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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늦은 오후, 음악계의 사건을 두고 인터넷이 뜨거웠다. 26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리기로 예정되었던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Beautiful mint life, 아래 뷰민라) 2014가 공연 전날 고양문화재단의 통보로 갑작스럽게 취소되었기 때문이다.

고양문화재단은 25일 오후 6시경 공문을 통해 뷰민라 주최 측인 민트페이퍼에 협조불가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까지도 "공연 취소는 없다.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 발표했던 민트페이퍼 측은 공연장 지원과 공연 준비에 대한 고양문화재단의 정상적인 협조 없이는 공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오후 9시경에 양해를 구하고 공연이 취소되었음을 발표했다.

'이런 시국에' 음악으로 애도하면 안 되는 건가요?

음악공연 '뷰티풀 민트 라이프' 취소를 통보하는 고양문화재단의 공문.
 음악공연 '뷰티풀 민트 라이프' 취소를 통보하는 고양문화재단의 공문.
ⓒ 고양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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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문에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재단은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 희생자와 실종자 그리고 그 가족들의 슬픔'을 뒤로 한 채, 어떤 형태로든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의 정상진행에 협조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라고 적혀있다.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하여 애도하는 분위기가 사회적인 추세인만큼, 당초의 계획대로 공연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공연을 주관한 마스터플랜 측은 "너무 급박하게 벌어진 일"이라며 고양문화재단의 일방적인 취소 통보에 유감을 표시했다. 무엇보다도 공연을 하루 앞두고 갑작스럽게 행사 취소가 통보된 것에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마스터플랜의 주장에 따르면, 공연 취소·연기·실내이동에 대한 협의가 사실상 너무 늦게 진행되었고, 성실한 응대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고양문화재단 측이 일방적으로 취소를 통보하고 관련 기사를 배포했다는 것이다. 공연 시작이 24시간도 남지 않은 시각에 벌어진 일이기에 참여하기로 했던 인디뮤지션과 팬들은 황당하면서도 분하다는 반응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쏟아진 관련 글들 중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이 안타깝고 실종자들이 살아서 돌아오길 바라지만, 온 국민에게 초상집 분위기를 강요하는 건 건강하지 못하다", "음악으로 애도의 뜻을 밝히고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을텐데, 음악 공연을 '놀고 즐기는' 쪽으로만 생각하다니 편협하다"는 반응이 눈에 띄었다.

또한 어느 누리꾼은 "이런 시국에 음악질·공연질 하지말라고 일방적으로 공연대관까지 취소 통보질을 하는 사람들이 한 달 뒤엔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이라고 각 채널마다 떠들어댈걸 생각하면…" 하고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형식적인 엄숙함을 강요하는 분위기, 불편합니다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 공연 안내포스터. 당초 26로 예정되어 있던 공연은 전날 고양문화재단의 갑작스러운 통보로 취소되었다.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 공연 안내포스터. 당초 26로 예정되어 있던 공연은 전날 고양문화재단의 갑작스러운 통보로 취소되었다.
ⓒ 뷰티풀 민트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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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로 수백 명의 사람들이 희생되거나 실종되었다. 구조된 사람들과 가족들은 물론, 사고를 지켜본 국민들은 모두 큰 충격에 빠진 상태이다. 사고의 규모도 크고 여전히 구조가 진행 중이기에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애도와 위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화계에서도 동참하고 있다. 예능프로들이 녹화를 연기하거나 방송을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는 식이다. 공연과 각종 행사들도 미루어지는 추세다. 사고가 현재진행형인만큼 관련 취재 프로그램이 추가로 편성되는 것에 따른 조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분위기의 애도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그 전제는 자발적이어야지 강압적이어서는 안 된다. 뷰민라 공연 취소의 사례에서, 지난 시간 동안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동참한 노력이 한순간에 무산된 것은 단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충분한 협의없이 진행된 일방적인 취소는 '음악'을 들려주는 공연이 단지 '놀고 즐기는'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는 편견에서 기인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불편하다.

만약 고양문화재단 측이 세월호 사고와 관련하여 정말 희생자와 가족들을 위로하고 싶었다면, 공연의 성격을 조율하여 참석한 음악가들이 공연장을 찾은 팬들과 함께 애도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러는 쪽이 보기에도 더욱 좋았을 것이다. 사고 희생자를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공연취소가 공연을 기다린 음악계 종사자와 많은 음악팬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준 결과가 된 것을 보면 말이다.

일본의 밴드 '범프 오브 치킨'의 멤버 '후지와라 모토오'는 일본에 지진으로 인해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뒤, 공연을 앞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누가 어떤 좋은 노래를 불러봤자 전쟁은 없어지지 않을지도 모르고, 지진도 멈추지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 노래로 인해) 누군가가 우는 것을 멈출지도 모릅니다."

음악과 문화를 생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도, 그들 덕분에 마음을 위로받고 상처가 치유될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주길 바란다. '애도'는 '강요'가 아니라 '공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태그:#뷰티풀 민트 라이프, #공연 취소, #고양시, #뮤직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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