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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로부터 '산소통'을 낙찰받은 고물상 운영업자 지보현씨.
 군산시로부터 '산소통'을 낙찰받은 고물상 운영업자 지보현씨.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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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입니다.", "거짓말입니다."

쟁점이 되는 질문을 던질 때마다 그가 말했다. 지보현씨(고물상 운영업자, 세종시 장군면)는 군산시청이 사고대비물질인 염소가 들어있는 가스통을 의도적으로 '산소통'이라고 속여 팔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시청 측의 반론이 보도되자 인터뷰를 자청했다.

군산시청 수도과 공무원인 ㅅ(60)씨는 지난해 12월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가 인정돼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ㅅ씨는 지난 2008년 9월 시청 재산을 공개입찰을 통해 지씨 등에게 매각하면서 '액화 염소가스통'(이하 염소가스통) 20개를 '산소통'이라고 속여 판 혐의를 받고 있다. (관련 기사 "가스통 밸브 열어놨다면 엄청난 인명피해 났을 것")

논란은 유독기체인 염소가 들어 있는 통이 어떻게 고물상으로 쉽게 팔려 나갈 수 있었느냐다.  군산시 측은 담당공무원이 실수로 '산소통'으로 잘못 표기했지만, 낙찰 후 서로 주고 받은 계약서에는 '액화염소용기'임을 밝혔고, 파기시 검사업체가 입회하고 특정 설비 제조업체가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지씨는 "계약서를 본 적도 없고 쓴 적도 없다"며 "해당 공무원이 법원에 제출한 계약서는 허위서류"라고 반박했다. 이어 "해당 공무원이 제출한 계약서에도 서명이나 날인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논란은 '허위 계약서' 작성 여부로 확대되고 있다. 

그는 "입찰자를 속이고 인체에 치명적인 위험 물질을 공기 중에 몰래 흘려 보내라고 종용한 몹쓸 공무원을 지금이라도 엄벌에 처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작된 지 16년이 지난 해당 액화염소가스통은 여전히 지씨가 운영하는 세종시 고물상 창고에 놓여 있다. 지씨는 가스통 부식이 빠르게 진행돼 염소가 새어나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다음은 지난 8일 저녁, 지씨와 가진 주요 인터뷰 내용이다.

"낙찰 전 물품 보러 갔지만 가스통은 보여주지 않았다"

- 어떻게 군산시 불용물품을 낙찰 받게 됐나?
"전자입찰 공고가 떠서 고물상 동업자가 입찰에 참여했다. 산소통 시세를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입찰에 응했다. 최고가 낙찰이라 다른 사람들보다 다소 높게 써 낙찰됐다."

- 군산시에서는 입찰 공고문에 염소가스통을 '산소통'으로 표기한 것은 맞지만 속인 것이 아닌 실수로 '잘못 표기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거짓말이다. 군산시 담당공무원이 의도적으로 액화염소가스통을 산소통이라고 표기했다고 본다."

군산시가 지난 2008년 매각 공고한 물품명세서. 군산시는 물품명세서에는 '산소병'이라고 기재해 매각 공고했으나 실제로는 낙찰자에게 염소가스가 들어 있는 '액화염소가스통'을 인계했다.  확인결과 해당 공무원은 지정고압가스 전문업체에 넘겨야 할 '염소가스통'임을 알면서도 '산소병'으로 허위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산시가 지난 2008년 매각 공고한 물품명세서. 군산시는 물품명세서에는 '산소병'이라고 기재해 매각 공고했으나 실제로는 낙찰자에게 염소가스가 들어 있는 '액화염소가스통'을 인계했다. 확인결과 해당 공무원은 지정고압가스 전문업체에 넘겨야 할 '염소가스통'임을 알면서도 '산소병'으로 허위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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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렇게 생각하나?
"입찰을 하기 전 군산시청에 직접 매각물품을 보러 갔었다. 하지만 시청 관계자가 다른 물품만 보여주고 염소가스통은 보여주지 않았다. 일부러 보여주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검찰은 담당 공무원이 내부 결재 서류에도 '산소통'이라고 허위로 작성한 것을 확인하고 허위공문서 작성 및 위조공문서행사 혐의로 벌금형(300만 원)을 선고했다."

- 시청에서는 매각공고문에 '입찰 전 물품 상태를 확인하고, 확인하지 않은 책임은 입찰책임자에게 있다'는 문구가 들어 있다며 물품을 확인하지 않은 입찰자 측의 과실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물품을 보러 갔는데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왜 안 보여주냐고 따지지는 않았다. 물품목록에 쓰여 있는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낙찰을 받은 후 물품을 싣고 오기 위해 직원들이 갔다. 알고 보니 물품이 수도사업소 내 '위험물 저장창고'에 보관 중이었다. 이 또한 담당공무원이 산소통이 아닌 염소가스임을 알았다는 반증이다."

- 시청 측에서는 공고문에는 잘못 표기했지만 낙찰 후 작성한 계약서에는 '액화염소용기'로 표기해 낙찰자가 염소통임을 몰랐을 리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계약서를 통해 낙찰 후 서로 주고 받은 계약서에 '액화염소용기'임을 밝혔고, 파기 시 검사업체가 입회하고 특정 설비 제조업체가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거짓말이다. 계약서를 본 적도 없고 쓰지도 않았다. 안 그래도 당시 왜 계약서를 쓰자고 하지 않나 하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러다 지난해 형사소송을 제기하자 담당공무원이 법원에 갑자기 당시 작성한 '계약서'라며 문제의 서류를 제출했다. 황당했다. 본 적도 쓴 적도 없는 문서다. 실제 담당공무원이 내놓은 계약서에는 날인이나 서명이 전혀 없다. 법원에 허위서류를 제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담당공무원에게 환불을 요구하자 "통 밸브를 아무도 모르게 살짝 틀어 놓아라, 그러면 공기와 섞여 날아간다, 전에도 다른 업체에 판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입증할 방법은?
"당시 전화 통화 녹취내용에 들어있다. 이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 군산시가 환불을 해주지 않아 어떤 피해를 봤나?
"정신적 피해를 제외하고도 경제적으로 3000만 원이 넘는 손해를 봤다. 물품 구입비에다가 5년여 동안 물품보관을 위한 별도 보관료, 고물상이 이사할 때마다 든 운반비 등이다. 무엇보다 기스통이 부식이 빠르게 진행돼 염소가 새어 나올까봐 불안하다."

군산시청이 '산소통'으로 속여 다른 물품과 끼워팔기해 논란이 일고 있는 액화염소가스통. 현재 세종시에 있는 관련업체에서 보관중이다. 군산시가 1998년 매입한 것으로 제작된 지 약 16년 정도 됐다.
 군산시청이 '산소통'으로 속여 다른 물품과 끼워팔기해 논란이 일고 있는 액화염소가스통. 현재 세종시에 있는 관련업체에서 보관중이다. 군산시가 1998년 매입한 것으로 제작된 지 약 16년 정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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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바로 고소하지 않고 수년이 지나서 고소했나?
"처음에는 해결해 줄 것으로 믿었다. 실제 담당 공무원이 해결해 줄 것처럼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다른 한편 고소할 경우 담당 공무원이 공무원 신분을 잃게 될까봐 염려돼 좋게 해결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2012년이 되자 돌연 '맘대로 하라'고 하더라.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징계시효'가 지나기만을 기다렸던 것 같다. 결국 다른 해결 방법이 없다고 판단해 고소를 결정했다."

- 그 동안 해당 공무원의 상급자나 다른 공무원과 만난 적은 없나?
"소송을 제기한 후 지난해 말 또는 올해 초경, 군산시청 담당공무원과 해당과의 계장과 과장이 대전으로 나를 찾아와 커피숍에서 잠깐 만났다."

- 그 때 무슨 얘기를 나눴나?
"찾아온 공무원들이 '적선하는 셈치고 먼저 염소가스통을 달라'고 했다. 그래서 '난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가져가고 싶으면 손해를 배상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냥 돌아갔다."

- 해당 공무원이 벌금형을 선고 받고도 시청으로부터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은 것을 알았나?
"몰랐다. 올 상반기에 군산시청 감사과를 찾아가 물었더니 '응당하게 징계했다'고 해 믿었다. 어떤 징계를 했냐고도 물었는데 내규상 밝힐 수 없다고까지 했다.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아무런 징계를 안했다는 건 <오마이뉴스> 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다." (관련기사 위험천만 '염소가스통' 판매 공무원...'징계 없음')

- 고물상을 운영하면서 이렇게 속아서 물품을 구입한 사례가 있나?
"고물상을 10여 년째 운영하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동종업에서 일하는 다른 사람들한테 물으니 이런 일이 없다고 한다."

- 어떻게 해결되길 바라나?
"상응하는 손해배상을 원한다. 입찰자를 속이고 인체에 치명적인 위험 물질을 몰래 흘려 보내라고 종용한 몹쓸 공무원이다.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본다."


태그:#군산시청, #액화염소가스, #산소통, #고물상, #허위공문서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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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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