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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물총축제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길
 신촌물총축제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길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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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로를 걷던 시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날벼락' 물을 맞고 켜지지 않는 휴대폰을 보고 있다. 길을 걷던 중년 남성은 중학생에게 물총 세례를 맞고 그 중학생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차를 몰던 운전자가 짐을 가득 싣고 행사장을 교차하는 도로를 지나려다, 짐통에 가득 뿌려진 물을 보고 소리치며 나온다. 물총을 들고 웃는 사람들은 운전자에게까지 물을 뿌린다. 

연세로에서는 여러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실제 연세로에서 열리는 축제가 홍대에 상권을 빼앗겼던 신촌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신촌 왈츠축제','대학연합축제'를 비롯한 민간행사는 물론, '코스프레 컬렉션 in 서울' 등의 행사가 연세로에서 열렸다.

신촌물총축제도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2015년을 제외하고 매년 개최됐다. 그런데 이 축제를 곱게 보는 시선만 있는 건 아니다. 불만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시민은 물론 주변 상인들이 입는 피해 때문이다.

당장 페이스북 신촌물총축제 공식 페이지에는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이따위 행사를 당장 폐지해라', '일 때문에 연세대에서 신촌으로 노트북을 들고 가다가 노트북이 물에 젖어 작동되지 않는다, 민사소송을 진행하겠다' 등의 격양된 반응이 남겨져있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행인에 물총 쏘고, 물 튀기고... '개판'이 따로 없네

한 참가자가 건너편의 행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물을 쏘고 있다. 행인과 참가자가 뒤섞여서 누가 누군지 구별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 참가자가 건너편의 행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물을 쏘고 있다. 행인과 참가자가 뒤섞여서 누가 누군지 구별도 어려운 상황이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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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열린 지난 9일 신촌 연세로. 연세대학교 앞 삼거리에서는 우비와 방수팩을 판매하는 노점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철길 아래의 굴다리를 지나가기 무섭게 물총을 든 시민 몇몇이 서로 도망치고 쫓으며 물을 뿌려대고 있었다. 승용차 우회로를 넘어 행사장에 가까워질수록 이런 광경은 더 자주 눈에 띄었다.

갑자기 큰 고함이 들렸다. 뒤돌아보니 행사 참가자들이 서로 쫓고 쫓기는 정도를 넘어, 서로 마주 보고 물총을 쏘고 있었다. 튄 물이 고스란히 행인에게 맞아, 소스라치며 피하는 모습도 보였다. 연세로에 물총축제가 열리는지 모르고 있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잡혔다.

참가자와 시민이 구별이 되지 않아, 행인에게 갑작스레 물을 뿌리는 일도 있었다. 이면도로와 교차하는 횡단보도 위에서였다. 차량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차량이 지나가는 순간 보행자들에게 물을 쏘는 사람도 있었다.

몇몇 외국인들은 스크럼을 짜 '아직 젖지 않은' 행인들만을 노려 물총을 쐈다. 멀리서 카메라를 들고 서 있던 사람은 물론, 양복을 입은 중년 남성에게 그리고 기자에게도 물총을 쏘았다. 길을 걷던 중 차가운 느낌이 들어 뒤돌아보자, 그들은 웃음을 지었다.

소방차는 '인도'에 물 뿌리고... 계단 위 음식점에는 물이 흥건

물총축제 현장. 복잡한 인도 위에 사람들이 꽉 차 있다.
 물총축제 현장. 복잡한 인도 위에 사람들이 꽉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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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소방차 두 대가 소화전을 연결해 시민들에게 물을 뿌렸다. 실제로 해양행사, 수변공원에서의 피서 행사에서 소방차량이 이런 활동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보행객에까지 물세례를 했다는 것이다. 도로변에 설치된 물총 충전부스에서 물을 충전하는데, 도로변에 설치되어 있는 데다가 수압도 낮지 않아 물이 인도로 튀는 일이 많았다.

한 진행요원은 "인도에 있는 참가자들을 차도로 보내고는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몇몇 진행요원들이 인간띠를 만들어 차도를 넘나드는 사람들을 힘겹게 막았다. 하지만 많은 진행요원들의 노력이 무색하게, 몇몇 진행요원들이 직접 인도에서 물총을 쏘고 노는 광경이 보이기도 했다.

소방차가 물대포를 반대쪽 인도로 돌렸다. 인도의 사람들이 황급히 피했다. 가방 안에 전자기기가 들어 있어 깜짝 놀라 안의 음식점으로 '대피'했다. 음식점의 종업원이 익숙한 듯, "괜찮으니까 잠깐 들어와 쉬고 계세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대피한 김에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음식점의 바닥을 보니 물이 흥건했다. 워낙 사람들이 물을 뿌리고, 음식점 안에 들어가는 시민들까지 겨냥해 물을 뿌리니, 바닥에 물이 흥건할 수밖에 없었다.

스타광장에서는 한 양조회사의 새로운 신제품으로 '술총'을 쏘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다행히 19세 미만의 사람은 입장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 그렇지만 행사장과 꽤 떨어진 곳에서도 알코올 냄새가 알싸하게 올라왔다.

'물지옥'으로 변한 연세로, 우회로도 없어 물맞으며 거리 지나야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몇몇 보행객들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이 보인다.
▲ 인도를 향해 물을 쏘고 있는 소방차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몇몇 보행객들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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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로 일대를 지나는 유동인구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다만 매일 신촌역을 이용하는 시민의 수와 연세로의 버스정류소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수로, 간접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다. 2015년 12월 서울시의 통계에 따르면, 신촌역의 일일 승하차 수는 5만여 명, 연세로 위의 정류소인 스타광장(상,하), 문학의 거리, 세 곳의 정류소에서 승차하는 승객의 수는 평일 하루 평균 5천여 명 정도이다.

인근인 연세로 종점에 있는 연세대학교(상,하) 정류소에서 승차하는 승객도 일일 평균 1만 여 명, 신촌로터리 전후의 중앙차로 정류소에서 승차하는 승객도 평균 3~4만여 명 정도가 된다. 주변 대학에 재학하는 학생, 통계에서 제외된 경기도, 인천시의 직행버스를 통해 신촌으로 오는 시민까지 합치면, 하루에 10만 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매일 연세로에 여러 목적을 갖고 들르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지난 2015년 물총축제에는 경찰 추산 3만 5천여 명, 하루 평균 1만 7~8천 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신촌의 상권은 대부분 연세로 인근, 즉 신촌로터리의 북쪽에 집중되어 있다. 연세로와 십자로 교차하는 명물길, 연세로5길의 스타광장에서 신촌상권이 뻗어 나가는 모양으로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신촌을 들르는 사람은 어디를 가더라도 연세로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연세로의 인도를 포함한 도로 폭은 약 20m 정도인데, 물총 중 '너프 물총'의 경우에는 사거리가 11.5m 정도이다. 차도 한가운데에서 물총을 발사하면 반대편 인도의 건물 유리벽을 적신다는 이야기다. 폭이 이 정도, 길이는 300m가 채 되지 않는 행사장에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몰렸으니 행인이 물총에 맞는 건 예상되었던 일 아닐까.

더욱 큰 문제는 행사를 피하기 위한 우회로가 적고, 그나마 있는 우회로는 안내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세로의 동측에는 가파른 언덕이 형성되어 있어, 연세로와 평행하게 이어지는 도로가 없다. 연세로의 서측에는 연세로와 평행한 이면도로가 형성되어 있으나 접근성이 나빠 미리 주최 측에서 안내하는 것이 필수였는데,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우회로에 대한 안내가 없었고, 무리하게 좁은 곳에서 대형 행사를 진행하면서도 이를 막을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주최측에 큰 문제가 있다.

중요한 것은 시민과 상인이 어우러지는 행사

인도에서의 물총놀이.
 인도에서의 물총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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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총축제가 많은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행사를 참여하는 시민들 외에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매년 주변 상인들에게 큰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데 있다. 행사의 참여자들이 가판대에 물을 뿌리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것 외에도, 간접적으로 튄 물로 의류, 화장품 매장에서 큰 피해를 입었다는 것도 문제다.

중요한 것은 행사가 지역 주민과 지역의 보행객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 이번 행사의 경우에는 행인과 상인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

신촌번영회 협동조합 관계자는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지역 축제는 상인과 주민이 잘 어우러지고, 외부의 축제 참가 인원이 어우러져 한마당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번 축제는) 기획사와 구청이 주최하고 지역상인들은 주최 측의 소통 부재로 (상가들이) 축제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다, 주변의 상인 중 의류나 화장품을 판매하던 상인분들이 피해가 꽤 컸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여주기식 축제가 아닌, 지역 상권이 활성화되는 행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열렸던 신촌 맥주 축제 역시 과도한 상업성과 상인을 배려하지 않은 축제로 물총축제와 비슷한 비판이 있었다, 이번 축제는 번영회에서 관계기관과 협업하여 주최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지역 상인 그리고 지역주민과 어우러질 수 있는 행사로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행사는 지역과 함께 커나가야 한다. 실제로 많은 지역 행사가 많은 시민과 함께 하는 동시에 지역주민, 참가자, 지역 상인 모두 웃는 행사로 커나가고 있다. 이런 형태로 나아가다가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올해만 해도 작은 소란이 여러번 일어났다. 내년은 어떨까.

좁은 도로에서의 물총축제는 충분히 이색적이다. 하지만 그 이색적인 행사가 많은 시민과 지역 상인들의 분노를 불러오면 될까. 행사의 방향은 주최 측의 결정에 달렸다.

신촌물총축제의 현장
 신촌물총축제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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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신촌물총축제, #물총축제, #신촌, #지역축제,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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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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