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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인한 여름철 폭염과 폭우, 겨울철의 폭설·이상 한파 등 기상이변이 빈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후변화가 개인의 삶은 물론 경제·사회 등 각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날로 더 커지고 있다. 특히 기업은 '날씨'라는 화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20세기 들어 지구의 평균기온은 0.6℃ 상승했다. 1998년 인도에서는 폭염으로 2300명이 사망했고, 2003년에는 유럽의 폭염으로 1만5000명이 사망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얼음두께가 최근 수십년 동안 40% 정도 얇아졌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한여름 폭염이 극심해지고 있고 태풍의 위력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등 북미지역의 일 최저기온이 -35℃ 이하로 떨어져 나이아가라 폭포가 얼어붙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처럼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기후변화 양상이 뚜렷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우리생활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기후변화로 인한 트렌드(trend)의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 14일 서울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 이창우(58) 선임연구위원(기후에너지연구센터장)을 만났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서울연구원은 우면산 안에 위치하고 있다. 우면산 등산로에 들어서 200m 정도 오르니 서울연구원이 나왔다. 산속에 있어서인지 사뭇 맑은 공기였다. 그곳에서 이창우 연구위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기후변화 시대의 제품 트렌드 '경박단소(輕薄短小)'

서울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 이창우 선임연구위원(기후에너지연구센터장)
 서울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 이창우 선임연구위원(기후에너지연구센터장)
ⓒ 온케이웨더 박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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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우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은 '기후변화 대응 전략'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에 왔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 연구위원은 "기업이 제품을 생산할 때 기후변화에 대응을 하면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다. 즉 매출과 연관이 된다"라며 "내구성이 강하고, 제품이 더 가벼워지고 휴대하기 편할수록 잘 팔리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매출이 늘면 시장이 확대되는 결과까지 초래한다. 이것만 봐도 기업이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기후변화는 리스크 요인이 크기 때문에 곧 기회가 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는 누구나 피하고 싶어 하는 현상이다. 너무 덥거나 너무 추운 예측 불가능한 날씨 때문에 사람들은 건강을 상하기 쉽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규제가 많아지면서 비용이 발생하고, 생산에 제약이 생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량 설정부터 제품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 발생여부 등을 공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연구위원은 '리스크'를 '기회'로 잘 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예를 들어 직장(봉급)생활을 하면 리스크가 크지 않지만 봉급은 고정돼 있다. 반면 사업을 하면 리스크는 크지만 성공하면 더 큰돈을 벌 수 있다"며 "어떤 선택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안정적인 것보다 위험요소가 있는 것을 선택해야 성공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기후변화의 제품 트렌드를 '경박단소(輕薄短小)'로 축약했다. 이는 '가벼움', '얇음', '짧음', '작음' 이란 뜻이다. 그는 "휴대폰만 봐도 점차 얇고 가벼워지고 있다"며 "기능성과 휴대가 편리한 제품을 많이 출시할수록 평판이 좋아지고 이는 곧 판매량 증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변화가 시장의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저탄소 제품을 찾게 되면서 시장 선호도가 변하고 그들의 선호에 맞는 제품들이 다시 출시되는 순환구조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폭염·한파·폭설 등 기후변화 리스크 요인을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상정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때문에 기업에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첫째로 기후변화 동향을 항상 살피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후는 대기 현상의 긴 시간에 걸친 흐름이다. 이 동향을 자세히 살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목표설정이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량이라든지, 기후변화 시대에 적합한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기후 분야의 거버넌스의 구축이다. 기업에서는 날씨나 기후관련 전문가들을 접촉해서 의견을 정책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업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은 굳이 어떤 기업을 지칭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삼성은 삼성환경연구소를 20년 전에 개소했다. 1993년 신경영 선언 당시 삼성지구환경연구소(現 삼성안전환경연구소)를 설립해 기후변화에 따른 경영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당시 무오염·무재해·무질병의 3무(無) 사업을 지향하며 기후변화와 기상정보 등에 대해 연구했다.

하지만 삼성지구환경연구소는 지난해 5월 '삼성안전환경연구소'로 명칭을 변경했다. 지난해 불산 유출 사고가 터지는 등 환경관련 사고가 발생하자 이를 계기로 연구소의 역할과 명칭을 개편하고 나선 것이다. 이후 유해물질사용금지지침(RoHS)이 본격화 되면서 연구소의 역할도 늘었고 유해물질 사용 여부와 사업장 내부 환경점검도 실시하게 됐다.

"기후변화, 의(衣)·식(食)·주(住)·행(行)에 영향"

이창우 연구위원은 기후변화가 우리 생활의 의(衣)·식(食)·주(住)·행(行)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이창우 연구위원은 기후변화가 우리 생활의 의(衣)·식(食)·주(住)·행(行)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 박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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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덥고 겨울이 추운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계절의 변화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최근에는 여름엔 폭염이 자주 나타나고 겨울에는 한파로 추위의 강도가 세지고 있다.

지난달 북미 한파는 지구온난화로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겨울철 북극의 한기를 막아주던 '제트기류'가 약해진 때문으로 나타났다. 약해진 제트기류가 중위도 지방까지 내려오면서 유럽, 미국, 캐나다 등에 기록적인 한파를 몰고 온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기후변화는 이런 현상들로 사람들의 의(衣)·식(食)·주(住)·행(行)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그 영향은 먹거리에도 미친다. 그는 "이런 이상기후는 세계 농산물 수출 1위국인 미국의 농산물 가격을 올리고 결국 세계 농산물 가격이 불안정 해지는 요인이 된다"며 "특히 옥수수 등 가축의 사료 값이 오르면 쇠고기·돼지고기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1차적으로 사람의 몸을 보호하는 의류산업은 굳이 날씨와의 연관성을 설명할 필요가 없을 만큼 기후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

그는 "이런 혹한의 날씨에 패딩과 같은 옷 판매가 늘어난다"며 "최근 패딩도 가벼우면서 방한 효과를 갖춘 것이 잘 팔린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최저기온이 -4~-5℃로 떨어지면 겨울옷의 판매가 증가하고 가죽이나 무스탕, 오리털 파카와 같은 아웃도어는 -8~-10℃정도로 내려가야 이를 찾는 손님이 몰린다. 또 한여름에는 더위를 덜타는 소재나 땀 흡수가 좋은 옷을 찾게 된다.

이어 그는 "주거환경의 경우 산사태 취약지역이나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서는 건물을 지을 때 1층에 주차장을 설치하거나 빈 공간으로 두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며 "이렇게 하면 산사태로 인한 토사물이나 폭설 피해를 최소화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기후변화는 인간의 '행동'에도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최근에는 의식 있는 소비자들이 많이 등장했다"며 "그들은 '탄소발자국'을 남기지 않으려는 행태를 보인다. 예를 들어 물건 사용과 화석연료의 연관성까지 내다보는가 하면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는 등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기후변화로 와인 생산 늘고 있다"

기후변화는 농산물 경작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와인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프랑스다. 하지만 최근에는 영국이나 중국의 와인산업이 발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연구위원은 "기후변화 리크스를 기회로 이용한 사례를 '와인'에서 찾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비교적 추운나라에 속한다. 하지만 최근에 영국의 도심지역에서 포도밭이 늘고 있다. 그 예로 영국 런던에서는 100여 가구가 조합(샷토 투팅·Chateau toothing)을 형성해 포도농사와 와인 산업을 펼치고 있다.

그는 "도심에서는 건물·교통량 등이 많아서 열이 발생하는 곳도 많다"며 "시골보다 런던 등 도심의 평균기온이 5℃정도 높아 포도재배를 하기에 알맞은 기후"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의 와인 산업도 날로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포도 재배면적이 세계 4위, 와인 생산량은 세계 8위다. 오는 2016년에는 생산량 6위 국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은 영국과 중국 두 나라의 날씨가 따뜻해진 게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중국이 여기에 품질(맛)까지 더하면 프랑스나 칠레 와인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북극의 얼음이 녹는다는 것은 기후변화의 위험 요소이지만 선박의 이동거리를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기회다.

배를 타고 우리나라에서 유럽으로 가기 위해서는 수에즈운하를 통과해야 한다. 그에 따르면 수에즈운하를 경유하는 운항 거리는 2만2000㎞이고, 평균 40일 정도 걸린다. 하지만 북극항로가 열릴 경우에는 1만5000㎞의 거리를 운항하고 기간은 30일이 소요된다. 거리만 약 32% 단축되는 것이다.

그는 "얼음이 있는 바다를 지날 수 있게 만들어진 쇄빙선(碎氷船·ice breaker) 산업의 발달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환경위기 시대, 도시농업도 발달할 것"

텃밭농장에 참여 중인 가족의 모습
 텃밭농장에 참여 중인 가족의 모습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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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향후 로컬푸드(local food)의 소비추세가 늘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농산물을 말하는데 반경 50㎞ 이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칭한다.

이 연구위원은 "거주하는 지역과 가까운 곳에서 먹거리 수요를 충족하는 것은 지구온난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수송 거리가 짧아지는 만큼 석유 등 에너지 사용량이 줄기 때문으로 풀이 된다.

비슷한 맥락에서 도시농업도 발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과일의 79%, 채소의 69% 등이 대도시권 내에서 생산되고 있다. 보스톤 시에서는 1980년대 '도시농민협회'가 만들어 졌다.

유럽에서 도시농업이 발달한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의 '여가정원 연합회'는 19개 지역 협회와 1만 5200개 개별 협회가 가입돼 있고 총 150만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독일에서는 도시텃밭 경작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는 "세계 여러 도시에서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환경위기 시대에 도시농업의 새로운 의미를 찾고 도시와 농촌의 장점을 고루 갖춘 생태도시 만들기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농업이란 도시에서 이뤄지는 농업활동이다. 텃밭을 경작하거나 테라스, 발코니, 옥상에서 채소를 가꾸는 것을 포함한다. 또 주말농장이나 지자체에서 분양하는 도시텃밭도 여기에 속한다.

이는 도시생태계를 유지하고 보호해 준다. 그는 "그냥 빈 땅으로 둘 때보다 빗물에 흙이 쓸려 내려가는 것을 줄이고 토양오염을 예방하는 동시에 도시 물 순환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서울은 조선의 수도가 될 때까지 상고시대부터 이미 농업 지대로 이용되고 있었다. 물론 조선시대에도 농업활동이 널리 행해졌다. 지역별로 보면 잠실에서는 양잠을 주로 재배했고, 종로구 권농동(現)에 있던 내포동에는 궁중에 채소를 공급하기 위한 밭이 있었다. 지금의 서대문구 연희동에 논밭이 있어 1456년 세조가 이곳을 시찰한 기록이 있다. 약초를 재배하던 곳은 중구 만리동 입구에서 서대문구 충정로 3가로 넘어가는 곳에 있었다고 한다. 또 을지로 5가에는 미나리 논이 있었고 서대문구 홍은동에는 호박밭이 많았다고 한다.

이창우 연구위원은 기후변화 리크스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우 연구위원은 기후변화 리크스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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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우 선임연구위원은
▲ 서울대 농업교육학과 졸업 ▲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졸업(도시계획학 석사) ▲ 영국 뉴캐슬(Newcastle)대학 도시계획학과 졸업(도시계획학 박사) ▲ 現 서울연구원 기후에너지연구센터장 ▲ 現 한국환경정책학회 회장 ▲ 現 서울특별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위원 ▲ 現 서울특별시 도시농업위원회 위원 ▲ 現 서울연구원 서울도시연구 편집위원회 위원장 ▲ 前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기획조정실장 ▲ 前 국무총리 수질개선기획단 물관리정책민간위원회 전문위원 ▲ 前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회 위원 <포상>▲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상 ▲ 국무총리 표창 ▲ 환경부장관 표창 등


덧붙이는 글 | 박선주(parkseo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서울연구원 이창우 선임연구위원, #기후변화, #서울연구원 기후에너지연구센터, #기후변화의 영향,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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