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신해철이 생전 콘서트에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가수 신해철이 생전 콘서트에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 이세진


지난 9월 20일 토요일 저녁 연세대학교 대강당. 올해 데뷔 26주년을 맞은 신해철과 넥스트 유나이티드(N.EX.T Utd)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조명이 어두워지고, 웅장한 사운드가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지난 9월 데모 버전으로 선 공개된 신곡 'I want it all(아이 원트 잇 올)'이었다.

객석을 채운 팬들은 6년만의 넥스트 신곡에 열광했다. 6월 쇼케이스 당시 수많은 팬들이 반가움의 눈물을 흘렸다면, 9월 'Reboot yourself tour(리부트 유어셀프 투어)' 콘서트장에서는 팬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날 공연은 6월 'Reboot Myself(리부트 마이셀프)' 쇼케이스 현장에서 첫 선을 보였던 신해철과 이현섭의 트윈보컬 체제가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했다. 'I want it all'에 이어서 영화 <나의 PS 파트너> OST, 신곡 'Catch me if you can(캐치 미 이프 유 캔)', 'Princess Maker(프린세스 메이커)'가 연이어 이어졌다.

"1년에 한 번씩 콘서트 와서 안부 묻자더니..."

"잘 지냈어요? 긴 인사는 안 해도 되는 거죠?"

그가 9월 콘서트에서 4곡을 내리 부른 후, 관객들에게 건넨 첫마디였다. 오랜 친구들에게 건네는 무심한 듯 따뜻한 안부인사. "앞으로 각자 잘 살다가 1년에 한 번씩 콘서트 와서 서로 안부를 묻자"는 애정 어린 말도 덧붙였다. 이어서 신해철의 수많은 명곡들이 이어졌다.

'인형의 기사', '해에게서 소년에게', 'Lazenca save us(라젠카 세이브 어스)', '이중인격자', 'The Power(더 파워)', 'Here I stand for you(히얼 아이 스탠드 포 유)', '일상으로의 초대', '날아라 병아리', '단 하나의 약속', 'Jazz cafe(재즈 카페)', '안녕', 그리고 무반주에 부른 '민물장어의 꿈'까지.

 팬들과 함께 '그대에게'를 부르던 신해철

팬들과 함께 '그대에게'를 부르던 신해철 ⓒ 이세진


2시간여의 공연에도 팬들은 아쉬웠는지 연신 앙코르를 외쳐댔다. 신해철과 넥스트가 다시 등장하자 관객들은 팸플릿들을 높이 들었다. "Welcome Back N.EX.T(웰컴 백 넥스트)" 넥스트, 그리고 신해철의 귀환을 반기는 팬들의 따스한 선물이었다.

흐뭇하게 웃어보이던 신해철은 "(내가) 울 줄 알았냐?"며 장난스럽게 말을 건네더니 "아, 이걸 보고 있으니까 세상에 겁나는 게 없구만!"이라고 외치며 앙코르 무대를 이어갔다. 'Hope', '그대에게', '영원히'까지 앙코르공연마저 주옥같은 곡들로 꽉꽉 채워졌다.

공연을 본 후 정말 행복했다. 물론 신해철도 무척 행복해보였다. 공연 내내 방긋방긋 아이처럼 웃음을 지어보였고, 신이 났는지 몸을 들썩이며 공연을 즐기는 것이 관객의 눈에 보일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의 말처럼 이렇게 공연장에서 안부를 물으며 살아가면 그것만으로도 무척이나 감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용기를 내어...다시 신해철을 만나러 갑니다

 가수 신해철은 지난 10월 27일 허혈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오는 27일에는 넥스트 유나이티드의 2014 연말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다

가수 신해철은 지난 10월 27일 허혈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오는 27일에는 넥스트 유나이티드의 2014 연말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다 ⓒ KCA엔터테인먼트


그리고 2014년 12월 24일.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이기도 하지만, 가수 신해철의 데뷔 26주년이기도 하다. 1988년 12월 24일, 무한궤도로 <대학가요제> 대상을 거머쥔 후 26년간 대중들과 함께 호흡해온 신해철.

오늘 그의 데뷔 26주년을 기념하여 책 <마왕 신해철>, 베스트앨범인 < Reboot yourself >가 발매되었다. 베스트앨범엔 미발표곡인 'Pink Monster(핑크 몬스터)'도 수록되어 있다. 신해철을 기억하는 수많은 글들과 방송, 공연, 음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에 대한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요즘이다.

이번 주 토요일(27일)에는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넥스트 유나이티드의 2014년 연말 콘서트가 펼쳐진다. 부제는 '민물장어의 꿈'이라고 한다. 실은 지난번 SBS <가요대전> 넥스트 무대를 보다가 엉엉 울어버렸다. 트윈보컬 이현섭 옆에 서있는 스탠딩 마이크가 신해철의 부재를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듯했기 때문이다.

이번 연말 공연을 지난 9월 콘서트처럼 즐겁게 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용기 내어 신해철을 만나러 간다. 이제 다시 날개를 펴고 '더 높이 더 멀리' 날아오를 시기였건만, 하루에도 여러 번 마음이 무너진다. 나의 청소년기부터 어엿한 사회인이 된 지금까지 내 곁을 변함없이 지켜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신해철이 가르쳐준 가치와 생각들을 마음속에 새기고 살아가겠다고 몇 번을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그리고 당신의 소중한 음악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철없던 시절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우린 꿈꾸어 왔지 노래여 영원히

-넥스트 1집 '영원히' 중

덧붙이는 글 기자의 개인블로그(http://sejin90.tistory.com/2399)에도 게재한 글입니다
신해철 26주년 데뷔 콘서트 넥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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