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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인 1939년에 촬영해 만들어졌던 조선의 대표적 영화이며 청소년 영화였던 '수업료' 필름이 중국에서 발견된 것을 2014년에 디지털 상영 본으로 완성했었다. 식민지 조선의 슬픈 풍경이 담겨있고, 영화의 배경이 수원화성이라 관심이 있었고, 수원에서도 여러 차례 상영했었다.

영화 '수업료'는 수원화성의 화홍문, 수원천, 화서문, 서북공심돈, 북서포루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11살짜리 주인공인 영달이의 부모는 행상을 떠나고, 할머니는 병들어 누워있으면서 수업료 낼 돈이 없어 나라 잃은 백성이 겪게 되는 어려운 시절과 고달픈 삶을 잔잔하고 리얼한 동심의 세계로 묘사한 영화다.

영화속 북서포루와 성벽, 성가퀴는 대부분 무너졌고 포루도 전면만 남아있다. 전면에서 총혈과 총안의 수를 확인할 수 있다.
 영화속 북서포루와 성벽, 성가퀴는 대부분 무너졌고 포루도 전면만 남아있다. 전면에서 총혈과 총안의 수를 확인할 수 있다.
ⓒ 영화 '수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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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럽게 지난 영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수업료'의 배경인 1939년의 수원화성 모습을 리얼하게 볼 수 있어서이다. 흑백필름이란 한계와 정확한 배경을 확인하기 힘든 곳이 있었지만, 수원천에는 버드나무보다 미루나무가 많았던 게 인상적이었고, 화홍문이 나오지만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이 나오며, 카메라 각도가 좁아 주변의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수원화성의 성가퀴와 주요 건축물이 전쟁 때 부서진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영화 속 수원화성을 보면 1939년 당시에 이미 상당한 부분에서 폐허로 변해간 것을 볼 수 있다. 화홍문이 무너지고 중건되는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일제에 의해 나라 잃은 우리의 귀중한 문화재가 파괴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수원화성 북서포루 현재 모습
 수원화성 북서포루 현재 모습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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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특별히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장안문과 화서문 사이에 있는 북서포루(北西砲樓)와 주변 성곽을 배경으로 한 장면이다. 야외학습장인 학교농원에서 오이를 관찰하는 부분이 두 차례 나오는데, 주변의 성벽은 거의 완벽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성가퀴는 대부분 무너진 상태이고, 북포루(北鋪樓)도 누각 부분이 부서져 볼 수가 없다.

부서진 북포루 뒤로 서북공심돈과 화서문의 모습을 희미하게 볼 수 있어, 영화의 배경이 북서포루 근처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영화 속의 북서포루는 전면만 일부 남아있을 뿐 옆면은 모두 부서진 상태이다. 그런데 남아있는 북서포루 전면에서 2개의 대포 혈석과 1층에 총혈 3개, 2층에 총안 5개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화성성역의궤 포루외도 그림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이다.

영화속 동장대 모습
 영화속 동장대 모습
ⓒ 영화 '수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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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의 북동포루(北東砲樓) 사진에서는 성 밖 지붕의 모습과 전면, 옆면의 대포 혈석 수, 총혈과 총안의 수, 전안의 수를 일부만 확인할 수 있었는데, 수업료 영화 속 북서포루의 모습을 통해 지붕을 제외한 포루의 정확한 외형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수원화성에는 모두 5개의 포루가 있는데, 지붕의 형태를 복원하는 데 있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해도, 포루의 몸체를 복원한 것을 보면 화성성역의궤에 나와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복원되었다. 물론 원본에도 도설과 설명에 오류가 있기는 하지만, 복원하는 과정에서 포루외도를 따르지도 않고 포루 설명을 따르지도 않아 총혈, 총안과 전안을 제멋대로 뚫어서 복원한 것이라 포루의 겉모습이 제각각이다.

영화속 화서문과 서북공심돈, 두 건물은 축성 당시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영화속 화서문과 서북공심돈, 두 건물은 축성 당시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 영화 '수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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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의 복원한 것이므로 남의 탓으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문화재를 복원할 때는 역사적으로 검토하고, 자료와 기록 등을 정확하게 고증하고 혼을 불어넣듯 복원해야 한다. 시간에 쫓긴다고 날림으로 하거나, 모른다고 대충 하거나 하면 두고두고 후손들의 질책을 받는 부끄러운 조상이 되는 일이다.

현재 수원화성의 동남각루는 해체복원 공사 중이고, 창룡문 옹성, 동북공심돈, 화홍문 홍예 등에서 보수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6년 수원화성 방문의 해에 맞춰 공사를 강행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또한 수원화성 성벽과 성가퀴, 건축물 곳곳에 보수의 손길이 필요하다. 정치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백년 앞을 내다보는 심정으로 철저하게 계획을 세운 후 보수작업 및 복원작업을 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수원화성, #수업료, #북서포루, #서북공심돈, #화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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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가슴에 안고 살면서 고전과 서예에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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