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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제 성공회대 교수가 세계인권의 날인 10일 오후 7시 대전 서구문화원 소강당에서 '세계인권선언을 다시 생각한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가 세계인권의 날인 10일 오후 7시 대전 서구문화원 소강당에서 '세계인권선언을 다시 생각한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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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은 세계인권선언 67주년이다. 1948년 제정된 세계인권선언은 유엔의 세계인권선언 제정위원회 9명의 위원들이 2년간 논의를 통해 초안을 만들었다.

"만 2년이 걸렸어요. 회의만 수백 번을 하고 투표를 3000번이나 했다고 해요."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는 세계인권의 날인 10일 오후 7시 대전 서구문화원 소강당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을 다시 생각한다'는 강연을 통해 세계인권선언이 만들어진 과정을 설명했다. 이날 강연은 대전충남인권연대 주최로 개최됐다.

조 교수는 "인권선언이 나온 과정에 대해 선진국의 역할만 강조돼 왔다"며 "하지만 중소국들이 기여가 컸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선진국들은 당시 많은 식민지를 갖고 있어 인권을 언급하는 데 대해 불편하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먹고 살기 힘들었던 중소국들이 먹고 사는 권리 즉,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를 인권목록에 확실히 포함시키는 성과를 남겼다"고 강조했다. 당시 중소국은 칠레, 레바논, 중국, 이집트, 인도, 파나마, 필리핀, 우루과이 등을 일컫는다. 의식주, 사회 보장, 의료, 적절한 생활수준, 노동, 휴식, 교육, 문화를 인권선언에 포함시킨 건 중소국들의 노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는 자리가 다르면 풍경이 달라지듯, 선진국의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인권 문제가 차별을 당해온 중소국의 눈에만 보였던 셈이다. 조 교수는 "아시아의 유교도 인권선언문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당시 중국 측 제정위원이었던 장펑춘이 큰 몫을 했습니다. 그는 서구 중심적 틀에서 벗어나 인권을 인간의 이상과 양심에 근거한 '인본적'개념으로 확정하는데 기여했어요. 인권선언에 기독교 자연법 인권관이 명시되지 않고 천부인권론의 색채가 옅은 것 그의 영향입니다."

세계인권선언 사용법 아세요?

10일 오후 7시, 대전 서구문화원 소강당에서 대전충남인권연대 주최로  '세계인권선언을 다시 생각한다' 주제 강연(조효제 성공회대 교수).
 10일 오후 7시, 대전 서구문화원 소강당에서 대전충남인권연대 주최로 '세계인권선언을 다시 생각한다' 주제 강연(조효제 성공회대 교수).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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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맞춰 불어 닥친 냉전은 세계인권선언의 최대 걸림돌이었다.

"48년 12월에 유엔총회 투표결과 58개 회원국 중 찬성 48, 기권 8, 불참 2로 통과됐어요. 이때 냉전이 본격화됐죠. 몇 달만 늦었어도 인권선언은 나오지 못했다는 관측이 많아요. 냉전으로 합의가 불가능했던 거죠."    
  
조 교수는 "세계인권선언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최초의 인권선언으로 전 세계인들의 열망을 담아 작성됐다"며 "이후 국제인권법 체계의 모태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강연 말미에 세계인권선언 사용법을 소개했다.

"권리는 보편적으로. 모든 사람을 평등하고 차별 없이 대우, 권리들을 나누지 않는다. 권리는 가까운 곳에서부터. 권리와 의무는 동전의 양면. 모든 사람을 위한 모든 권리!"

"제대로 된 인권단체 발족시키겠다"
대전충남인권연대 첫 '풀뿌리 인권상' 받은 신춘희씨
대전충남인권연대가 주는 제 1회 '풀뿌리 인권상'을 수상한 신춘희 씨
 대전충남인권연대가 주는 제 1회 '풀뿌리 인권상'을 수상한 신춘희 씨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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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인권연대는 10일 오후 7시 대전 서구문화원에서 가진 송년회에서 제1회  '풀뿌리 인권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첫 '풀뿌리인권상'은 신춘희씨에게 수여됐다. 신씨는 자신이 겪은 인권침해 사례를 알려 지역 인권실태를 개선하는 데 기여한 공로가 인정됐다. 그는 지난 7월, 자신이 일했던 노동인권단체 상급자로부터 겪은 지속적인 성희롱과 비인권적 대우를 받았다고 폭로하고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노동인권단체 상급자의 인권 지수를 문제 삼은 일로 큰 용기가 필요했다. 이 일로 가해자가 파면되고 해당 노동인권상담센터는 폐쇄됐다. 또 향후 성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 등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날 신씨는 수상 소감을 통해 "인권단체 활동가의 그늘진 일을 덮어야 하나, 드러내야 하나에 대한 고민이 가장 힘들었다"며 "하지만 공론화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 중 인권모임인 (가칭)'꿈틀'을 발족시키려고 한다"며 "이를 위해 열심히 공부 중"이라고 소개했다.

다음은 이날 신씨와 가진 일문일답.

- 대전충남인권연대가 주는 '풀뿌리 인권상' 첫 수상자가 됐다. 소감은?
"대전충남인권연대 힘이 컸다. 합리적, 객관적으로 조사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원을 해줬다. 여기에 더해 상까지 줘 감사할 뿐이다."

- 노동인권단체에서 상근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경력이 단절된 주부였다. 이번 일을 극복하는데 대학 시절 학생회에서 토론하면서 활동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 이번 일을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공론화하는 것 자체가 가장 힘든 일이었다. 인권단체 활동가의 그늘진 일을 덮어야 하나, 드러내야 하나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지역 내 하나밖에 없는 인권 단체 활동가의 속내를 드러낼 경우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지역민들의 마지막 호소할 곳을 빼앗아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힘들었다. 남편은 '그냥 덮었다가 다른 여직원이 더 큰 피해를 보는 일이 생기게 되면 양심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남편의 말에 용기를 냈다."

- 후회하지는 않나?
"결과적으로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해당 단체는 독단적으로 운영했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제대로 된 단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사건 이후 매주 지역 사람들이 모여 인권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하고 있다고 들었다.
"2년 전에 자치단체에서 인권조례를 제정한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하지만 조례만 있고 아무런 활동이 없었다. 시청에 조례에 맞게 인권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여러 사람이 매주 모여 인권에 대한 영화를 보고 토론도 하고 있다. 이달 중 인권 강연도 준비 중이다."

- 향후 계획은?   
"인권침해를 당하면서도 갈 곳 없는 시민들을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늘 남아 있다. 그래서 내년 상반기 중 인권모임인 (가칭)'꿈틀'을 발족시키려고 준비하고 있다. 열심히 공부 중이다."



태그:#대전충남인권연대, #세계인권선언, #조효제, #신춘희, #풀뿌리인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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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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