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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박만 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2014년 제2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기회의'가 열리고 있다.
 지난 1월 2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박만 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2014년 제2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기회의'가 열리고 있다.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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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방송사가 잇따라 중징계를 받았다. 지난 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JTBC에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와 경고'라는 최고 수위의 법정제재를 내렸다. 지난 2월 18일 JTBC <뉴스큐브6>이 이 사건의 피해자인 유우성씨와 그의 변호인을 출연시킨 것을 두고 공정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해 9월 유씨의 무죄 판결을 다룬 KBS <추적 60분> 역시 방심위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방송사 재허가 때 감점으로 이어지는 중징계였다. 이 사건을 둘러싸고 국정원·검찰에 대한 비판이 거센 가운데, 유독 방심위가 공안 검사들을 감싸고 있다. '공안검열위원회'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이 같은 논란의 배후에는 공안 검사 출신인 박만 위원장이 있다.

2011년 5월 박만 위원장은 방심위 2기 집행부의 수장을 맡았다. '공안 검사가 방심위를 접수한다'는 언론단체의 우려가 나왔다.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편파 심의' 논란이 잇따랐다. 정부 비판 언론에는 과도한 제재를 내렸다. 반면, 종편에는 봐주기 심의가 이뤄졌다. 박만 위원장의 과거를 보면, 이는 예상된 수순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잘나가던 공안검사, 옷을 벗고 언론계로 입성하다

박만 위원장은 21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81년부터 검사의 길을 걸었다. 그는 기자들에게 농담을 즐기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박 위원장이 "A씨를 조만간 소환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몇 억 년 된 삼엽충 화석을 가리키며 "저것 입장에서 '조만간'은 얼마일까"라고 대답해 폭소를 유발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서울지방검찰청 공안 1부장검사, 대검찰청 공안기획관을 역임하면서 공안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소설 <태백산맥>에 대해 "지하철 타고 다니면서 다 봤다, 재밌더라"라면서도 "국가보안법상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03년 서울중앙지방검철청 1차장 검사였던 그는 노무현 정부 당시 대표적인 공안사건인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그해 10월 검찰은 송 교수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면서 법원에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곧바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위원장은 당시 "사안이 중대하고, 개전의 정이 없으며,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면서 "반국가단체에 가입해 간부 또는 주요 요직에서 지도적 임무를 수행했고 20여 차례 방북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노무현 대통령의 불구속 수사 원칙을 거스르면서까지 송 교수를 구속 기소했다. 송 교수는 1심에서 징역 7년을 받았다. 하지만 2004년 7월 2심 재판부는 송 교수의 혐의를 대부분 무죄로 판단해 집행유예 선고를 내렸다. 이는 박 위원장에게 '치명타'가 됐다.

박 위원장은 2005년 4월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하자 사표를 냈다. 당시 <월간조선>과 한 인터뷰에서 송 교수 사건을 언급하며 "권력에 맞서다가 피해를 본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송 교수는 2008년 4월 대법원으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대부분 무죄판결을 받았다.

박만 위원장은 검찰을 떠난 지 2년 만에 KBS에 입성한다. 2007년 1월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이 박 위원장을 KBS 이사로 추천한 것이다. 당시 기자협회는 "한나라당이 향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KBS를 공안검사의 수중에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KBS에 경찰 불러들이고, 정연주 사장 몰아내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방송장악은 현실이 됐다. 감사원은 KBS 감사를 진행해,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정연주 당시 KBS 사장의 부실경영 책임을 물어 해임을 요구했다. 여당 쪽 이사들은 2008년 8월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을 처리하기 위해 이사회를 소집했다. 이 과정에서 KBS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KBS 이사회는 경찰을 KBS로 불러들였다.

박 위원장은 그해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나와 "신체의 위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고 또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도 않으니까 경찰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이사회에서 야당 쪽 이사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박만 위원장을 비롯한 6명의 여당 쪽 이사들은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을 처리했다. 당시 정연주 사장은 "6명의 이사는 공영방송 KBS의 역사에 그리고 대한민국 언론사에 영원한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곧 정 사장을 해임했다.

정 전 사장은 해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2012년 2월 정 전 사장의 해임은 위법했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가 방만경영을 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정 전 사장은 위법행위에 가담한 모든 이들을 향해 "마땅히 본인과 국민 앞에 사죄하고, 응당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박만 KBS 이사'는 이에 앞서 2011년 5월 장관급 대우를 받는 방송통신심의위원장으로 영전했다.

법원 판결 아랑곳 없이 계속 영전... 그는 여전히 '공안'이다

지난 2008년 8월 25일 KBS이사회에서 정연주 전 사장의 후임 사장 후보 면접이 진행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방송장악 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 소속 회원들이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재천 이사장을 비롯해 여당 추천이사인 강성철 권혁부 박만 방석호 이춘호 이사 등을 '방송 6적'으로 규정하고 방송장악 음모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지난 2008년 8월 25일 KBS이사회에서 정연주 전 사장의 후임 사장 후보 면접이 진행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방송장악 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 소속 회원들이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재천 이사장을 비롯해 여당 추천이사인 강성철 권혁부 박만 방석호 이춘호 이사 등을 '방송 6적'으로 규정하고 방송장악 음모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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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편향적인 박만 위원장이 이끄는 방심위가 '정권옹호위원회'라는 비판을 받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방심위는 2012년 1월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이들을 출연시킨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이 공정성·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다며 주의처분을 내렸다. CBS가 재심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CBS는 결국 소송을 냈고, 1·2심 재판부는 CBS의 손을 들어줬다. 방심위가 편파 심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하지만 방심위는 귀를 닫았다. TV조선 <뉴스쇼 판> 징계를 둘러싼 논란 역시 편파 심의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 방송은 지난해 1월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김성환 노원구청장을 '종북'으로 규정하는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의 주장을 내보냈다.

지난해 12월 방심위는 이 방송이 공정성·객관성 조항을 위배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가장 낮은 행정제재인 '의견 제시'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은 정 전 아나운서가 이재명 시장과 김성환 구청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처럼 편파 시비를 부른 방심위의 심의 결과는 법원에서 잇따라 뒤집어 지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박만 위원장은 자신이 지금도 공안검사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느냐"면서 "박만 위원장 체제의 2기 방심위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더욱 노골적인 정치 심의 행태를 보이며 '비판 언론'에 칼을 휘두르는 '정권 친위대'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태그:#박만 방송통신심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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