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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 성벽 길을 걷다보면 일정 간격으로 정연하게 나부끼는 '령(令)', '순시(巡視)' 깃발을 볼 수 있고, 수원화성을 일주하다 보면 깃발색이 검정색, 흰색, 붉은색, 청색으로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장용외영 5위의 군사들이 수원화성을 지킬 때 깃발의 색깔로 5위의 경계 구역을 구분했고, 오방색으로 방향을 표시한 것이다. 장안문 주변의 북쪽은 검정색 깃발, 화서문 주변의 서쪽은 흰색 깃발, 팔달문 주변의 남쪽은 붉은색 깃발, 창룡문 주변의 동쪽은 청색 깃발을 사용했다.

수원화성을 답사하면서 눈여겨 볼 것은 장용외영 5위의 군사들이 지키는 위치를 정확히 경계표석으로 정해놨다는 점이다. 현재 북쪽의 장안위와 동쪽의 창룡위의 경계지점인 북암문(北暗門)과 동북포루(東北鋪樓) 사이에는 '장안위좌부(長安衛左部)'라는 경계표석이 있고, 표지석을 기준으로 동쪽으로는 청색 깃발, 서쪽으로는 검정색 깃발이 나부낀다.

장안위좌부, 장안위 위치표석
 장안위좌부, 장안위 위치표석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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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돈(烽墩) 근처에 창룡위(蒼龍衛)와 팔달위(八達衛)의 경계표석이 있고, 표지석을 기준으로 청색 깃발과 붉은색 깃발이 나부끼고, 서남암문(西南暗門) 위에 팔달위와 화서위(華西衛)의 경계표석이 있고, 표지석을 기준으로 붉은색 깃발과 흰색 깃발이 나부낀다.

장안문과 화서문 사이 북포루(北鋪樓) 근처에 장안위와 화서위의 경계표석이 있고, 표지석을 기준으로 흰색 깃발과 검정색 깃발이 나부낀다. 또한 동일포루(東1鋪樓) 앞에 '창룡위중부(蒼龍衛中部)' 표석, 창룡문 옆에 '창룡문우부(蒼龍衛右部)' 표석이 있어 수원화성 전체로는 6개의 표석이 남아있다.

조선왕조실록 정조 22년 10월 19일(1798년)자 정조 실록 기록을 보면, '비변사가 아뢴 장용위 외영 5읍 군병의 절목'이란 장용외영 5위에 대한 기사를 통해, 수원화성 축성이후 화성에 어떻게 군사를 배치했는지 알 수 있다.

화성성역의궤 권2 절목에서 '부근 다섯 읍의 군병을 합치는 데 따르는 절목'에서 각 성의 위장이 지키는 4대문의 파수하는 법을 명시했는데, 여기에 장용외영 5위 병사들 배치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나온다.

팔달위후부미국, 팔달위와 화서위의 경계표석으로 서남암문 옆에 있다.
 팔달위후부미국, 팔달위와 화서위의 경계표석으로 서남암문 옆에 있다.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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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성곽길의 표석을 비교해 보면 제 위치가 아닌 곳에 있기도 하고, 글씨의 내용이 다른 게 있고, 표석 밑에 글씨가 땅속에 파묻혀 있기까지 하다. 19세기 후반의 서예 글씨를 통해서 보면, 6개 표석 중 진품은 4개인 것 같고, 2개는 복제품 같은데 그중 하나는 최근 복제한 것 같고, 하나는 오래전에 복제를 한 것 같은데 글씨를 잘못 새긴 것으로 보인다.

장용외영 5위의 군사편제를 보면 4대문을 중심으로 전부, 좌부, 중부, 우부, 후부 순서로 되어있고, 전 후의 방향도 기록되어 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봉돈을 기준으로, 화서위와 팔달위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전면이 되는데, 팔달문과 화서문을 성 안쪽에서 바라볼 때 좌측이 전부 우측이 후부가 된다. 장안위와 창룡위는 시계방향으로 전면이 되는데, 장안위와 창룡위를 성 안쪽에서 바라볼 때 우측이 전부가 되고 좌측이 후부가 되는 것이다.

창룡위중부, 창룡위 중부에 있던 위치표석
 창룡위중부, 창룡위 중부에 있던 위치표석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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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달위장은 문에 있고 우부와 후부의 2부는 오른쪽을 향하여 벌려서서 서남족 암문(西南暗門)의 서쪽 제2첩(堞)에서 그치며 전부와 좌부와 중부의 3부는 왼쪽을 향하여 벌려서서 봉돈의 북쪽 제5첩에서 그친다.

창룡위장은 문에 있고 전부, 좌부, 중부의 3부는 오른쪽을 향하여 벌려서서 봉돈(烽墩)의 북쪽 6첩에서 그치며, 우부와 후부의 2부는 왼쪽을 향하여 벌려서서 동쪽 암문(東暗門) 동쪽의 제9첩에 이른다.

장안위장은 문에 있고 전부, 좌부, 중부의 3부는 오른쪽을 향하여 벌려서서 동쪽 암문 동쪽의 제8첩에서 그치며, 우부와 후부의 2부는 왼쪽을 향하여 벌려서서 북쪽 포루(北鋪樓)의 동쪽 제1첩에서 그친다.

화서위장은 문에 있고 전부, 좌부, 중부, 우부의 4부는 왼쪽을 향하여 벌려서서 서남쪽 암문의 서쪽의 제3첩에서 그치며, 후부의 1부는 오른쪽을 향하여 벌려서서 북쪽 포루의 동쪽 모퉁이에서 그친다.

창룡위우부, 창룡문 옆에 있는 창룡위 위치표석
 창룡위우부, 창룡문 옆에 있는 창룡위 위치표석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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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품이면서도 정확한 위치에 있는 서남암문 옆 경계표석에서 읽을 수 있는 사실이 있다. 이곳은 화서위와 팔달위의 경계지점인데, 방향으로 보면 화서위의 전부이며 팔달위의 후부가 되는 곳이다. 그래서 표석에는 화서위 쪽에는 '화서위전부두국(華西衛前部頭局)'을 새겼고, 팔달위 쪽에는 '팔달위후부미국(八達衛後部尾局)'이라 새겼다.

각 위에는 좌부, 중부, 우부에 해당하는 위치에 이를테며, '팔달위좌부', '팔달위중부', '팔달위우부' 표석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전부와 후부에는 경계표석이 있었을 것이다. 수원화성 장용외영 5위의 전체 표석은, 경계표석 4개, 위치표석 12개가 등 총 16개의 표석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통해 잘못 세워진 표석은 바로 세우고, 땅에 묻힌 것은 제대로 하기를 바란다. 제 위치에 경계표석과 위치표석을 복원하고 깃발이 세워진 위치도 수정하면 수원화성의 콘텐츠가 늘어나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수원화성, #경계표석, #위치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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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가슴에 안고 살면서 고전과 서예에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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