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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우리의 일상을 점령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는 모두 스마트폰을 붙들고 SNS의 뉴스피드를 확인한다.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면 SNS에 올리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됐다. 대한민국에서 소위 'SNS 삼대장'이라 불리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는 이제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이 향유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SNS를 확인하고, 잠들기 전까지 SNS를 확인하는 시대다. SNS가 일상에 빼곡히 틈입한 것이다. 때문에 기존에 없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남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편집한다. 또 SNS에 올라오는 남들의 좋은 모습을 보며 실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도 한다.

자신과 남을 계속 비교하면서, SNS에 남들보다 더 나은 사진이나 더 자랑할 만한 사진을 강박적으로 올리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자투리 시간이 생길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SNS를 확인한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도 SNS를 확인하느라 매일 몇 시간씩 낭비하고 있다. 한 마디로 SNS에 '중독'된 것이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인 수재나 E. 플로레스의 <페이스북 심리학>은 SNS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함에 따라 어떤 문제들이 나타났는지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물론 <페이스북 심리학>은 제목처럼 분석대상을 페이스북에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월 이용자 수가 10억 명(2012년 기준)에 달하고, 미국의 대다수 시민이 이용하기 때문에 이를 SNS 일반까지 확대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자기 편집의 위험성

<페이스북 심리학>, 책표지
 <페이스북 심리학>, 책표지
ⓒ 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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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찐 게 걸리는가? 문제없다. 5년 전에 찍은 사진을 올려라. 그게 먹히지 않더라도 우리에겐 포토샵이 있다. 페이스북에서는 죄다 편집 가능하다. 우리는 마음껏 자기 삶을 재창조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가능성—우리의 정체성을 재창조할 수 있는 힘—은 정말 기이하다."(본문 45쪽)

'SNS에 올리는 사진은 수십 장 찍은 사진 중에 가장 잘 나온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특히 여러 사진 중에서도 셀카(셀프카메라)를 올릴 때 가장 공들인다고 한다. 나였다면 차라리 안 찍고 말았을 테다. 하지만 '가장 잘 나온 나'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사진을 찍는 행위는 일견 대단해 보였다.

그런데 버려진 수십 장의 사진에 찍힌 것이 과연 '나'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무리 부인하려고 해도 '나'를 찍은 사진이 잘 나왔든 못 나왔든 간에 그것은 모두 '나'다. 하지만 SNS가 우리의 일상을 점령해 나갈수록 SNS는 편집한 나를 진짜 나라고 믿게 만든다. SNS상의 나는 많은 사람들이 지지해주지만, 그에 비해 현실의 나는 비루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포스팅은 단순히 자신의 하루를 보여주고 업데이트 하는 것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좋은 면만을 올리고 나쁜 면은 숨겨야 한다는 압박감을 점점 더 느끼고 있다."(본문 43쪽)

SNS에 올려진 나를 진짜 나라고 믿으면 믿을수록 현실의 나와의 괴리는 점점 커진다. 결국 화려한 SNS에서의 나와 상대적으로 비루한 현실을 비교하면서 우울증에 빠진다. 이것이 심해지면 비루한 현실을 외면하고 SNS의 화려한 나에게 중독되는 것을 선택한다. 실제 자신보다 자신의 SNS 아바타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10대가 위험하다

한국에서 SNS가 발달하고 대부분의 사람에게 스마트폰이 쥐어진 것은 채 10년도 되지 않았다. 현재 SNS가 일상에서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휘두른다고 해도, 20대 후반에 접어든 나는 일상을 망가뜨릴 만큼 SNS에 의존하지 않는다. 하지만 10대는 다르다. 지금 10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이 보편화 된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하고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세상이다. 아이들이 울면 이제 안고 달래주기보다 뽀로로 영상이 나오는 스마트폰을 건네줄 정도다. 이러한 시대를 어린 시절부터 겪어온 이들을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즉 현재 10대들에게 디지털은 삶의 터전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나를 비롯한 어른들은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를 구분할 수 있는 충분한 경험이 있다. 어린 시절을 디지털 세계가 존재하기 이전에 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10대는 다르다. SNS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SNS를 자신의 삶에 일부라고 여길 확률이 높다. 때문에 SNS가 주는 여러 부정적인 영향력에 아주 쉽게 노출된다.

특히 자아정체성을 형성해야만 하는 10대들에게 앞서 언급한 자기 편집의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자아정체성을 제대로 형성하기 위해서는 현실의 나를 직면해야 한다. 하지만 SNS 활동에서 요구되는 자기 편집은 이를 가로막는다.

"페이스북의 기능들은 자기 정보를 편집하고 타인의 인정을 갈망하게 만들었고 이는 우리의 자아정체성을 약화시키고 자기 가치감과 관련된 문제들을 양산하고 있다. 극단적인 수준에서는, 셀카를 포함하여 자신이 올리는 포스팅에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에 따라 자기 가치를 규정한다. 자기 편집에 지나치게 몰두하면 점점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고 순수한 자기표현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두려워하기 때문에 진짜 자신을 쉽게 잃어버릴 수 있다."(본문 259쪽)

현재 10대들은 이러한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특히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교육만 받는 학생들은 성찰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SNS 환경 역시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부터라도 주체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SNS를 비롯한 디지털 세계에 관한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용당하기보다 이용하기를

SNS에 지나치게 빠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지금의 10대가 디지털 네이티브인 터라 조금 더 위험할 뿐이다. SNS는 단지 SNS일 뿐이다. 물론 SNS에 올린 자신의 편집된 삶이 SNS 친구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행복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에 직면하는 순간 무너져 내리고 마는 신기루일 뿐이다.

더욱이 SNS에 올리는 삶의 일부는 스스로의 삶이 아니라 타인이 원하는 삶일 뿐이다. 타인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은 공허하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어릴 적 부모님이 원하는 삶을 살다 지쳐본 경험이 있지 않은가. 또 SNS라는 타인에게 삶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우를 범할 것인가. 행복은 스스로 결정할 때만 존재할 수 있다.

"페이스북에 무엇을 올릴지를 다른 사람들의 인정에 근거하여 결정하면 그들에게 당신의 행복을 결정하는 힘을 넘겨주는 셈이다."(본문 241쪽)

덧붙이는 글 | <페이스북 심리학>(수재나 E. 플로레스 씀/ 책세상/ 2015. 9/ 정가 14,800원)

이 기사는 본 기자의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심리학 - 페이스북은 우리 삶과 우정, 사랑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가

수재나 E. 플로레스 지음, 안진희 옮김, 책세상(2015)


태그:#SNS 중독,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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