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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의전 박물관
 육의전 박물관
ⓒ (주)CPN문화재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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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30일 개관한 육의전 박물관은 서울의 대표 도심 중 하나인 종로 2가에 자리하고 있다.

조선시대 서울 종로의 어용(御用) 상점인 육의전 유적 발굴 당시 현장 모습 그대로 전시하고 있는 이 박물관은 피맛길과 시전행랑 토층을 관람객들이 직접 관찰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특히 전시장 바닥에 동양 최대 규모인 유리막 골조틀을 설치하여 관람객들이 유리막 위를 걸으며 유적을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눈에 띈다.

육의전 박물관은 건립 과정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유적지 위에 건물을 세우고자 하는 건물주와 유적을 보존해야한다는 문화재계의 목소리가 부딪힌 것이다. 이 대립되는 양쪽의 의견을 조율한 결과물이 바로 이 '육의전 박물관'이다.

도심 개발과 문화재 보존 상생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육의전 박물관의 황평우 관장을 만나 건립 과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황평우 관장
 황평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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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을 둘러봤는데 세세한 곳까지 신경을 많이 쓰신 것 같습니다.
"제가 해외에도 이런 전시관 수 없이 많이 봤고, 전국에 있는 자료를 조사해봤어요. '조사를 할 때 이거 굉장히 잘 만들어야 되겠다.' 그리고 들어오는 계단은 좀 답답하지만 입장하면 굉장히 중요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죠. 그래서 제가 이런 디자인 하나하나 하는 거부터 조명, 유리, 유리에 스크래치 나지 않게 하는 거 하나하나에. 그리고 제가 대학원에서 박물관학을 세부전공하다보니까 관람객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끔 안내를 받을 수 있는 이런 것들까지도 신경을 써야했죠."

- 육의전 박물관을 건립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서울은 600년이 되었지만 그동안 발굴다운 발굴조사가 없었고요. 발굴이 되었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발굴을 해본 경험이 없습니다. 그리고 많은 외국 사람들이 서울에 와보면 서울 600년의 정체성이 무엇이 있냐고 한다면 궁궐밖에 없죠.

왜냐하면 서울은 그동안 임진왜란, 한국전쟁, 일제강점기를 겪으면서 많은 건물들이 훼손되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600년 유적들이 없었어요. 그 다음에 밑에 있는 건물들의 기단 이런 것들은 폐허가 되면서 그 위에 축적되어 있었죠. 이런 축적된 유적들에 대해서 발굴조사를 했어야 했는데 서울이 근대화되는 과정에서 발굴다운 발굴을 못하고 그냥 유적을 밀어버리고 건물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자각이 일어섰고 그 다음에 이런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해서 발굴조사를 제대로 해서 뭔가 남겨놔야 하지 않느냐 해서 2003년도 종로에서부터 발굴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때 발굴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장대석을 발견해서 신고를 했고, 이 신고를 통해서 서울이 발굴하게 되는 과정을 겪었고 또 청계천도 발굴조사가 이루어졌어요.

그 과정에 종로 2가에 건물주가 건물터를 매입해서 9층 건물을 지으려고 하니까 문화재청(문화재위원회)은 탑골공원과 원각사지가 가깝기 때문에 여기도 유적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발굴조사를 했더니, 16세기의 유구들이 나왔습니다. 이때 문화재 위원회는 이 유적터를 보존을 하라고 했습니다. 이런 대립적인 상황들 속에서 건축주가 저에게 찾아와 획기적인 방안이 없냐고 하소연을 했고, 저는 보존(유적 전시관)과 건물을 짓는 '상생'방안을 제시하여 귀중한 유적들을 보존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좌) 육의전 박물관 터 전경 (우) 발굴 후 전경
 (좌) 육의전 박물관 터 전경 (우) 발굴 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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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을 기획하고 운영하시는데 어려운 점이 많으셨을 텐데 어떤 점들이 있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이 박물관을 하면서 별 소문을 다 듣고...대표적으로 돈을 좀 챙겼다. 그 다음에 건물주 이익 편에 섰다. 이런 얘기들을 한 두 명이 합니다. 그런데 그런 것은 사람들이 전부 중요하게 생각 안하는데 인터넷에 글이 남아있으니까 문제가 되는 겁니다. 그러나 발굴을 하신 분이나 보존처리 하신 분이나 또 여기 관련해서 많은 역할들을 해주신 분들은 육의전 박물관과 또 저와 같이 만들었던 사람들에 대해서 굉장히 고생 했다고 말합니다.

제가 하나 말씀드리면 여기 박물관을 운영하고 학예사 두 명과 인턴, 기타 사무실 운영을 해야 하는데 대략적으로 월 천만원 내외가 소요됩니다. 즉 6년 동안 최소 7억이 들어갑니다. 그 돈을 건물주가 줬느냐? 지난 6년 동안 운영비조로 준 것이 2008년과 2009년, 즉 2년동안 1억 3천정도 됩니다. 이것을 직원 월급과 운영비로 사용했고, 나머지 4년은 제가 방송가고 원고 쓰고, 연구 용역하고, 전국에 특강 나가고, 이런 것들을 모아서 여기에 운영비로 썼던 거예요.

박물관 건축과정에서 건축주가 박물관층을 상업시설로 등기를 내면서 박물관 조성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제가 끝까지 관철해서 박물관 운영을 영구히 하겠다는 확답도 받아냈습니다. 힘들게 대항해서 여기까지 왔다면 지원해주고 오히려 응원을 해줘야 하는데, 한 두 명이 몇 백 개의 글을 올려가면서 건축주와 행정관청간의 문제를 박물관과 저의 문제처럼 음해하고, 제가 마치 건축주로부터 금전특혜를 받았다고 허위사실들을 유포하고 다니니 어이가 없고 황당하죠."

-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보람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어린 아이들이 박물관에 오면 엎드려서 유적이 유리 아래에 있으니까 흙도 안 묻고 유적 돌을 구분하는 것을 보면 저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과연 21세기 사는 우리 한국의 어린이들이 몇 백년 전의 기초를 이룬 돌들을 볼 때 어떤 생각을 할까. 과연 그리고 앞으로 이렇게 보여줄 수 있는 곳이 있을까 라고 생각을 해보면 여기 박물관을 내가 고생했지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양최대의 유리막 유적전시관(총153평, 전시 120평, 유리막 86평)
 동양최대의 유리막 유적전시관(총153평, 전시 120평, 유리막 86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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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육의전 박물관을 보시면 옆에 흙벽들이(토층전시) 있는데 이것을 전부 모사를 떠서 말렸어요. 그리고 그 흙들이 몇 년 몇 년 에 있는지 표시를 하면서 그 안에 역사를 만들었어요. 그래서 제목을 보시면 "퇴적된 땅속에 숨겨진 한양의 역사"라고 이 땅속에 얼마나 많은 선조들의 역사가 녹아있나 보여주는 것이죠. 이 땅속에 많은 역사가 퇴적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우리 어린아이나 청소년에게 이 땅을 함부로 대하지 않게 하는 무한한 상상을 주게 하는 것이죠. 그런데서 저는 보람을 느낍니다."

육의전 박물관의 “토층” 전시
 육의전 박물관의 “토층”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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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의 박물관 운영계획에 대하여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이 박물관을 끌고 온 것은 건축주에게 그냥 놔뒀다가는 이런 문화시설이나 문화재시설이 잘못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저라도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제가 이렇게 하는 것인가 궁금해 합니다. 특히 종로에 이런 문화시설을 하나 만들고. 이런 유적지 전시관, 저는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할 자신도 있었고 만들었거든요. 일본에 이런 보존처리 하시는 분들도 오셔서 일본보다 더 잘 만들었다고 하실 정도니까. 그리고 지하 2층에 세미나 룸, 도서관이 있는데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있어요. 1층 전시관에서는 설치미술이나 갤러리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야간에 문화시설 1-2백 명이 모이는 행사를 한다고 하면 유리를 카페트로 덮어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죠.

피맛길의 원형보존
 피맛길의 원형보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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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박물관에 영원히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전문가가 와서 또 관리하고. 그런 토대를 마련해주고 저는 가면 된다는 거죠. 여기 지하 2층에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도서관(자료실)은 제가 평생 모은 책입니다. 이런 것을 모든 사람에게 공개하고, 강당도 공개하고. 그래서 이번에 박물관 등록신청을 했습니다. 박물관 등록이 되고나면 처음부터 구상해온 박물관 운영위원회를 만들 겁니다. 즉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죠. 그 때부터는 지원을 받아서 정말 이 곳이 문화시설로 만들어지도록 하겠습니다.'

-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CPN 문화재방송국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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