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의경 콘서트 사진

지난 11일 가수 방의경을 콘서트가 열렸다. 그는 자작곡으로 독립 음반을 내기도 한 잊힌 싱어송라이터다. ⓒ 인권연대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김영의홀에서 가수 방의경의 콘서트가 열렸다. 방의경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음악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전설'로 통하는 인물이다. 방의경은 1970년대 포크계에서 가장 주목받아야 할 이름 가운데 하나이자 가장 잊힌 이름이기도 하다.

잊힌 전설의 포크가수 방의경

그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자작곡만으로 독집 음반을 낸 여성 싱어송라이터이다. 1972년에 제작된 그의 음반은 대중에게 알려질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소리 없이 사장되었다. 대부분의 노래가 방송 금지곡으로 묶인 탓이다. 덕분에 방의경 음반은 LP시장에서 최고 희귀 음반으로 소장가들 사이의 전설이 됐다.

여기서 우리는 비슷한 운명을 겪은 당대의 몇몇 음악인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김민기, 한대수, 김의철 같은 이름들이다. 이들과 방의경을 함께 묶어주는 공통점은 이들의 음악이 1970년대 초반 포크계에서 가장 덜 상업적이었고 좀 더 저항적이었다는 것, 그런 면에서 모던 포크의 본령에 좀 더 가까웠다는 점일 게다.

포크 음악의 기원이나 본질에 대해 이 자리에서 논할 필요는 없겠다. 그저 내 방식으로 포크다움의 의미를 정의해 본다면, 민요처럼 단순하지만 울림이 큰 멜로디, 통기타 중심의 간결하고 소박한 반주, 그리고 삶과 사회에 대한 비판적이면서 애정 어린 시선 등이다. 여기다 하나를 더한다면 상업주의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풋풋한 아마추어리즘이다. 방의경의 음악은 그런 점에서 가장 포크다운 포크 음악이었다.

방의경은 1970년대 초 당대의 많은 포크 가수들과 함께 캠퍼스를 누빈 대학생 가수였다. 양희은의 노래로 널리 알려진 '아름다운 것들'(원곡은 서양 민요 Mary Hamilton)의 노랫말을 쓴 작사가이고 김인순의 목소리로 히트한 '하양나비'를 비롯해 많은 곡을 쓴 작곡가이기도 했다. YWCA 회원이었던 그는 명동 YWCA를 근거지로 했던 저 유명한 '청개구리' 모임에 자연스럽게 합류했고 여기서 많은 포크 가수들과 교류했다.

1970년에는 새로 문을 연 음악감상실 내슈빌의 오프닝 무대를 장식했고, 1972년에는 '우리들'이라는 공연에 참여하여 500장 한정으로 발매된 음반 '아름다운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를'에 자작곡 '불나무'를 선보였다. 한때 라디오 방송 DJ를 하다가 1972년에 마침내 자신의 독집 음반을 발표하게 된다. 하지만 이 음반의 대부분 노래가 금지곡으로 묶였고, 1974년 준비하던 2집은 음원이 분실되면서 좌절됐다. 이후 그는 미국으로 떠나며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독집 음반에 실린 '불나무', '친구야' 등은 금지곡으로 묶인 가운데에도 대학가에서 오랫동안 구전되며 불렸다.

방의경 잊지 않은 팬들, 콘서트 개최

 방의경 콘서트 사진

방의경은 1970년대 초 당대의 많은 포크 가수들과 함께 캠퍼스를 누빈 대학생 가수였다. ⓒ 인권연대


방의경의 이번 콘서트가 특별한 이유는 이 공연이 전적으로 그를 기억하고 좋아하는 팬들에 의해 기획되었다는 점 때문이다. 바람새(windbird)라는 이름의 인터넷 사이트가 있었다. 1970년대 포크 음악 레코드 음원을 들을 수 있던 이 사이트는 포크 음악 마니아들에게 일종의 성지처럼 여겨지던 곳이다. 이 사이트가 저작권료 문제로 문을 닫은 뒤 일부 회원들이 다시 뭉쳐 인터넷 다음 카페 '바람새친구'를 열었다. 이 동호회에서 활동하던 방의경의 팬들이 십시일반 뜻을 모아 이번 콘서트를 열게 된 것이다.

그뿐 아니다. 그들은 방의경 본인조차 가지지 못했던 희귀본 방의경 1집을 복각해 LP 음반을 제작하고 새로운 노래들을 녹음해 2집을 제작했다. 그렇게 복각본 LP 1집과, 1, 2집을 함께 묶은 CD 전집이 세상에 나왔다. 이 모두가 단지 방의경의 음악을 사랑하는 보통 사람들의 열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런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저 유명한 '얼굴'의 가수 윤연선이나 '불행아'의 김의철, 이성원, 곽성삼 등 한국 포크 음악사의 중요한 음악인들이 그들의 음악을 아끼는 '바람새친구'들이 마련한 무대에 선 바 있다. 우리 대중음악사의 잃어버린 한 페이지가 음악 팬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헌신으로 복원되고 있는 것이다.

문화 시장을 규율하는 힘은 크게 두 가지에서 나온다. 하나는 정치의 논리다. 권력에 도전하고 비위를 거스르는 문화상품은 다양한 검열의 폭력에 의해 강제로 퇴출당한다. 또 하나는 상품과 시장의 논리다. 상업주의가 횡행하는 세상에서 환금성이 적은 문화상품은 언제든 쉽게 배제되고 싹이 잘린다.

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두 가지의 힘은 1970년대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작동한다. 이 두 가지 힘을 극복하고 다양한 문화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건 오직 대중 자신의 힘으로 가능하다. '바람새친구'처럼 스스로의 문화를 함께 나누고 찾고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우리 사회도 좀 더 다양하고 건강한 문화 생태계를 갖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김창남 시민기자는 인권연대 운영위원으로 현재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주간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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