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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기념식장에서 쫒겨나는 박승춘 보훈처장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가족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과 '제창'을 거부하고 있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입장을 가로막고 있다. 박 보훈처장은 결국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 권우성
5.18 기념식장에서 쭂겨난 박승춘 보훈처장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리는 '제3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려는 박승춘 보훈처장이 유가족들의 항의를 받고 기념식장을 떠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입 꽉 다문 황교안 국무총리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 및 제창 거부에 항의하는 뜻으로 참석자들이 모두 일어나 노래를 함께 부르는 가운데, 황교안 국무총리(사진 가운데)는 일어나긴 했지만 입을 다문 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고 있다. ⓒ 권우성
박근혜 대통령, 3년째 5.18기념식 불참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리는 '제3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박근혜 대통령이 보낸 화환이 놓여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첫 해 참석한 뒤 이후 3년째 불참하고 있다. ⓒ 권우성
전두환의 발포명령 부인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정부의 제3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진행됐다.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신묘역)에서 진행된 기념식의 경과보고에는 '신군부'와 '집단발포'라는 단어가 빠졌고,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 및 기념곡 지정을 거부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기념식에서 쫓겨났다. 기념식이 끝난 뒤, 일부 유족들과 시민들은 "이게 무슨 기념식이냐"라면서 거세게 항의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박근혜 대통령 대신, 황교안 국무총리가 참석해 국민통합을 강조하는 기념사를 낭독했다. 황 총리는 "우리 사회의 신뢰를 훼손하고 국민통합에 장애가 되는 비정상적인 관행과 적폐, 부정과 비리를 근절해 나가겠다"라며 "특권과 반칙이 통하지 않는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이룩해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받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구 광주지방보훈청장이 낭독한 경과보고에서도 국민통합이 강조됐다. 이 청장은 "오늘 36주년을 계기로 온 국민의 감사의 마음을 담아 5.18민주유공자와 유족 분들게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이분들의 고귀한 정신을 밑거름으로 국민통합을 이룩하고 하나의 대한민국, 희망의 새 시대를 만들겠다고 다짐한다"라고 발표했다.
5.18기념식장으로 향하는 황교안-박승춘 황교안 국무총리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등이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리는 '제3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 및 제창 거부에 항의하는 유가족들의 항의를 박 보훈처장은 기념식장에 앉기도 전에 쫒겨 났다. ⓒ 권우성
황교안 총리 향해 손 피켓 든 심상정 대표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기념사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는 가운데,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하라'는 손 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마르지 않는 5.18유가족의 눈물 18일 오전 '제36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한 유가족이 묘 앞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신군부' '집단발포' 내용 빠진 경과보고

하지만 이 청장의 경과보고에는 5.18의 가해자인 신군부와 이들이 자행한 집단발포의 내용이 빠졌다. 이 청장은 집단발포가 이뤄진 1980년 5월 21일 상황을 설명하며 "금남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계엄군과 밀고 밀리는 과정에서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했고, 사경을 헤맸다"라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 계엄군이 탱크를 앞세워 전남도청을 진압(작전명 화려한 휴가)한 27일의 상황 설명도 "마침내 열흘 동안의 민주화운동은 막을 내렸다"라는 한 마디로 마무리했다.

이러한 변질된 경과보고는 이명박 정부 4년 차인 2011년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관련기사 : '신군부' '집단발포' 빠진 보수정권의 5.18 경과보고). 전날 전야제에서 유가족 김길자(77, 사망 당시 광주상고 1학년이었던 고 문재학군 어머니)씨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발포 명령한 사람들 데려다가 처벌도 하고 진상규명도 해야 한다"라고 말했듯, 신군부와 집단발포는 5.18을 설명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내용이다(관련기사 : '폭도' 아들, 이제 '열사'됐지만 "5.18, 안 끝났습니다! 같이 싸워주세요!").

신군부의 수장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최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누가 국민에게 총을 쏘라고 하겠어,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그래"라고 말하는 등 발포 책임을 전면 부인하며 공분을 사기도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및 기념곡 지정을 거부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유족과 시민들의 항의에 부딪혀 기념식장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관련기사 : 쫓겨난 박승춘 "오늘 당사자 아니라 정부 기념식"). 항의를 받으면서도 웃고 있던 박 처장은 "당사자들의 기념식이 아니다, 정부 기념식이다"라는 말을 남긴 채, 기념식 시작 직전 차를 타고 자리를 떠났다. 기념식이 진행되는 동안, 황 총리의 옆자리인 박 처장의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그런데 기념식 말미, <임을 위한 행진곡>의 '합창'이 진행되자 한 참석자가 황 총리에게 다가와 자신의 태극기를 건넸다. 이 참석자는 바로 옆의 비어 있던 박 처장 자리에 서서 주먹을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황 총리는 받아든 태극기를 손에 쥐었으나 흔들지는 않았고, <임을 위한 행진곡>도 부르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가장 최근 5.18 기념식을 찾은 2013년, 강운태 당시 광주광역시장으로부터 태극기를 건네받은 바 있다.
태극기 받는 황교안 총리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 및 제창 거부에 항의하는 뜻으로 참석자들이 모두 일어나 노래를 함께 부르는 가운데, 황교안 국무총리는 일어나긴 했지만 입을 다문 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았다. 한 참석자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기 전 황 총리에게 태극기를 전달하고 있다. ⓒ 권우성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 촉구하는 노회찬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기념사를 하는 동안 노회찬 정의당 당선인이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하라'는 손 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 정부가 옹졸한 것"

한편, 심상정 대표를 비롯한 정의당 국회의원·당선자 등은 황 총리가 기념사를 읽는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하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채 항의했다. 기념식 시작 전 광주시의원들도 묘지 입구인 '민주의 문' 앞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5.18 공식 기념곡 지정!"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제적 자유와 정치적 자유가 같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이라며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 및 기념곡 지정을 거부한 건) 정부가 옹졸한 것이다, 합창만 허용한다고 하는데 아집에 사로잡힌 거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청와대 회동에도 광주시민과 국민들이 원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관철시키지 못한 것에 5.18 영령들에게 한없이 죄송하다는 인사를 드린다"라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의 법제화와 박 처장의 해임 촉구 결의안 발의를 약속드린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야권 3당(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의 대표, 국회의원, 당선자 등이 총집결했다. 새누리당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홀로 참석했다.
태그:#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임을 위한 행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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