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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의 '차별 채용'이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신한은행(조용병 은행장)은 특성화고등학교에 대한 리테일서비스(Retail Service·RS)직 채용을 진행하면서 서울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일부 학교에만 추천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기사 : 열린 채용한다더니 차별 채용...이상한 신한은행)

지난 30일 <오마이뉴스>가 인천지역 이외 서울지역 등 특성화 고교를 확인한 결과, 신한은행 쪽은 특정 학교를 상대로 학교장 추천 인원을 배정했다. 신한은행은 이번 채용과정에서 열린 채용을 지향하면서, 자격 요건을 해당 고교 졸업예정자(2017년 2월)로 정했다.

인천지역과 마찬가지로 서울지역 상당수 특성화고교 학생들이 신한은행 RS직군 채용공고만 믿고 응시했지만 대부분 서류전형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신한은행 쪽으로부터 추천서를 받은 일부 학교의 경우 서류전형에 이어 최종합격자까지 배출됐다. 물론 이들은 모두 별도의 학교장 추천을 받았다.

서울도 차별 채용 드러나, 일부 학교에선 "신한은행이 올해 뽑았나?"

서울 태평로2가 신한은행 본점.
 서울 태평로2가 신한은행 본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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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의 A학교의 경우 지난 2014년과 2015년 추천서를 받지 못했다. 반면 B학교는 8명의 추천 인원을 받았고 최종 합격자도 나왔다. 이는 인천 지역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인천지역의 C학교는 추천 인원을 배정받지 못했다. D·E고등학교에는 각각 4명의 추천 인원이 배정됐고, 최종합격자도 나왔다.

서울의 일부 학교에선 신한은행의 추천서가 일부 학교에만 내려간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A학교에선 기자에게 '올해 신한은행에서 채용을 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작년과 재작년에 신한은행에 취업한 학생이 없다"고 했다.

그는 "보통 채용 안내문이 교육청을 통해 공문으로 내려오는데 신한은행에서는 받지 못했다"며 "학생들이 3월에 (신한은행의) 채용설명회에 다녀와서 4월에 모집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다른 은행에서는 지원할 수 있는 추천 할당량을 8개 정도씩 받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B학교는 그동안 신한은행에 합격자를 배출해왔다. B학교 쪽은 "학교별로 추천 인원에 대한 제한을 두는데 작년과 재작년에는 8명씩 받았다"며 "최종합격자들은 모두 추천을 받은 학생들이며 2015년에는 4명, 2014년에는 2명씩 붙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다른 시중 은행들은 어떻게 채용을 진행하고 있을까. 국민·우리은행 등은 신한은행의 추천채용 방식과 사뭇 달랐다. 이들 은행의 경우 모든 학교에 추천서나 서류 지원이 가능한 아이디를 보낸다. 또 인사담당자에게 응시자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블라인드 형식으로 진행한다.

신한과 사뭇 다른 채용... 국민·우리은행 "공정한 기회 부여"

은행 및 금융 공기업 등이 인천지역 C학교에 보낸 채용안내문. KB국민·NH농협은행, SGI서울보증은 '학교장 추천'을 명시해 놓았으며 금융감독원과 KDI산업은행은 공개채용을 실시한다는 안내문을 보냈다.
 은행 및 금융 공기업 등이 인천지역 C학교에 보낸 채용안내문. KB국민·NH농협은행, SGI서울보증은 '학교장 추천'을 명시해 놓았으며 금융감독원과 KDI산업은행은 공개채용을 실시한다는 안내문을 보냈다.
ⓒ 전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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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쪽은 "각 학교에 추천을 해달라고 하면 인재상에 맞는 인원을 선별해준다"며 "열린 채용을 기본으로 하고 블라인드 형식으로 전형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성화고 전형이기 때문에 접수할 때는 학교명을 쓰지만 심사하는 사람들은 볼 수 없으며 면접을 진행할 때도 지원자의 서류에는 학교 이름이 가려져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은행의 채용 시스템은 특정 학교를 밀어줄 수 없게 돼 있다"고 했다. 

우리은행 쪽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입행 지원을 위한 아이디를 공문을 통해 발송하고 있다"며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는 것이 맞기 때문에 전국에 있는 학교에 다 보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학교별로 재학생 수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추천 인원을 정한다"며 "학교 쪽을 통해 추천받은 인원으로 진행한다"고 했다. 그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선별하며 서류 전형에 자격증을 적는 칸을 삭제하는 등 성과보다는 품행을 중시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은행과 비교했을 때 신한은행의 채용방식은 선호하는 특정학교 순으로 줄 세우기를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인천지역의 이 아무개 교사는 "(신한은행의) '편의주의'에 따라 채용을 진행하지 않았나 싶다"면서도 "결국 자신들이 (자체적인 기준을 정해) 특정학교를 중심으로 학생을 뽑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지역의 신아무개 교사도 "다른 은행들과 금융권 공기업 등에서는 합격자가 하나도 나오지 않아도 '학생들이 부족했나 보다'하고 넘어갈 수 있고 공평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 회사들은 모든 학교를 통해 채용안내문을 보냈고 학교장의 추천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일부 학교에만 추천서를 주는 방식은) 미래를 바라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방식은) 올바른 처사가 아니라고 본다"며 "상식에 맞지 않으며 당연히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채용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신한은행, 취재 진행되자 뒤늦게 "하반기 채용부터 추천방식 없앨 것"

이 같은 채용방식이 불공정 논란을 빚자 신한은행 쪽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역 안배 문제 때문에 전국적으로 (추천을) 진행하게 됐으며 일부 학교에만 추천서를 준 것이 맞다"고 답변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합격한 인원이 지난 2015년 90명을 비롯해, 2014년 38명, 2013년 42명 등이라고 신한은행 쪽은 밝혔다. 이들 인원에는 추천과 일반채용이 모두 포함돼 있다. 추천서를 통해 합격한 인원을 공개해달라고 하자,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쪽은 <오마이뉴스>의 취재가 계속되자, "하반기부터 일부 학교에만 추천서를 보내는 방식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추천서 자체를 아예 받지 않고 모든 학교에서 홈페이지를 통해 입행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신한은행, #공개채용, #추천서, #국민은행,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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