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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음체조 중 'ㅛ'를 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기초1반 학생들. 남녀 번갈아가면서 해보도록 한다.
▲ 모음체조하는 구민희 씨 모음체조 중 'ㅛ'를 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기초1반 학생들. 남녀 번갈아가면서 해보도록 한다.
ⓒ 구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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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슈[tissue]가 한국어로 뭐라고요?"
"휴~지요".
"네, 맞아요. 스몰[smal]) 티슈가 아니라 휴~지[huge] 티슈지요".

이와 같이 나의 한국어 수업에선 연상 작용을 많이 사용한다. 사실 어린 나이에 모국어를 배울 때는 직접 물건을 보고 배우고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면서 단어들을 배우지만 외국어의 경우에는 대부분 모국어의 단어에 해당하는 외국어를 번역해서 짝지어 무작정 외워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학습자들이 힘들어한다. 또한 단어를 외웠어도 문장에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몰라서 죽은 단어가 되고 마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필자는 학생들에게 단어 번역하는 일은 하지 않도록 훈련한다. 오히려 본인에게 의미 있고 잘 알고 있는 단어를 넣어서 그 단어와의 조합을 통하여 문장 또는 구를 만들어서 그 문장을 외우도록 가르친다. 예를 들면 '주유소'라는 단어를 '가스 스테이션[gas station]'이라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사용하는 주유소 브랜드 이름을 넣어서 'OO주유소'라고 외우게 한다. 그러면 주유소가 게스 스테이션인지는 몰라도 한국에 갔을 때 주유소를 보면 '주유소'라는 말을 더 쉽게 떠올릴 수 있게 된다.

사실 '가스 스테이션'과 '주유소'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 관계도 없는데 무조건 '가스 스테이션'을 '주유소'라고 외워서 연결을 시키는 것은 강제적인 활동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한 방법으로 쉬운 단어부터 어려운 단어 혹은 문장까지도 본인에게 의미 있는 단어들을 떠올려 자기만의 문장을 만들어서 외우면 쉽게 그 단어들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연상 작용을 돕기 위해서 어울리지 않는 단어 조합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지하철 샌드위치' 같은 단어 조합이 생기기도 한다. 영어로 '서브웨이[subway]'가 한국어로 '지하철'이라는 점에 착안해서 샌드위치 브랜드 '서브웨이' 대신에 '지하철'이라는 단어를 넣어서 '지하철 샌드위치'라고 외워서 '지하철'이라는 단어에 새로운 의미를 더하여 좀 더 재미있고 쉽게 단어를 암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연상 작용은 시각적으로도 청각적으로도 가능한데 시각적인 연상 작용의 경우의 단순한 예는 '옷'이라는 글자이다. 글자 '옷'의 모양을 보면 사람처럼 보이는데 그 모양을 보고 '옷'의 뜻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특히 시각적 학습능력이 뛰어난 학습자에게는 무척 효과적이다.

외국어 학습자들에게 일정량의 단어를 외워오게 하고 그것을 쪽지 시험을 보고 하는 구태의연한 방법으로는 더 이상 학습 능률을 올릴 수 없으며 오히려 쏟아지는 단어들의 홍수 속에서 그 언어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어 학습자들이 좀 더 재미있게 한국어 단어를 공부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연상 단어 조합들을 생각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영화제작자인 백인 학생 구민희씨가 '휴지'를 재채기 소리로 표현하며 코푸는 흉내를 낸다. 구민희씨에게는 휴지를 볼 때 재채기할 때 필요한 것을 생각할 것이고 본인이 내었던 '휴지'라는 소리에서 휴지를 떠올릴 것이다.


태그:#한국어, #연상작용, #모음, #어드로이트 칼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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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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