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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보험(회장 신창재)은 최근 구조조정 논란의 종지부를 찍고 15년차 이상 직원 480여 명의 희망퇴직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복수노조 인가로 설립된 교보민주노조(위원장 홍찬관)는 이번 희망퇴직이 사실상 강제퇴직의 수순을 거쳤다고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또한 희망퇴직자 중 창업휴직제를 신청한 100여 명의 직원들의 조건부 복직의 단서조항이 삭제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측은 교보생명노조와 협의를 거쳐 명퇴과정을 처리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에 교보생명 퇴직자 중 일부 직원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사측과 노조의 첨예한 갈등 양상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찾고자 한다. - 기자말

지난 8월에 작성한 기사를 보고 교보생명 사측은 반론 제기를 했다. 즉 본문 내용의 '주주배당 금액 오류와 임금인상률 삭감'에 대한 정정 보도 요청이었다. (관련기사 : 구조조정 논란 교보생명, 노사와 '갈등')

이에 기자는 교보생명 홈페이지 경영공시실, 교보민주노조의 자료를 검토한 결과 오해의 소지는 있었지만, 상이한 차이는 없었다는 걸 확인했다. 이에 홍찬관 교보민주노조위원장은 "회사는 얼마든지 기사에 대해 흠집내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노조는 그런 갑의 논리에 대항해 을을 위한 자료를 충실히 준비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교보생명은 이번 명예퇴직 과정에서 불거진 강제퇴직 논란에 제1노조격인 교보생명 노조와 합의를 통해 정당한 보상절차를 거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2노조격인 교보민주 노조 측은 각종 회유와 압박을 통해 사실상 '찍퇴'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퇴직자 A씨, 압박 견디다가 건강 잃을까봐 사직

A씨가 보낸 명퇴과정에서의 압박 문자 내용
 A씨가 보낸 명퇴과정에서의 압박 문자 내용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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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지난 9월 1일부터 퇴직자들에게 서면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던 중 퇴직자 A씨의 답면 메일을 통해 최근 상황과 심경을 들을 수 있었다. 중견 간부로 퇴직한 A씨는 명예퇴직하는 과정에서 압박이 있었다며 카톡 사진까지 첨부했다.

A씨는 사측이 상식에 맞지 않는 엄청난 압박을 취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압박을 견디는 것 자체가 생명에 지장이 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현재 월 급여 200만~300만 원 조건의 일자리를 찾아다니느라 분주하다. 그는 퇴직 전 월 수입이 1천만 원 가까이 됐다. 연봉으로 따지면 1억 4천만 원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은 일자리 찾기도 어렵다고 심경을 전했다.

A씨는 이번 명퇴가 사측의 미래 비용 위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6년 정년 연장이 이번 구조조정의 발단이 되었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승진예정자로 발표된 직원까지 사퇴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사측이 해명한 교보노조와의 협의 과정에 대해, 제1노조와는 상이한 수준으로 명퇴 수순이 있었을 거라고 주장했다. 즉, 자발적 명예퇴직이라면 제1노조 간부들도 비슷한 비율의 퇴직이 있었어야 했다는 설명이다.

A씨는 마지막으로 교보생명이 정말 직원을 고객처럼 인간적으로 대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남겼다. 덧붙여 교보생명엔 절대로 다시 입사하지는 않겠다는 씁쓸한 소회도 전했다.

A씨는 사측이 상사에게 지시를 내려 암묵적인 사퇴 압박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A씨는 사측이 상사에게 지시를 내려 암묵적인 사퇴 압박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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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4일에 받은 서면 인터뷰 전문이다.

- 퇴직 이후 현재 생활은 어떠합니까. 또 억울한 점이나 퇴사 과정에서 압박이나 논란은 없었는지요.
"새로운 일(자리)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지인을 찾아다니고 있다. 당연히 압박이 있었다. 지금 찾아다니는 일자리의 희망 월급여가 200~300만 원 수준인데 퇴직 전 월 수입은 1천만 원 이상(2013년 연봉 1억4천 수준)이었다.

명퇴금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상식적으로 1000만 원을 받던 사람이 자발적으로 나와서 200~300만 원 짜리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것은 맞지 않다. 엄청난 압박으로 건강을 잃을까봐 사직했다. 직접적인 표현으로는 '죽어서 교보를 나오는 것 보다는 살아서 나오자'는 심정이었다. (참고로 직속 상관이 내게 보낸 문자를 유첨한다)"

- 낮은 생산성과 성과 부족, 미래의 위험을 내세우며 희망퇴직을 처리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기사에서는 정년 연장(55세~60세)에 따른 예방조치에 불과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당연히 회사에선 비용이 많이 드는 인력에 부담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회사가 주장하는 저성과자 운운은 부당한 기준이다.

기준은 단지 입사 15년 이상자 중 현재 조직장이 아닌 자였다. 그리고 승진예정자로 발표된 사람도 사퇴를 강요받았다. 또 2016년 정년 연장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었을 것이다. 주변에서 보면 50세 이상자(61~64년생) 가 핵심 타깃이었고, 2016년 정년연장대상이 아닌 60년생은 강요가 거의 없어 사직한 사람이 없다."

- (회사는) 이번 명퇴가 교보생명노조와 협의를 통해 이뤄진 것이라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제1노조의 간부들은 명퇴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발적 명퇴라면 제1노조 간부들도 비슷한 비율의 퇴직이 있었어야 했다. 제1노조에 뭔가 반대 급부가 있었을 거라는 것은 대다수의 추측이다."

- 교보생명에 10년 이상을 재직하면서 충분한 복지혜택과 보람, 임금여건 등에 있어 만족하셨습니까. 불만족하시거나 불만이 있으셨던 부분이 있었다면.
"급여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과도하게 개편해 근무여건을 악화시켰고, 기존에 존재하던 퇴직금 누진제, 대학교 학자금 지원 등을 폐지하고 정기휴가를 폐지(부장 이상) 또는 축소했다."

- 시간을 돌려 다시 입사기회가 주어진다면 교보생명에 입사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까.
"없다."

- 마지막으로 교보생명에 바라고 싶은 점, 교보생명이 나아가야 할 노사 상생의 방안 등이 있으시면.
"가장에게 실직은 부모 형제의 죽음 다음으로, 이혼 등의 스트레스와 버금가는 시련이다. 조직원들을 정말 사랑한다면 많은 부분을 회사가 헤아려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지금 바라는 게 뭐가 있겠나. 딱 한가지다. 조직원을 인간으로 대해줬으면 좋겠다."


태그:#교보생명, #명예퇴직, #구조조정, #교보민주노조, #노사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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