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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문화제 포스터와 행사장 입구에서 관객을 기다리는 김련희씨
▲ 토크문화제 행사장 입구에서 관객을 기다리는 김련희씨 토크문화제 포스터와 행사장 입구에서 관객을 기다리는 김련희씨
ⓒ 조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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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가수의 애수에 젖은 목소리에 김련희씨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사전공연에서 '향수'를 부르는 초대가수.
▲ 사전공연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 사전공연에서 '향수'를 부르는 초대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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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 저녁7시, 겨울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저녁. 대구 중구의 오오극장에서는 한 여인을 '집으로 가는 길'로 보내기 위한 모임이 마련되었다. 바로 평양주민 김련희씨가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을 집으로 가는 닫혀진 길을 열기 위한 '송환 토크문화제'가 개최되었다.

토크문화제가 열린 날인 12월 10일은 올해 67주년을 맞이한 세계인권선언의 날이다. 세계인권선언 전문 15조에는 '누구에게나 국적을 가질 권리가 있으며 누구나 자의적으로 국적을 박탈당하거나 국적을 변경할 권리를 거부당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있다.

평양주민 김련희씨는 2011년 9월 입국 직후 실수로 남한에 들어왔으니 고향인 평양으로 돌려보내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녀는 최초로 공개적인 송환을 요구한 북한이탈주민이다.

부모님과 남편, 딸아이가 있는 가정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한 그녀의 절실한 요구에 대구경북지역 시민사회가 마음을 움직였다. 그녀의 '집으로 가는 길'의 문을 함께 열겠다는 지역 사람들의 노력으로 '평양주민 김련희씨 송환을 위한 대구경북모임'이 만들어졌다.

세계인권선언의 날인 12월 10일에 토크문화제를 개최한 것은 바로 누구나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자신의 인권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돕고 함께 힘을 모으기 위함이었다. 김련희씨가 사랑하는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집으로 가는 길'을 함께 이야기하고 짧은 문화공연을 통해 인권의 목소리가 보다 많은 이들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 작은 극장 안을 울려 퍼졌다.

토크문화제 입구에서 김련희씨에 대한 응원메세지를 적고 있는 참가자.
▲ 응원메세지를 쓰는 참가자 토크문화제 입구에서 김련희씨에 대한 응원메세지를 적고 있는 참가자.
ⓒ 조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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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제 개최비 마련을 위한 모금에 응하는 참가자의 모습.
▲ 모금에 동참하는 참가자 문화제 개최비 마련을 위한 모금에 응하는 참가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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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50여 명의 관객들은 저마다 응원의 메시지를 적고 하루빨리 평양주민 김련희씨가 분단과 정치적인 이유를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모금에도 참여하였다. 토크는 2명의 패널과 함께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었다.

원하지 않던 남측생활의 순탄치 않았던 어려움들, 북측으로 돌아가려하다 방법이 없어 자살을 시도한 이야기, 북측에서의 소소한 일상생활 등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분단의 아픔으로 만들어진 반인권적인 상황을 관객들에게 전하였다. 멀리 재미동포 신은미씨의 안부인사도 영상으로 상영되었다. 지난 방북을 통해 만난 김련희씨 가족들의 건강과 안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토크문화제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김련희씨
▲ 토크문화제 토크 중인 김련희씨 토크문화제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김련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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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배운 바이올린으로 '직녀에게'를 연주하며 가족을 그리워하는 평양주민 김련희씨
▲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김련희씨. 어린 시절 배운 바이올린으로 '직녀에게'를 연주하며 가족을 그리워하는 평양주민 김련희씨
ⓒ 조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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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어둠을 뚫고 극장 화면에 김련희씨의 딸 련금씨의 모습이 나타났다. 싱가포르 사진작가 아람판씨가 유투브에 올린 영상이었다. 엄마의 안녕과 건강을 걱정하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딸의 모습을 보자 김련희씨의 눈에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영상이 끝나자마자 딸 련금씨의 엄마에게 쓴 안부편지가 대독되었다. 사랑하는 엄마의 고생을 걱정하는 딸의 글을 들은 김련희씨는 작고 철부지인줄 만 알았던 딸아이가 어른스러워지고 대견하다는 말을 전하였다. 어머니에게는 누구에게나 있는 깊은 '모성애'가 관객들에도 전해졌다.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중략)
슬픔은 끝나야 한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 (노래 '직녀에게' 중)

마지막으로 어린 시절 바이올린을 배웠다는 그녀는 '집으로 가는 길'을 걸어가기 위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바이올린을 들었다. '직녀에게'라는 노래의 선율을 연주하며 김련희씨는 슬픔도 끝내고 이별도 끝내는 '집으로 가는 길'을 오늘도 가려고 한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평양, 그녀는 과연 집으로 갈 수 있을까?

12월 10일 67주년 세계인권선언일의 자화상이 너무나 슬픈 토크문화제가 끝났다. 한 관객은 집으로 돌아가는 자신의 마음에 묘한 미안함이 들었다고 한다. 김련희씨는 남측에 와서 많은 분들의 도움에 감사하다며 '집으로 가는 길' 함께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막혀있는 '집으로 가는 길'을 함께 열어줄 50여명의 관객들의 마음에도 김련희씨가 가족을 다시 만날 그 날을 위해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보낸 토크문화제였다.

평양주민 김련희씨가 토크문화제를 마치고 마무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참가자들과 함께 마무리 기념사진 평양주민 김련희씨가 토크문화제를 마치고 마무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조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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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평양주민, #김련희, #세계인권선언, #인권, #토크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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