 재일조선인 강제징용의 마지막 남은 증거라 할 수 있는 우토로 마을을 방문했다.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저희들이 너무 늦게 왔다"던 유재석과 하하의 눈물은 뜨거웠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큰 화제가 됐고, 우토로 마을에 대한 관심도 쏟아졌다. 지구촌동포연대 측이 미담을 밝히면서, 유재석이 이미 10여 년 전 우토로 마을 살리기 모금운동 초반 성금을 기부했다는 사실 역시 '화제의 뉴스'로 등극했다.

하지만 유재석의 위안부 피해자 기부를 공격하는 이들은 이 10년 전 기부를 문제 삼는다. '우토로 살리기' 캠페인이 박원순 시장이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아름다운 재단'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실제 '우토로 살리기' 캠페인은 2005년 우토로국제대책회의와 아름다운 재단, 주간지 <한겨레21>이 함께 진행한 바 있다.

그러니까 10년 전 캠페인의 순수성과 취지에 공감해 언론 인터뷰까지 고사하며 기부를 했던 방송인 유재석을 2016년 '서울시장 박원순'과 연계시켜 '종북' 딱지까지 붙이는 저열한 의견들이 인터넷과 SNS 상에 나돌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에게 선행으로 받아들여지는 행위가 누군가에게는 정치행위, 그것도 '종북'인 세상에서 우린 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주홍글씨' 낙인찍기는 신선(?)하기는커녕 우리에게 피로한 일상이 됐다.

그리고 <무한도전>은 다음 주(20일) 도산 안창호 선생의 이야기를 방영한다. 출연진과 제작진은 미국 촬영이 한창이던 지난 4일(현지 시각), LA에 있는 대한인국민회 기념관을 방문하고, 도산 안창호 선생의 아들과 만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지난해 우토로 마을 방문에 이어 또 한번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화해·치유재단의 설립과 일본 정부의 출연금 용처로 논란과 찬반이 여전히 잦아 들지 않은 시점이기에.

이 방송이 어떤 목소리를 낼지,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또 시기와 내용을 들어, 낙인찍기를 시도하거나 불편해 할지 모른다. 왜 하필 지금이냐고, 왜 LA까지 가서 안창호 선생의 아들을 만났느냐고. 지금 한국사회 수준이 이 정도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기는커녕 논의와 시각의 수준이 끝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선의의 기부자인 방송인 유재석을 서울시장 박원순이 응원하는 시대, 2016년 대한민국의 일면이다.   

대한인국민회는 지난 4일(현지시각) MBC 무한도전팀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대한인국민회 기념관을 찾았다고 밝혔다.
 대한인국민회는 지난 4일(현지시각) MBC 무한도전팀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대한인국민회 기념관을 찾았다고 밝혔다.
ⓒ 대한인국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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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유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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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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