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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거점 병원으로 성장하고 있는 인천성모병원 전경. 인천성모병원은 현재 주차장 부지로 사용하고 있는 부평구 부평동 663-20번지 일원 15329㎡를 256억3044만 원에 매입했다. 인천성모병원은 이 곳에 병동을 신축할 예정이다. <사진 : 인천성모병원 제공>
 인천의 거점 병원으로 성장하고 있는 인천성모병원 전경. 인천성모병원은 현재 주차장 부지로 사용하고 있는 부평구 부평동 663-20번지 일원 15329㎡를 256억3044만 원에 매입했다. 인천성모병원은 이 곳에 병동을 신축할 예정이다. <사진 : 인천성모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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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이하 인천성모병원)과 가톨릭 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이하 국제성모병원)의 운영이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인천성모병원에서 극단적 수익 추구로 노동권과 인권이 짓밟히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관련 기사 : 보건의료노조, 천주교 인천교구 정조준). 국제성모병원에선 환자 유치가 논란이 됐다. 직원들이 친인척을 동원해 환자를 유치하고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준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두 병원은 모두 천주교 인천교구 산하 병원으로, 재단법인 인천교구 천주교회유지재단이 운영한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 산하 인천성모병원지부 홍명옥 지부장은 최근 인천교구청 앞에서 천막 농성에 시작했다.

홍 지부장은 최기산 주교 면담을 요청했다. 면담은 성사될 듯했지만, 최 주교가 인천성모병원장 신부와 행정부원장 신부를 만나고 나서 면담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2일 최 주교를 쫓아다니는 '그림자 투쟁'을 전개했다.

한국 천주교 교구에서 유일하게 '노동자 주일'까지 만든 인천교구장이 노동자들을 피해 다니면서, '견진성사(=세례성사를 받고 난 사람이 신앙을 확고히 했음을 증명하는 성사)'를 하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홍 지부장은 지난 25일 인천교구청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주교와 면담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기자회견에서 김창곤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본부장은 "인천교구는 매해 5월 첫 번째 주에 노동자 주일 미사를 여는 유일한 교구다"라고 한 뒤 "8월 말까지 교구에서 나서지 않으면 민주노총뿐 아니라 한국노총 사업장들도 인천성모병원을 이용하지 않는 운동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인천지역 노동계는 지난 19일 인천성모병원과 인천교구청 앞에서 부당 노동행위 중단, 돈벌이 경영 중단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 맨 앞 좌측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장하나 국회의원이다. <시사인천 자료사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인천지역 노동계는 지난 19일 인천성모병원과 인천교구청 앞에서 부당 노동행위 중단, 돈벌이 경영 중단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 맨 앞 좌측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장하나 국회의원이다. <시사인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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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정치권은 왜 침묵하나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치권도 나서서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9일 인천성모병원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돈벌이 경영과 인권 탄압을 중단하지 않으면, 병원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시킬 수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인천성모병원 돈벌이 경영과 노동·인권 탄압 실태 고발 및 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보건의료노조와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보건복지위원회)·이인영(환경노동위원회)·장하나 국회의원과 정의당 정진후(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였다.

하지만, 인천 노동 현안임에도 인천지역 국회의원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시민사회 활동과 인권변호사를 주요 경력으로 내세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문병호(부평갑)·최원식(계양을) 의원이 있고, 18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맹활약한 홍영표(부평을) 의원도 있는데도 말이다. 특히 홍 의원은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2011년 한진중공업 사태를 중재해 309일 동안 타워크레인에서 농성한 김진숙씨를 무사히 내려오게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홍 의원에게 토론회를 공동으로 주최하자고 제안했지만, 홍 의원은 이를 거부했다. 홍 의원실 관계자는 <시사인천>과 한 전화 통화에서 "지역의 중추적 의료기관으로서 재판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대응할 필요성이 있는 사안이다"라고 신중한 의사를 밝혔다.

지역의 거점 병원에서 극단적 수익 추구 논란과 노동권과 인권이 짓밟히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지역 정치권은 관망하는 자세다. 이러한 태도를 두고 '정치권이 천주교라는 막강한 힘 앞에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지부 홍명옥 지부장은 지난 25일 천주교 인천교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태 해결을 위해 최기산 주교와의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사진 :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지부 홍명옥 지부장은 지난 25일 천주교 인천교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태 해결을 위해 최기산 주교와의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사진 : 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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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정치인 정치후원금 기부액 초과하기도

특히 인천성모병원이 평소 인천지역 정치인들을 정치후원금으로 관리해, 지역 정치인들이 이번 사태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시사인천>은 19대 총선이 끝난 2012년 5월 인천지역 19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후원회 모금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 내역을 입수해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인천성모병원 병원장이 정치자금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거액의 정치후원금을 국회의원들에게 기부한 것이 확인됐다.

이학노 몬시뇰 인천성모병원장은 19대 총선 때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교흥(서구강화갑)·신학용(계양갑)·최원식(계양을)·홍영표(부평을) 후보에게 500만 원씩 기부했다. 문병호(부평갑) 후보에겐 300만 원을 기부했다. 새누리당 이학재(서구강화갑)·홍일표(남구갑)·황우여(연수구)·정유섭(부평갑) 후보에게도 500만 원씩을 기부했다.

이 원장이 정치후원금을 기부한 9명 중 7명이 당선됐다. '돈은 국회의원 당선자를 알고 있다'는 불문율처럼 말이다. 특이한 것은 같은 지역구 여야 후보자에게 정치후원금을 기부한 곳이 있다. 바로 서구강화<갑>과 부평<갑>이다. 두 지역구의 공통점은 인천교구 산하의 병원이 있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또한 인천성모병원 관계자들은 인천지역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 등에도 자주 참석하기도 했다.

정치자금법 11조를 보면, 국회의원 후보자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정치후원금은 연간 2000만 원을 초과할 수 없다.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받은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병원장은 이와 관련해 법적 조치를 받지 않았다.

당시 인천성모병원 쪽 관계자는 "선관위에서 최초 안내를 받을 때는 500만 원 이상을 기부할 수 없다고 안내를 받은 것으로 안다. 총액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안내를 받은 사항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지켰다"며 "어떤 후보자는 고등학교 동창이고, 천주교 신자이다"라고 해명했다.

홍명옥 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지부장은 지난 20일 '인천성모병원 돈벌이 경영 및 노동·인권탄압 행태 폭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홍 지부장은 인천성모병원의 경영 실태를 폭로했다.
 홍명옥 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지부장은 지난 20일 '인천성모병원 돈벌이 경영 및 노동·인권탄압 행태 폭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홍 지부장은 인천성모병원의 경영 실태를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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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탄압과 영리 행위 심각" vs "노조가 오히려 설 자리 잃어"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0일 인천YWCA 교육실에서 '인천성모병원 돈벌이 경영 및 노동·인권탄압 행태 폭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홍 지부장은 "인천성모병원 경영의 최우선 과제와 목표는 새로운 환자 유치와 수익 창출"이라며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직원 동원 과정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날 홍 지부장이 공개한 자료는 2008년 11월 인천성모병원 경영전략실에서 작성한 '대 팀장 및 중간관리자 회의 운영계획'이었다.

또한 2009년 2월 기획조정실 회의록도 공개했다. 이 회의록엔 행정부원장 종합의견으로 '환자 풀을 증가시키는 것이 최대 숙제이고 급선무'라며 '외과·신경외과 등 수익성 높은 임상과를 선정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것'을 밝히고 있다. 또한 'PET-CT 운용 활성화를 위해 하루평균 17건의 촬영 건수를 유지·관리할 것' 주문하고 있다.

이 밖에도 병원은 종합검진 안과 검사 파트 검사자가 검진 환자를 대상으로 고령화 환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백내장과 녹내장, 혈압, 당뇨합병증으로 인한 망막 검사 등 안과 정밀검사의 필요성 등을 차별화해 홍보하게 했다.

홍 지부장은 "환자 유치 목표치 미달 시 전 직원 모니터에 온종일 적색 신호로 깜빡이면서 유치 현황이 뜬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시사인천>이 만난 인천성모병원 한 전문의는 홍 지부장과 상반된 주장을 했다. 이 전문의는 병원과 노조 양쪽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익명 처리를 전제로 한 이 전문의는 "전국 대학병원들의 실태는 비슷하다. 중환자 비율을 높이는 것은 정부 지침이고, 권장 사항"이라며 "3급 병원은 돈 적게 되는 경증 환자보다 중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인천성모병원은 경증 환자 유치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성모자애병원 때는 안 되는 수술이 많았지만, 지금은 외부에서 전문의를 많이 데려와 안 되는 수술이 없을 정도로 병원의 의료 질은 좋아졌다"며 "노동 강도는 분명히 높아졌지만, 병원 종사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체불임금도 없어지고, 상여금도 잘 나오고 있어 종사자들의 만족도가 과거보다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노조가 오히려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인천성모병원과 국제성모병원을 분리해 봐야 한다. 국제성모병원의 경우 2차 병원과 경쟁 관계에서 환자 유치에 나섰지만, 인천성모병원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며 "두 사안을 혼동해서 대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조언까지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성모병원, #보건의료노조, #정치자금법, #국제성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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