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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 회 : 김남희(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
- 패 널 : 남기철(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동현(홈리스행동 활동가)
- 정 리 : 이경민(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부의 재분배에 소극적인 정부로 인해 심각해지는 문제 중 하나가 '노숙자의 증가'이다."
 "부의 재분배에 소극적인 정부로 인해 심각해지는 문제 중 하나가 '노숙자의 증가'이다."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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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못한다'는 말이 있다.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는 말을 맹신하는 탓일까. 가난에 대한 근본적인 파악 대신 과거 요인에 기인한 정책들만 내놓는 우리나라에서 빈부 격차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기초법 개악 등 현 정부가 내놓는 빈곤대책 기저에는 가난의 원인을 개인에게 찾으려는 시각이 깔려있다. 이러한 시각은 사회적 불평등을 배제한 채 가난을 오롯이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치부하고 이를 정당화한다.

북유럽국가의 경우, 빈곤율을 시장소득과 가처분소득 두 가지 잣대로 통계를 냈을 때 수치 차이가 크다. 이는 조세 및 이전소득 등 국가가 적극적으로 부의 재분배에 개입하는 덕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시장소득과 가처분소득의 차이가 거의 없다. 이렇게 부의 재분배에 소극적인 정부로 인해 심각해지는 문제 중 하나가 '노숙자의 증가'이다. 1997년 IMF 이후 많이 늘어나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노숙인에 대해 정부의 대책은 미비하며 앞으로의 대안도 딱히 없어 보인다.

"'노숙인'이라는 말에는 낙인 효과가 있다"

매년 12월, 누군가에게 연말은 모임이 부쩍 많아지는 바쁜 달이다. 하지만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에게 연말은 추위로 시름을 더하는 느린 달이다. 그럼에도 아직 절망하기 이른 건 어려운 이웃들의 추위를 녹이기 위한 노력이 있기 때문이리라. 소외된 이웃들에게 밝은 온기와 따듯한 희망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남기철 교수님과 이동현 활동가를 만나보았다.

- 우리는 흔히 '노숙인'이라고 하는데 외래어인 '홈리스'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이동현 : "정책용어로는 노숙인으로 쓰고 있지만, 그 외엔 의도적으로는 홈리스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홈리스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첫 번째로 노숙인의 범주를 넓혀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 사회복지사업법에서는 거리나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으로 지칭되었다면 2011년 법이 개정되면서 주거로서 부적절한 곳에 사는 사람을 포함하여 노숙인 등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일자리, 의료정책 등을 시행하는 데 있어 분절적으로 시행되는데 고시원, 쪽방 등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뒷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노숙인 종합계획' 같은 경우도 노숙인을 1만2천 명으로 본다. 이는 거리에서 잔 사람, 시설에 수용하는 사람으로 한정한 것이다. 다른 이유는 주거가 박탈된 상태에서 객관적으로 자기 상태를 인식할 수 있기 위함이다."

- 이해된다. 그럼에도 정책적으로 노숙인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하지 않나?
남기철 : "노숙인이라는 말에는 낙인 효과가 있다. 다시 말해 노숙은 개인 문제의 결과로 보인다. 그래서 국제적 용어인 홈리스를 사용하는 것이다. 노숙인이라고 할 때, 대체적으로는 거리 또는 시설에서 자는 사람만을 지칭하고 있어 주거로서 부적절한 곳에 사는 사람처럼 그 외 홈리스를 통해 포함하고 있는 사람들이 배제되는 것이다."

"홈리스에 적정급여, 안정된 일자리 지원해야"

이동현 활동가와 남기철 교수. "정부는 자활을 강조하지만, 근로유지형을 하는 자활센터는 거의 없다."
 이동현 활동가와 남기철 교수. "정부는 자활을 강조하지만, 근로유지형을 하는 자활센터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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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듣고 보니 홈리스가 현실을 반영하기에 적절한 용어란 생각이 든다. 홈리스가 1만2천 명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것인가?
이동현 : "2011년에 전국단위 조사가 이루어졌지만, 그 이후 전국단위 조사는 없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는 1만여 명으로 얘기하지만 우리는 대략 22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남기철 : "정부는 거리 및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포함하여 노숙인을 1만 명이라고 하고 있다. 쪽방을 포함하면 1만여 명이 넘을 것으로 본다. 반면 시민단체에서는 피시방, 여인숙, 여관 등 숙박업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포함하면 2011년 기준으로 21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리고 도저히 집이라고 할 수 없는 곳에서 사는 사람들까지 범위를 넓히면 22만 명으로 보고 있다."

- 홈리스 실태 조사는 어디서 실시하는 것인가?
남기철 : "보건복지부에서 한국도시연구소에 위탁해서 진행했었다. 찜질방 같은 경우는 이미 홈리스가 많다고 알려진 곳에 전화해서 파악하고, 많은 곳은 일일이 방문을 했다. 그러나 2011년 이후 조사는 없었다."

- 현장에서 느끼는 홈리스 실태는 어떠한가?
이동현 : "홈리스 행동은 서울역 주변을 카운트하고 있다. 여름은 200여 명 정도이고, 겨울은 270여 명이다. 서울시 거리 홈리스는 일시보호시설, 응급대피소 등에 머물다가 거리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남기철 : "서울 지역은 공식적으로 최근 몇 년 동안 홈리스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시설을 폐쇄하게 되면 드러나는 홈리스의 숫자가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최근 서울시가 시설을 없애는 추세라 홈리스가 감소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동현 : "서울역 중심으로 거리 홈리스 사망이 다른 해보다 늘어났다. 어떤 원인이 있다기보다는 누적된 문제가 발현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 홈리스 추모제가 15년째 진행되고 있다. 홈리스 정책 중 시급히 추진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동현 : "홈리스에 대한 사회적 지지 수준이 낮다. 당사자의 목소리도 없을뿐더러 홈리스에 대한 지원은 대부분 지방으로 이양되어 국가적인 지원은 소극적이다. 또한,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등이 제정되어 각 지역에서 특성에 따라 적용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또한, 지원의 한계가 있는데 예를 들면 긴급복지 지원제도가 있으나 홈리스가 거주하는 곳은 서울인데 주소는 제주도라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당사자들은 주거와 일자리 지원 욕구가 강하다. 일자리는 최장 6개월 일할 수 있고 급여는 약 50만 원 수준이다. 그 조건으로 월세를 구해야 한다. 이처럼 잔여적으로 지원하다 보니 탈 노숙인이 될 수 없다. 또한, 작업장에서는 노숙인이라는 낙인이 있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따라서 홈리스가 생활할 수 있으려면 적정급여, 안정된 일자리 등을 단계적으로 지원했으면 좋겠다."

남기철 : "우리나라 노숙인 정책에는 낙인이 기저에 있다. 노숙인을 이상한 사람으로 보고 치료하고 건강한 인식을 함양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노숙인 문제는 우리나라 빈곤, 주택정책 등으로 인한 것이다. 해결을 위해 공공임대 확대 및 지원, 자활급여 지급 등 적정한 생활비 보장 등에 대해 국가가 모색해야 한다. 그런데 노숙인을 낙인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이웃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국가정책으로 사회적 통합을 이뤄야 함에도 정책은 노숙인을 타인으로 바라보고 있다."

- 2011년에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는데 이로 인한 긍정적 효과가 있었나?
이동현 : "2011년도에 제정되어 2번 개정되었다. 그러나 중요한 복지조항이 의무조항으로 되어있지 않다. 또한, 이의신청하는 부분이 빠져 있는데 행정소송을 하라고 하더라. 그러나 노숙인 등이 소송하면서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제4조에 성실의무 조항이 있는데, '성실의무가 있으면 권리구제를 하겠다'는 의미이다."

"제4조(노숙인 등의 권리와 책임) ① 노숙인 등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적절한 주거와 보호 등을 제공받을 수 있으며, 스스로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성실히 노력하여야 한다." -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1항

남기철 : "말이 되지 않는다. 대상이 노숙인이 아니었다면 그 조항이 들어갈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노숙인 실태조사도 5년마다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뭐가 규정되어 있는지 챙기기 힘든 상황일 것이다. 법만 만들어 놓고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 새누리당이 최근에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표했다. 어떻게 보는가?
이동현 : "지난해 11월에 헌법재판소에서는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에 '무연고 시신을 생전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해부용 시체로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한 사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 그러나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이 생전에 반대 의사가 없는 경우에는 해부용 시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넣어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라고 결정했는데도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 이해되지 않으며 반인권적이다."

남기철 :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당연한 결정이다. 그리고 대표 발의한 의원이 '미처 몰랐으며 법안은 폐기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변명이 될 수 없으며 연고가 없는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행위이다. 개정안이 폐기되는지 꼭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자활 이데올로기'는 가난의 원인 파악 못한 것"

- 2015년 7월부터 '맞춤형 개별급여'가 시행되고 있다. 현장에서 개별급여 도입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이동현 : "정부가 맞춤형 개별급여 도입을 시도할 때부터 개별급여의 문제점에 대해서 많은 시민단체에서 지적했었다.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크게 드러나는 문제점은 없다. 그러나 주거급여 같은 경우는 1급지를 제외하고 2, 3, 4급지는 급여가 확 떨어지고 있다."

남기철 : "또한 정부가 반발을 예상에서 한시적으로 이행급여를 지급함으로 커버를 해주고 있다. 이런 지원이 없어지면 피해자들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는 대체로 피해가 두드러지지 않고 있지만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주거급여의 문제가 지역에서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예전에는 수급비가 함께 지급됐지만, 현재는 따로 지급되기 때문에 주거급여가 만 원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생계비 자체가 깎이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동현 : "가난한 사람들은 현금이 있어야 한다. 임대 주택에 사는 한 어르신은 수급비 일부를 조금씩 모아 3년 만에 700만 원을 모았다. 앞 집 사는 노인이 죽은 것을 경험하시고 자신의 장례비를 모았다. 정부는 탈수급을 주장하는데 현금 이용의 가능성을 줄이는 정책을 시행하면 수급자에게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는 것이다."

- 정부는 '일을 통한 복지, 탈 빈곤'을 주장하고 있다.
남기철 : "홈리스 중 한 분은 낮에는 노숙인 근로를 하고, 끝나면 세탁소에서 배달하고 밤에는 식당에서 주차 일을 했다. 그러나 노숙에서 못 벗어난다. 정기적으로 나가는 돈과 수입의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빈곤의 기본문제는 일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적절한 일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적정한 급여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주장이다.

한국의 빈곤 통계 문제는 빈곤율을 시장소득, 실소득으로 했을 때 차이가 안난다는 것이다. 유럽국가 같은 경우는 시장소득으로 했을 때, 차이가 크게 나지만 실소득으로 했을 때는 반대의 결과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같은 경우, 빈곤에 대한 국가 개입 여부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의 무책임을 '자활 이데올로기'로 포장하는 것은 잘못됐다. 아마도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노숙인이 일을 가장 많이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동현 : "우리는 일반적으로 국가 복지에 대한 기대가 없으며 내가 잘 살기 위해서는 일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홈리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정부가 노숙인들에게 자활 의지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는 것은 옳지 않다.

또한, 정부는 자활을 강조하지만, 근로유지형을 하는 자활센터는 거의 없고 쪽방이 있는 지역에만 있다. 그리고 일자리를 선택하면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없는 구조이며 일자리를 구하고 싶어도 인력시장은 그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일자리는 몸을 쓰는 일이 대부분이며 임금 수준은 낮아 빈곤을 탈출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사회안전망이 없다. 딱히 명쾌한 해답이 있지 않아 더 막막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남기철 : "우리나라 빈곤 양상은 분명 과거와 다르다. 예전에는 식비가 큰 부담이 되었다면 현재는 부채, 주거비 등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과거 요인에 기인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문제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파악하지 않는다면 빈곤의 격차는 상당히 커질 것이다."

이동현 : "사회적으로 공공부조에 대해 논의를 할 때 대부분은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고가 바탕이 되었을 때, 논의는 이루어질 수 없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노동으로 인한 임금만으로 살 수 없는 사회적 환경이기 때문에 사회적 임금이 필요하며 국가의 적극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발간하는 월간 <복지동향>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태그:#가난, #불평등, #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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