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가 4월 26~27일, 5월 3~4일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릴 계획이었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에 따른 고양문화재단의 결정으로 공연이 취소됐다.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가 4월 26~27일, 5월 3~4일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릴 계획이었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에 따른 고양문화재단의 결정으로 공연이 취소됐다. ⓒ 민트페이퍼


1. 장면 하나 ; 일 년을 준비한 벨기에와 프랑스의 음악투어를 하루 앞두고, 스케줄 마무리정리를 마치고, 최종적으로 일주일간의 국내 업무 공백을 대체할 업무 인수인만 남겨놓고 잠깐 밖에 나와 설렁탕 한 그릇을 먹고 있던 지난 4월 21일 저녁, 익숙하지 않은 발신자 전화번호가 찍힌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이 있었다.

"이 선생님!! 한국시간으론 저녁시간일 텐데, 죄송합니다. 사정이 급해서요. 제가 바로 벨기에 한국문화원의 아무개이구요. 오늘 급히 윗선에서 결정이 난 사항인데요. 저로선 행사가 의미하는 바도 있고, 행사를 통해서 (세월호 사고) 추모의 의미도 되새길 수도 있어서 강행에 대한 의지를 계속 주장했습니다만, 한국 내 뿐 아니라 재외공관 문화행사까지도 모두……아쉽게도…."

다름 아니라, 내가 담당하고 있는 밴드 3호선버터플라이의 벨기에 스케줄 중에 포함된 한국문화원에서의 공연일정에 대한 담당자의 행사취소 내용이었다. 멤버들은 벨기에 일정 중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의 추모곡도 이미 준비하고 있었고, 나름 그 의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놓고 있던 차여서, 그 다급한 전화의 배경에 오고갔을 법한 상황이 무척 아쉬웠다. 나의 대답은…?

2. 장면 둘 ; 취소된 한국문화원 행사의 공백은 있었지만, 멤버들은 벨기에 최고 인기의 라디오 프로그램 <스튜디오 브뤼셀(Studio Brussels)>의 출연을 비롯해 영상다큐멘터리로도 기록이 남는 벨기에 겐트에서의 공연 등을 무사히 마치고 프랑스로의 이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벨기에 공연에 함께 임해준 벨기에 가수 시오엔(Sioen)과 벨기에 투어를 여러 면에서 응원해준 주한 벨기에 대사관 상무참사관 마크(Marc)씨 자택에서 다과를 나누며 지난 공연에 대한 복기와 다양한 음악 얘기를 나누던 중, 급히 SNS를 보고 멤버 한명이 전한 한 마디는 무척이나 당혹스럽고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내일 한국에서 하기로 했던 <뷰티풀 민트 라이프>(이하 <뷰민라>)가 공연 하루 전에 취소가 되었대요. 기획사에서 무대세팅도 다 마무리했는데, 공연을 공동주최한 고양문화재단 측에서 대관취소 결정을 내린 거래요."

우리 역시 하루 전에 행사 취소를 겪은지라, 여러 얘기가 오갔다. 여기에 덧붙여 친구이자 이번 벨기에 프로젝트의 파트너이기도 했던 시오엔이 한 마디 거들었다. 그 말은 다름 아니라…?

3. 장면 셋 ; 4월 29일, 급거 나만 혼자 귀국했다. 멤버들의 잔여 프랑스 스케줄도 남아있지만, 30일로 약속된 국회 내에서의 음원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토론회 참석 때문에 부득이한 스케줄 조정이 있었다. 덕분에 늦은 자료제출로 귀국 당일 날밤을 세우며 토론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수고는 당연히 뒤따랐다.

해당 토론회의 주최자이자 모두발언을 꺼낸 모당 여성 국회의원께서 말문을 여셨다. 말문을 열었다기보다 이러했다(속기사가 아니라, 당시 순간의 느낌을 본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고민 많이 했습니다. 오늘의 이 토론회를 작금의 비극의 상황 내에서 강행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세월… 요즘은 세월이란 단어만 나와도 가슴이……"

잠시 회의장 내엔 숙연한 침묵이 흘렀다. 발제자로 나선 유명음악인 신대철씨의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발언도 뒤이어졌고, 토론회 내내 숙연함과 기성세대의 위선에 대한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은 복합적인 양상이 쭉 이어졌다. 회의가 마무리될 즈음에 모두발언을 한 여성국회의원의 감성어린 의지표명에 토론장 여기저기서 숨겨놓았던 박수가 이어졌다. 그 의원은 뭐라고 했을까?

때론 '풍악'을, 때론 '심금'을 울리는 것...음악인의 일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 최종 라인업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 포스터 ⓒ 민트페이퍼


위는 지난 2014년 4월 16일 남도 끝 진도해역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대형사고 이후, 나와 내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 가운데에서 1인칭 관점의 대표적인 세 가지 장면이다.

비극 앞에 우린 저마다의 위치에서 추도와 위령의 행위를 하고 있다. 정치적인 제스처를 다하는 분들은 나름의 여론을 의식한, 또한 감성과 논리의 메시지를 다해 다양한 액션을 취했다. 우리도 다 안다. 그 가운데는 진정으로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는 선의의 행위도 있었을 터이지만, 정치적 책임회피의 코멘트도 있었다. 장관은 유가족들 앞에서 컵라면을 먹다가 도마 위에 올랐고, 한 정치인은 자녀가 SNS에 토로한 "국민이 미개하다"는 글귀에 부덕의 소치라고 머리 조아리기까지 했다.

아, 또 한 가지가 더 있구나. "이 판국에 술 먹고 풍악놀이할 때냐"는 여론몰이에 영향을 받았음인지 윗선으로부터의 지시인지, 공동주최 측인 고양문화재단은 수개월간 그 일을 준비해 온 대중예술인들(그냥 딱 까놓고 밴드음악 하는 이들)의 노력과 수고도 뚝 하고 한방에 끊어놓았다. 팬들과의 약속파기에 대해 심심한 사과와 같은 선행된 액션도 없이.

의미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중예술인의 역할은 때론 '풍악'을 울리고 때론 '심금'을 울리는 그 행위임에 그 어떠한 부정의 의미는 있을 수 없다(우린 호모 사피엔스이기 이전에 호모 루덴스이니까). 그건 대중예술인의 일이자 역할이다. 뮤지션들을 비롯, 나 같은 그와 관련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 모두 그 안에서 역할과 그 의미를 발견한다. 심지어 메시지도 그것으로 전달한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배가 침몰되던 그 현장에도 현악 4중주단은 계속해서 본인들의 연주임무를 끝까지 행하지 않았나?(그들이라고 그 순간이 무섭지 않았겠는가) 생사의 끝 순간에 놓인 활의 놀림이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지 그들이라고 고민이 없었겠나? 하지만 그들은 끝까지 연주의 임무에 충실했다.

설령 그들이 연주를 완료하지 않고 피난자들과 똑같은 구조의 행렬에 올랐다 한들 그 어느 누구도 그들을 비난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분위기와 처절한 생사의 현장에서도 "두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의 현악을 울려주던 그들의 행위 또한 말할 수 없이 아름답고, 눈물겹고, 그들 역할에 대한 충실함에 대한 머리를 조아리게끔 만드는 경건함이 배어있다. 그건 바로 예술의 의미가 인생에 미치는 역할에 대한 감독의 메타포이기도 하다. 그 역시 또 다른 의미의 예술인이니까.

프레디 머큐리는 말했다..."그럼에도 쇼는 계속돼야 한다"

앞의 세 장면 말미에 각각 달아놓은 의문에 대한 답변은 다음과 같다.

장면 하나 ; "할 말이 없군요. 충분히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말씀주신대로 나름의 행사 내에서 의미를 찾는 방법들이 충분히 있었을 텐데요." 

장면 둘 ; "참으로 안타깝군. 한국의 사정은 이해는 합니다만, 한국문화원 행사 때도 그렇고 그 현장을 기다린 수많은 팬들과의 약속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 안에서 충분히 방법과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소통의 순간이 많았을 텐데…! 또한 그런 갑작스런 일방적인 취소결정은 또 다른 전체주의 아니겠어?"

장면 셋 ; "이번 사고로 드러난 대한민국 행정력의 권위주의와 기성세대의 안일함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낍니다. 이 토론회에 오고간 의제에 대한 대책 마련에 또 다시 안일함이 지배하지 않도록 뚜렷이 목도하고, 감시할 겁니다. 이건 잘난 몇 명만이 살고 나몰라라가 아닌, 우리 모두가 다함께 잘 되고자 하는 것에 대한 또 다른 행위입니다."

추신으로 '장면 넷'을 하나 더 덧붙인다.

장면 넷 ; <오마이스타>로부터 본 글을 의뢰받고, 문득 '인생은 계속되어야 한다'를 의미하는 영국속담 'The Show Must Go On'과 일치하는 그룹 퀸(Queen)의 노래가 떠올랐다. 무의식중에 뭔가 글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는 문구가 있을까 싶어 가사를 봤는데, 섬뜩했다. 20여 년 전에 작고한 프레디 머큐리가 가사 안에 이런 통찰력 있는 문구를 넣어놓았을 줄이야!

'Another Hero Another Mindless Crime / Behind the Curtain in the Pantomime / Hold the Line / Does Anybody Want to Take it Anymore / The Show Music Go On / Inside My Heart is Breaking / My Make-up May be Flaking / But My Smile Still Stays On / The Show Must Go On'(무언극 중 커튼 뒤편에선 새로운 영웅이 출몰하고, 인면수심의 범죄가 늘 나타난다. 더 이상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어. 하지만 쇼는 계속 되어야 해. 내 가슴은 찢어지고 내 분장은 지워지겠지만, 내 미소는 계속 남으리. 그래서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출장 후 휴일이 계속되고 행락의 길도 이어지겠지만, 조심스레 국화 한 송이 들고 어디론가 향하고자 한다. 꽃피우지 못한 그들의 앞에 어른인 나 자신을 반성하고자…!!  

====== 뷰티풀 민트 라이프2014 취소 사태 기획기사 ======

① "'뷰민라', 모든 방법 동원해서라도 막아야 했다"

② '뷰민라' 취소 후폭풍...관련 업계는 '비상'

③ 세월호 통곡 속 '뷰민라'는 풍악놀이를 하려고 했나     

뷰티풀 민트 라이프 이준상 칠리뮤직 서교음악자치회 고양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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