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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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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시 도천동 윤이상 기념관 옆에는 400년째 삼도수군통제영 12공방의 맥을 이어온 마지막 공방이 있다. 이 공방에서 인간문화재(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99호) 추용호 장인이 거주하며 아직도 통영소반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통영시는 도로공사를 명분으로 이 보물 같은 전통 공방을 허물고 인간문화재를 쫓아내려 하고 있다. 국가로부터 '인간문화재' 지정서가 도착한 2014년 9월 23일, 통영시는 추용호 장인에게 강제수용에 따른 집 몰수와 명도 소송장을 보냈다.

국가가 인간문화재로 높이 떠받든 날 통영시는 인간문화재의 등에 비수를 꽂은 것이다. 쫓겨나면 오갈 데 없는 추용호 장인은 공방을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통영시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공방의 가치를 잘 아는 추용호 장인은 더 많은 보상이 아니라 전통 공방이 지켜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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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용호 장인의 공방은 19세기 말 삼도수군 통제영 시대에 지어진 한옥인데 건물 자체만으로도 문화재적 가치가 충분하다. 더구나 이 공방은 통제영 12공방 장인들에게 기술을 전승받았던 추용호 장인의 아버지 추웅동(1912~1973) 선생의 공방이기도 했으니 공방의 역사만 물경 100여년이다.

이 나라 어디에 100년 된 전통공방이 또 남아 있을까. 참으로 역사적인 공간이다. 그런데 누구보다 앞서 공방을 보호하고 지켜야 마땅할 통영시가 오히려 이 공방을 파괴하는 데  앞장서고 있으니 참으로 참담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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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반은 음식 먹을 때 사용하는 작은 상이다. 부엌에서 방안으로 음식이나 그릇을 옮길 때는 쟁반의 용도로도 쓰이는 실용적인 목가구다. 고구려 무용총 벽화에도 나올 정도로 이 땅의 민중과 함께한 역사가 깊다.

통영 소반은 아름다운 무늬목을 사용하거나 나전으로 장식하고 문양을 조각하여 한껏 멋을 부린 생활 예술품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래서 통영반(統營盤)이라고 불린 통영 소반은 조선시대에 나주의 나주반(羅州盤), 해주의 해주반(海州盤)과 함께 조선 3대 소반으로 꼽혔다. 조선시대 최고의 명품 가구였던 셈이다.

1895년 삼도수군통제영이 폐영 되자 300년간 통제영의 물품을 제작해왔던 12공방도 함께 해체되고 소반장을 비롯한 장인들은 거리로 내몰렸다. 통제영 12공방의 맥이 끊길 것을 염려한 12공방 출신 장인들이 모여 도천동에 공방을 차리고 강습소를 연 뒤 제자들을 길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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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반장으로 이름 높았던 추용호 장인의 어버지 추웅동 선생은 나전칠기의 명인 송방웅 선생과 함께 이 강습소의 1기 졸업생이었다. 통제영 12공방의 정통성을 계승한 장인이었던 것이다. 추용호 장인 또한 아버지 추웅동 장인에게 전수받아 40여 년을 소반만 만들어 왔다. 그리고 그 가치를 인정받아 마침내 국가 지정 인간문화재가 됐다. 추용호 장인은 통제영 12공방 400년의 맥을 계승한 마지막 소반장이다. 

윤이상 기념관 옆 통영시 도천동 일대, 속칭 새미골은 한때 60여 곳의 공방이 밀집해 있던 대표적 공방거리였다. 그런데 지금은 추용호 장인의 공방만 유일하게 남아 있다. 도로는 우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통 공방은 파괴되면 영원히 사라진다. 도저히 도로계획의 변경이 불가능하다면 문화재급인 100년 전통 공방 건물의 이주 대책이라도 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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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통영시에서는 아무 대책없이 철거만 하려 한다. 400년 전통을 이어온 삼도수군통제영 마지막 공방이 파괴되도록 두고만 볼 것인가. 인간문화재가 거리로 내쫓기는 것을 두고만 볼 것인가. 그것은 분명 죄악이다. 상황이 아주 시급하다.

통영시는 이미 이 공방의 앞뒤로 도로공사를 마쳐버렸다. 법원의 결정이 나면 순식간에 100년 된 인간문화재의 공방을 포클레인으로 밀어버릴 심산이다. 통영시의 분별없는 문화재 파괴 행위를 문화재청이, 국가가 나서서 제지해야 마땅한 도리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강제윤은 시인이자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입니다.



태그:#통영,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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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섬 활동가입니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당신에게 섬><섬을 걷다><전라도 섬맛기행><바다의 황금시대 파시>저자입니다. 섬연구소 홈페이지. https://cafe.naver.com/isla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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