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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특별한 '선생님'이 있다. 교실에 들어가 수업하진 않지만,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고 학생들과 함께 학교를 지킨다. 바로 범어고등학교에서 4년째 배움터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하둘남(52·물금읍 범어리)씨다.

교육부 장관상을 받은 하둘남 씨
 교육부 장관상을 받은 하둘남 씨
ⓒ 김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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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터지킴이자 범어고청소년지킴이단 단장으로 지역에서 유명한 그는 지난달 31일 교육부 장관상을 받았다. 학교 주변 환경 정화 활동부터 교통 안전 지도, 학교 주변 순찰, 복지관 봉사활동 등 그가 범어고 아이들과 함께한 활동이 학교폭력 예방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범어고가 개교한 2011년부터 배움터지킴이로 활동한 하씨는 학교에서 배움터지킴이를 선발하기도 전에 자발적으로 학교에 지킴이 봉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범어고 학생들이 아파트 곳곳에 숨어서 흡연하고 꽁초를 버리는 등 지역 주민과 갈등을 빚는 일이 있었고, 그로 인해 주민들이 학교에 항의하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몇 차례 담배와 관련한 사건 때문에 주민들이 범어고에 안 좋은 인식을 가지게 됐어요. 학교와 지역이 하나가 되면 상생효과를 낼 수 있는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제가 학교와 주민을 잇는 '다리'가 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 배움터지킴이를 지원하게 됐습니다."

학교 흥미 느끼도록 청소년봉사단 운영... 교내·지역봉사로 아이 변화해

범어고 교사들이 학생의 '학교 안'을 책임진다면 그는 '학교 밖'의 부분에 신경을 쓴다. 그는 자신을 아이들의 또 다른 '보호자'라 생각하고 내 아이처럼 정성을 다한다. 학교 주변을 순찰하면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이 없나 둘러보기도 하고 그런 학생을 만나면 혼내기보다 엄마의 마음으로 충고한다.

"아이들이 일탈하는 것은 주위의 관심이 부족해서에요. 대부분의 가정이 맞벌이를 하고 아이들은 학원에 등 떠밀려 사람의 정을 느낄 시간이 없죠. 그래서 제가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고 싶었어요. 범어고 선생님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요.

학교에서 말썽을 피운 아이들이나 적응을 잘 못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봉사단을 운영해보고 싶다고요. 교장 선생님부터 인성부장 선생님까지 열린 마음으로 모두 저의 뜻을 받아들여주셔서 '범어고청소년지킴이단'을 만들게 됐어요."

하둘남 씨와 범어고청소년지킴이단 학생들.
 하둘남 씨와 범어고청소년지킴이단 학생들.
ⓒ 김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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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청소년지킴이단원들은 30여 명. 처음에는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 학교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모범생들도 함께한다. 다른 성향의 아이들이 하나의 공동체가 되면서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다.

내성적인 아이들은 지킴이 활동으로 점차 사교성이 생기고 학교에 흥미가 없던 아이들은 활동에서 재미를 찾는다. 다른 학생에게 학교 규정을 지키자고 외치기도 하고 이웃 주민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이런 활동 속에서 아이들은 지킴이 활동에 흥미를 갖고 학교에 대한 애정까지 키워 나가는 것이다.

학교 주변 거리 정화활동에 나선 청소년지킴이단.
 학교 주변 거리 정화활동에 나선 청소년지킴이단.
ⓒ 김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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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게 제일 행복하죠. 이제 제가 저 멀리 있어도 먼저 와서 인사하고 자기가 무슨 활동을 했는지 자랑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이렇게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지역주민과 아이들, 학교의 관계도 좋아지고요. 우리 동네가 점점 성장하는 거죠."

하씨의 활동을 적극 지지하고 있는 범어고 김희범 교장은 "학교가 자리잡고 학생들이 즐거운 학교를 만드는 데 지킴이 선생님의 역할이 크다"며 "학생들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교사들이 배우는 점이 많다"고 말했다.

청소년지킴이단의 환경 식수 심기 활동 모습
 청소년지킴이단의 환경 식수 심기 활동 모습
ⓒ 김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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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에너지로 돌아가는 지킴이단은 학교뿐만 아니라 주민을 위한 활동도 하며 지역 속에 녹아들고 있다. 범어고 아이들을 모두 안 좋은 시선으로 봤던 주민들도 아이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며 공동체가 되고 있다. 하씨는 이런 모습을 보며 지역과 학교가 하나 되는 '지역학교공동체'를 꿈꾼다.

"아파트 구석에 숨어서 흡연하는 아이가 있다면 그 버려진 꽁초를 줍는 아이도 있어요. 이제 주민들은 저런 착한 학생이 우리 동네를 위해 봉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요. 주민들도 범어고 학생들을 인정하며 '우리 동네 아이들'로 따뜻하게 맞아주기 시작했어요. 지역민과 학생, 학교가 하나의 공동체가 되기 시작한 거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살기 좋은 우리 동네가 될 것 같아요. 다 함께 봉사하며 화합하는 즐거운 동네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양산시민신문에 게재됐습니다.



태그:#하둘남, #교육부장관, #청소년지킴이, #봉사,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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