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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기레기'의 시대다. 이 단어는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신조어다. 기성 언론이 온라인 공간에서 낚시성 기사들을 쏟아내자, '기레기'라는 단어가 확산되고 있다. 광고 수익을 늘리기 위한 언론의 '검색어 장사'에 독자들의 분노와 허탈감은 이미 극에 달했다.

최근 도를 넘은 '뉴스 어뷰징'은 언론이 독자의 신뢰를 잃은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보수·경제지들은 SBS 프로그램 <짝> 출연자와 박은지 노동당 부대표 죽음, 김연아 선수의 열애 등을 다루면서 제목과 내용만 살짝 바꾼 기사를 포털사이트에 수십 건씩 전송했다. 돈벌이를 위해 누군가의 죽음을 이용하는 언론에 독자들은 치를 떨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미디어가 싹을 틔우고 있다. 네이버에 의존하지 않고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질 좋은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이 흐름을 대표하는 혁신미디어 <슬로우뉴스>, <ㅍㅍㅅㅅ>는 '기레기'가 넘쳐나는 언론지형에 신선한 균열을 냈다. 특히, 더 이상 <조선일보>를 보지 않는 20~30대 사이에서 화제다.

<슬로우뉴스> vs '종북몰이' 승자는?

 지난해 11월 <슬로우뉴스>의 '종북 셀프 테스트'는 그 어떤 언론사의 글보다 종북몰이의 부조리함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 11월 <슬로우뉴스>의 '종북 셀프 테스트'는 그 어떤 언론사의 글보다 종북몰이의 부조리함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 <슬로우뉴스>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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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블로거 'deulpul'은 <슬로우뉴스>에 '종북 셀프 테스트'라는 짤막한 글을 보냈다. 글쓴이는 "한국 사회에 닥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종북이다, 우리 사회 종북의 기준을 명쾌하게 밝혀 드린다"면서 '종북 셀프 테스트'라는 자가진단표를 첨부했다.

자가진단표에는 34개의 질문이 주어지고, '예' 또는 '아니오'라는 답에 따라 '종북'이라는 평가를 받고 끝나거나 다음 질문으로 이어갈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라는 질문에 '예'를 선택하면 '종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deulpul'은 "자신과 생각이 다르거나 정부에 비판적인 주장을 모조리 종북으로 치환하는 정부와 사회 일각의 종북몰이를 사실에 근거해 풍자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글은 폭발적인 반응을 낳았다. 지금까지 15만 명이 이상이 이 블로그를 방문했다. 트위터에서 1000회 이상 공유(리트윗)됐고, 2만 명 넘는 페이스북 사용자가 '좋아요' 버튼을 눌렀다. 구글에서 "종북 셀프 테스트"를 검색하면, 49만7000개의 결과물이 나온다. 이 글의 영향력을 추산하기 힘들 정도다. '종북 셀프 테스트'는 그 어떤 기사보다 종북몰이의 부조리함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슬로우뉴스>는 지난 2012년 3월 창간됐다. 블로거 15명이 힘을 합쳤다. 오보를 양산하는 기성 언론의 속보 경쟁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블로거들은 느린 속도로 반성과 성찰이 담긴 글을 쓰겠다고 결의했다. 편집장 민노씨는 "'종북 셀프 테스트'처럼 잘 팔리는 자극적인 소재가 아니어도 문제의식이 있는 글을 던져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었다"고 밝혔다.

현재 편집위원 20명, 외부 필진 80명 등 100여 명이 <슬로우뉴스>에 글을 쓰고 있다. 편집위원은 전업 블로거와 각 분야 전문가들로 이뤄져 있다. 현직 기자 등 미디어 전문가가 많다. <슬로우뉴스>에 글이 들어오면, 내부 편집회의를 거친 후 최종 등록된다. '종북 셀프 테스트' 역시 편집회의에서 내용과 제목이 바뀌었다.

페이스북에서 <슬로우뉴스>를 구독하는 독자는 6400여 명이다. 하루 2~3만 건의 페이지뷰를 기록하고 있다. 민노씨는 "이상을 실현하기엔 척박한 현실이지만, 그래도 헛된 꿈을 꾼 것 같지 않다"면서 "후원 모델을 통해 저를 포함해 2명의 상근자 월급을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늘리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말했다.

<ㅍㅍㅅㅅ>, <조선일보>와 맞짱 뜨다

 네이버에 의존하지 않고 페이스북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질 좋은 콘텐츠를 선보이는 매체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ㅍㅍㅅㅅ>의 홈페이지 화면이다.
 네이버에 의존하지 않고 페이스북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질 좋은 콘텐츠를 선보이는 매체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ㅍㅍㅅㅅ>의 홈페이지 화면이다.
ⓒ <ㅍㅍㅅㅅ>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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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을 재기발랄하게 다루는 곳.'


<슬로우뉴스>에서 활동하던 이승환 발행인이 2012년 12월에 창간한 <ㅍㅍㅅㅅ>에 대한 평가다. 이 매체는 '폭풍설사', '폭풍섹스'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운영진은 "프프스스"라고 발음한다. <ㅍㅍㅅㅅ>는 초기 사회현안에 대한 누리꾼들의 재치 있는 반응을 모은 '개드립 모음' 콘텐츠로 큰 인기를 끌었다. 현재 페이스북에 2만 명의 독자들이 있다.

이승환 발행인은 "'전문가들이 직접 글을 쓴다' '너무 무겁지 않게 기사를 쓴다'라는 지향점을 가지고 만들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시와 연평도 등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가 이 미디어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 살펴보자.

지난 4일 <ㅍㅍㅅㅅ>에는 무인항공기 제작에 참여한 바 있는 무선조종(RC) 매니아 김무광씨 인터뷰가 실렸다.

전날 "무인기에 20~30kg의 폭약을 장착할 수 있다, 자폭공격용으로 쓸 수 있다"는 <조선일보> 사설이 나왔다. 이에 김씨는 "무인기의 장착된 엔진이 183.5달러짜리"라면서 이 엔진을 살 수 있는 사이트를 공개했다. 김씨는 무인기에 대해 "최대 50km까지 날아갈 수 있다, 취미용 RC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무인기는 조악하고 쓸모없다, 무거운 폭약을 실으면 날릴 수도 없다"며 <조선> 사설을 반박했고, 페이스북에서 큰 호응을 받았다. 3600여 명이 '좋아요' 버튼을 눌렀다. 미디어 전문가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는 이 기사를 두고 "술술 읽힐 뿐더러,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면서 "전통적인 매체는 많이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신 기사 번역에서 기성 언론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평가를 받는 혁신미디어도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 전자과 연구원인 이효석씨가 지난 2012년 7월에 만든 <뉴스페퍼먼트>가 바로 그곳이다. 다양한 분야의 외신 기사들이 번역돼 올라온다. 미국 IT 업계 소식을 번역해 올리는 <테크니들> 역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IT전문가인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전문가의 시각이 담긴 값진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폭발적인 성장세...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을까

 <ㅍㅍㅅㅅ> 김수빈 편집주간과 이승환 발행인.
 <ㅍㅍㅅㅅ> 김수빈 편집주간과 이승환 발행인.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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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미디어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슬로우뉴스><ㅍㅍㅅㅅ> 모두 최근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슬로우뉴스>는 지난해 10월 25만 건의 페이지뷰를 기록한 뒤, 지난 3월에는 50만 건을 웃돌았다. 4월 8일 현재 20만 건의 페이지뷰를 기록한 만큼, 4월에도 기록경신이 확실시 된다. <ㅍㅍㅅㅅ>는 최근 월 평균 120만 건의 페이지뷰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혁신미디어 <버즈피드(Buzzfeed)>는 2013년 11월 1억3000만 명의 순방문자수를 기록했다. 월 평균 순방문자수가 3000만 명인 <뉴욕타임즈>의 4배가 넘는다. <슬로우뉴스>와 <ㅍㅍㅅㅅ>에 참여하는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존 언론들이 노쇠화되면서 30대들은 혁신미디어를 본다"면서 "현재의 성장세를 보면, 다음 총선 때 혁신 미디어들이 더 큰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순 기자도 "이들 미디어의 성장은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 어뷰징과 낚시성 기사들이 온라인 뉴스 시장을 지배하자, 뉴스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피로감과 거부감을 갖기 시작했다"면서 "결국 좋은 정보에 대한 갈망이 혁신미디어의 성장세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 매체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최 기자의 설명이다. 그는 "<슬로우뉴스>와 <ㅍㅍㅅㅅ>이 틈새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지만, 독자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을 발굴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태그:#혁신미디어, #ㅍㅍㅅㅅ, #슬로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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