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대학생과 창업 준비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1일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대학생과 창업 준비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 SBS


12월 1일 SBS <힐링캠프>에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가 출연했다. 공황장애 등 병적 장애와 사람들을 만나기 힘든 성격에도, <힐링캠프> 여타 출연자 중 가장 빠르게 두 번째 출연의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최근 승승장구하고 있는 YG엔터테인먼트의 대표로서 기업, 학교 등 각종 강연 청탁의 요구를 대신하는 자리로 <힐링캠프>를 선택했다고 출연의 변을 대신했다.

각종 강연 요청이 빗발쳤다는 말에 어울리게, 이날 <힐링캠프>는 다수의 학생들을 모아놓고 질의응답을 하는 강연의 형식으로 이루어 졌다. 일찍이 중학생 이래 춤에 빠져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고 '난독증' 수준이지만, 당대 둘째가라면 서운할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대표와, 한 눈에 보기에도 대학 강의실을 고대로 옮겨 놓은 듯 모범생의 분위기가 줄줄 흐르는 학생들의 '언밸런스'한 조합이라니!

거기에 경영학과 강의에서 나올 법한 '성공 키워드'를 묻는 질문이 등장한다. 양현석 대표는 그 답으로, 자신의 가슴을 여전히 뛰게 만드는 '설렘'을 들었다. 또, '스펙'을 고민하는 학생에게(애초에 왜 양현석 대표에게 이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살아온 이력에 어울리게 "스펙을 고민하기에 앞서,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돌직구를 날린다.

학점을 고민하는 디자인과 학생에게는, 이렇게 강의실에서 강의나 듣고 대기업에 취직을 고민하니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디자인 그룹이 없다는 말로 도발하기도 했다. 쭈뼛쭈뼛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두렵다던 그의 말과 달리, 어느 멘토링 강의에서나 나올 법한 뻔한 질문에, 돌직구를 던진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주식 1위, SM·JYP와 함께 어깨를 겨루다, 따지고 보면 올 한 해 가장 실속 있는 성과를 올린 연예기획사의 대표답게.

사건·사고의 아이콘 YG 수장이 멘토라니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양현석과 일일 보조 MC가 된 유희열.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양현석과 일일 보조 MC가 된 유희열. ⓒ SBS


하지만 그의 돌직구가 그저 편할 리가 없다. YG엔터테인먼트가 올 한 해 가장 풍성한 수확을 올린 것과 달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 사고의 당사자들이 가장 많이 소속되어 있는 곳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다른 사람들이라면 좀 더 무거운 처분을 받았을 사고를 일으키고도 특별한 혜택을 입은 듯 보였기에 많은 사람들의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런 연예인들의 소속사 대표로서, 그의 말대로 '사과' 한번 제대로 한 적이 없는 그가 당당하게 나와, 이 시대의 대표적 멘토로서 젊은이들 앞에서 성공을 논하고 있다니 충분히 껄끄러울 만하다.

그런 의혹의 시선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힐링캠프>는 양현석 대표와 함께 < K팝스타 >의 심사를 맡고 있는 가수 유희열을 일일 보조 MC로 등장시켜, 세간의 껄끄러운 질문을 대신하게 한다. 학생들이 앉은 관객석으로 자리를 옮긴 유희열은 대번에 손을 번쩍 들며, 사람들이 사실 궁금해 하는 그 질문을 던졌다. 올 한해 YG엔터테인먼트의 잦은 사건 사고들, 그리고 그 해결 과정에서 보인 석연치 않은 의문들을 날카롭게 한 치도 피해가지 않고 물었다.

유희열의 질문에 양현석 대표는, 그간 여러 사건에도 변변한 사과의 자리를 마련하지 못했음을 다시 한 번 사과하고, 어린 나이에 스타가 된 이들의 자질 부족을 시인하면서도,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이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시길 바란다고 마무리한다. 또 거기에 곁들인 집안 관련 특혜 논란은, 그 자신에게 부과된 경찰서 출두 명령서를 예를 들어 전혀 그런 특혜와 무관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것으로 봉합했다.

<힐링캠프>의 기존 MC 군단이 아닌, 대중적으로 공신력을 얻고 있는 유희열이란 카드를 내밀며 그의 입을 통해 가장 궁금해 하던 질문을 서슴없이 하게 만드는 '연출'만으로도, YG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마치 공신력 있는 해명 과정을 거친 듯 보이게 만들었다. 그저 인터넷이나 사람들의 입과 입 사이에서 떠돌던 이야기들이, 믿음직한 유희열이란 사람의 입을 통해 드러난 것만으로도, 마치 의혹은 의혹이 아닌 게 되어 버리는 효과를 낳은 것이다.

여전히 당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당대 최고의 엔터테이너들로 당당히 존재하는 그들의 잘못을, 아직 서툰 그들의 한번 실수란 말로 에두르는 것은 어쩐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형행 절차에 있어 한껏 특혜를 받은 듯한 그 과정에 이르면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보여준 기획사의 대표가 과연 이 시점에 당대 청년들의 멘토로서, 굳이 <힐링캠프>의 두 번째 출연 기회를 얻은 것은, 그의 말대로 귀찮을 정도로 잦은 강연 청탁 기회로만 보이기보다는, 이른바 논란을 공식화함으로써 가질 수 있는 유연 효과와 립 서비스 같은 '물타기' 효과를 노린 것은 아닌지 여전히 의혹의 눈길을 접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씁쓸한 것은, 양현석 대표의 부동산 투자 비법과 엔터테인먼트 사업 이외의 문어발 식 확장에 대한 관심이다. 그의 사업적 영역에 대해 눈을 반짝이며 필기까지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설레임이란 말로 시작된 강연과 논리적으로 전혀 궤를 같이 하지 않는다.

여전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쟁취하는 것이 최선이자 최고인 우리 사회 성공 신화의 속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물론 당대 최고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의 문화적 콘텐츠에 대한 혜안을 배우는 것은 중요하지만, 부동산 투자와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합리화라니, 이것이 한국적 '부'의 현주소인가 싶은 것이다.

물음표 남는 성공기, 이상하게 '면죄부' 같네

양현석 대표의 여러 발언은 진솔해 보였다. 에둘러 말하지 못한다는 그의 성격처럼,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최대한 솔직하게 표현한 듯 보였다. 하지만 그 솔직함이 곧 객관적인 것은 분명 아니다.

강준만의 <감정 독재>에서 소개하는 다수의 심리학적 이론의 기저에 깔린 것은, 인간은 자신이 겪은 상황은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반면, 타인의 상황에 대해서는 그 행동을 중심으로 냉정하게 평가한다는 것이었다.

양현석 대표의 경우가 딱 그것이 아니었을까? 철물점을 하시던 아버지의 성실함을 배우고, 타고난 감으로 승부수를 던져 오늘의 자리에 오른 그의 이야기들은, 어쩐지 수능 1위를 한 학생의 '그저 교과서를 보고 열심히 했어요' 같은 발언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미 당대 '권력'과 '권위'가 된 그의 조촐하고 도식적이며 때로는 아이러니한 성공기는 당장에는 달콤하지만 돌아서면 '진짜?'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시간이었다.

자신의 꿈을 좇다가는 굶어죽기 십상,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봐도 취직조차 하기 힘든 불황과 청년 실업이 한껏 짓누르고 있는 청춘들에게, 입지전적인 그의 성공기와 도발적인 그의 선택들이 과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는지. 그리고 정말 그의 말대로 그런 담백한 성공 스토리만이 해법이었는지, 진짜 꿀단지는 다른 곳에 숨겨 놓은 것은 아닌지, 자꾸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와 함께 아쉬운 것은 최근 <힐링캠프>의 행보이다. <무릎팍 도사>가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지기 시작한 것은, 각종 물의를 빚은 사람들의 '면죄부'를 주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사람들이 무릎팍 도사의 청천벽력 같은 질문을 그 언제부터인가 면죄부를 향한 요식 행위로 여기기 시작하면서 <무릎팍 도사>의 신기에 대한 믿음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힐링캠프>도 마찬가지다. 이경규의 돌직구로 부족해서, 이제 유희열이란 대중의 신망을 얻은 이미지까지 동원한 돌직구들이, 진솔한 해명이 아닌 누군가의 면죄부를 위한 요식 행위가 된다면, 프로그램 스스로 어쩌면 이미 다한 생명력을 더욱 고사시키는 길을 자초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양현석 힐링캠프 YG 빅뱅 2N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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