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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논어 옹야편 18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거워하는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아는 것은 머리로 하는 것이고, 좋아하는 것은 몸으로 하는 것이다. 머리로 알게 된 것이 가슴에 와 닿으면 좋아하게 된다. 좋아하면 자꾸 추구하게 된다. 좋아하는 단계는 아직 인위적인 단계이고 집착이 있는 단계다. 좋아하는 단계에서 발전하여 즐거워하는 단계에 이르면 집착에서 벗어난다. 아집에서 벗어나 자연과 동화되었을 때 느끼는 즐거움이다.

공자의 이 말씀은 오락이나 예술의 감상 등에도 두루 적용된다. 처음에는 운용방법을 겨우 익혀 운용하는 것이 고작이지만 운용 방법이 몸에 배면 재미를 느낄 여유가 생겨 좋아하게 된다. 좋아하다가 수준이 높아지면 묘미를 알게 되어 즐기게 되는 것이다(이기동의 논어강설 참고).

수원박물관, 서예박물관 전경
 수원박물관, 서예박물관 전경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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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평생학습관, 주민자치센터,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교양강좌, 인문학 관련 강좌가 열리기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수강한다. 자기계발을 하려는 사람, 취미생활, 은퇴한 어르신들 등 연령층도 다양하지만 배움에 대한 열의는 학교 교실의 학습 분위기보다 더 뜨거울 정도이다. 억지로 하는 공부, 시간을 때우기 위한 공부가 아닌, 즐기기 위한 공부를 하다 보니 열의도 많고, 학습효과도 좋은 것이다.

2016년 수원박물관 성인교육프로그램인 서예 강좌가 개강했다. 서예 강좌는 한글 서예 강좌, 한문 해서 강좌, 한문 전서 예서강좌, 서예작품 강좌 등 네 개 강좌가 있다.

한글 서예 강좌는 한글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으로 한글 궁체, 궁체 흘림, 판본체 등을 익히게 된다.

한문 해서 강좌는 단정하고 자형이 법도와 규칙에 맞는 해서체를 배우는 과정으로, 필획의 기본인 점획과 결구, 변과 방의 구성 원리를 습득하고 강화하는 수업으로 장맹룡비, 석문명, 정희하비 탁본첩 등으로 공부하게 된다.

서예수업 장면
 서예수업 장면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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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서 예서 강좌는 갑골문과 금문으로 시작된 문자의 초기 발달 단계인 전서와 예서를 배우고 익히는 과정으로, 붓의 정확한 운용법을 배우고 필획을 강화시키는 수업으로 석고문, 사신비 등 전 예서 탁본첩을 교재로 수업을 한다.

서예 작품반은 문자에 함축된 의미와 발달과정에 대한 문자학 이론수업을 병행하고, 서예 작품의 구상부터 완성, 감상, 평가에 이르기까지 서예 오체(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로 진행된다.

전지 크기에 작품을 구상 한다고 하면, 우선 작품으로 쓸 서체를 선택해야 한다. 초서체로 작품을 구상했다면, 누구의 서체에 기본을 두고 쓸 것인지를 정한다. 왕희지, 손과정, 왕탁, 우우임 등의 초서체를 선택하고 그 서체로 무엇을 쓸 것인가를 결정하고, 고전의 한 구절이나, 한시 등을 쓰게 되는데 몇 글자를 쓸지도 결정해야 한다. 작품 구상이 끝나면 직접 전지에 글씨를 쓰면서 예술적 완성도를 높여가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위이불범 화이부동(違而不犯 和而不同)이라는 말이 있다. 같은 획이 나오면 서로 어긋나게 하되 침범하지 않으며, 서로 화합하기는 하되 똑같이 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서예 작품을 완성하는데 있어서, 글자에 소밀(疏密)이 있고 대소(大小)가 있어야 하고 전체적으로도 작품 속에 음양과 변화가 있어야 예술작품이 되는 것이다. 이를 서예 예술의 극치인 장법(章法)이라 하는데, 맹목적으로 체본을 흉내내면서 쓰는게 아니고, 부단히 수련하고 이론 공부를 통해서 법도에 맞으면서도 자신의 것으로 체화시켜야 서예의 노예가 아닌 서예가가 되는 것이다.

복이 쏟아지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글씨를 뒤집고 낙관
 복이 쏟아지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글씨를 뒤집고 낙관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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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박물관에서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등의 사군자와 그 외 소재를 문인화 형식으로 그리는 문인화 강좌 2개 반이 열린다. 사군자에 대한 기본기를 익히고 이를 바탕으로 창작을 하는 과정이다.

서화작품을 완성하는 중요한 작업으로 서예와 조각, 장법의 묘미가 결합된 종합예술이 전각인데, 전각 강좌를 통해 인장의 역사와 기법을 배우고 본인의 인장을 새길 수 있는 수업을 한다. 또한 전통문화실기 강좌로 민화그리기 강좌가 열리는데, 기본과정, 심화과정, 작품과정 강좌가 열린다.

인문학 강좌로는 수원박물관대학이 운영된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주제로 이론수업 8회, 현장답사 1회로 진행되며, 14기를 모집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수원박물관, #서예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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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가슴에 안고 살면서 고전과 서예에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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