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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산업화와 에너지 수요 증가로 전 세계에서 심각한 기후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곳은 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이다. 비단 기후변화 문제가 아니더라도 전 세계의 전자쓰레기 중 80%가 아시아로 넘어오고 있어 환경 문제도 간과할 수만은 없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약 1조 2000억 달러에 달하며 인명피해는 매년 5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에 따른 피해의 90%가 대응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1991년 4월 정부 출연기관으로 설립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중심으로 개발도상국에 빈곤퇴치를 위한 공적개발원조(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점차 온실가스 배출이 늘면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그 피해가 개도국으로 집중되자 이에 적합한 대응책 마련을 위해 2008년 한국국제협력재단에 기후변화환경실이 들어섰다.

한국국제협력단 기후변화환경실 이정욱 실장
 한국국제협력단 기후변화환경실 이정욱 실장
ⓒ 온케이웨더 박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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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환경실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막대한 개도국에 환경을 고려한 공적개발원조를 해 그들의 빈곤 퇴치는 물론, 환경 보존과 기후변화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문제와 환경 문제에 어떤 방식으로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는지 지난 13일 한국국제협력단 기후변화환경실 이정욱 실장(48)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방글라데시, 홍수로 국토의 절반 이상이 잠기기도..."

이정욱 실장은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문제는 어느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모두의 참여와 노력을 필요로 한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 실장은 "세계적으로 개도국 주민들은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예산부족으로 국가적인 재해예방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해 작은 자연재난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개도국 주민의 50% 이상은 기온 변화와 강수량 등의 영향을 받는 농업에 생계를 의존한 채 살아가고 있다. 기상이변이나 기후변화의 영향은 당연히 물·토지·산림 등 자연자본에 의해 살아가는 개발도상국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는 "산업혁명 이래 선진국 주도의 산업화와 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며 "방글라데시와 같은 빈국들은 온실가스 배출과는 별 관련이 없는데도 감당치 못할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욱 실장은 지난 2004~2007년, 2010~2012년 두 차례 방글라데시에서 근무 한 경험이 있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는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며 "2006년에 큰 홍수가 발생했을 때 전 국토의 3분의 2가량이 물에 잠겼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갠지스강 하류에 위치한 이 나라는 육지의 70%가 해발 10m 이내이다. 대부분 평지인데다 수많은 삼각주가 형성돼 있어 홍수가 나면 침수피해가 크다.

그는 "방글라데시에는 홍수나 태풍 같은 기상이변이 갈수록 자주 찾아오고 있다"며 "개도국들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책임은 적은 반면 피해는 집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방글라데시의 기후변화에 따른 흔적은 강 인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방글라데시 북부의 인도 접경지역은 최빈곤층이 밀집돼 있다. 그는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 강 근처에 집 없이 노숙자들처럼 흩어져 사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며 "모래 침식과 퇴적현상으로 강 가운데 흙이 쌓인 '모래톱(강 가운데 생긴 섬)'에 사는 사람들은 특히 우기 때 강우나 사이클론에 의해 강 수위가 올라가도 별다른 대책이 없이 견뎌야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마을 주민들에 의하면 최근 들어 잦아진 폭우로 강폭(2~3㎞)이 넓어지고 강 규모가 커지고 있다. 마을 쪽 농지가 덩달아 유실되고 있지만 마을주민도 현지 정부도 별다른 대책이 없다. 이 실장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이렇게 가난한 국가의 힘없는 주민들이 덮어 쓰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농업 국가인 방글라데시에는 마을 단위로 태양광 시설과 관계시설을 설치해줬다"며 "그로 인해 마을에 공동체 개념이 생기고, 작물 수확량이 좋아짐은 물론 연료비가 낮아져 이전보다 소득이 늘었다. 최근에는 아이들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아시아 기후변화 문제 해결 위해 EACP 사업 수행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아시아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성장 이행을 위해 '동아시아기후파트너십(EACP)' 사업을 2008~2012년 2억 달러(한화 1800억 원) 규모로 수행했다. 동아시아기후파트너십은 2008년 G8 정상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기후변화와 환경에 취약한 아시아 개도국을 돕기 위해 국제사회에 공약한 사업이다. 이 자금은 공적개발원조 형태로 파트너 국가의 기후변화 대응 역량 강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데 쓰이고 있다.

이정욱 실장은 "동아시아기후파트너십 사업은 물 관리·저탄소 에너지·저탄소 도시·산림·바이오 매스·폐기물 처리의 5대 중점 지원 분야를 선정해 전략적 지원을 수행했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36개 분야 중 5개 분야를 선택해 집중관리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욱 실장이 EACP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정욱 실장이 EACP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박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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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기후파트너십은 ODA의 일환으로 녹색ODA와 그 맥을 같이 하지만 기후변화 적응과 대응을 중점 목표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주변 국가의 기후 특성을 반영해 신재생에너지사업과 물 관리 사업을 집중 진행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산림 및 바이오매스 분야, 스리랑카와 캄보디아는 태양광 발전소 건립을 통한 신재생에너지 지원, 몽골은 물 관리 사업과 산림 조림 등을 중점 사업으로 채택했다.  

이 실장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도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을 위해 오래 전부터 취약국에 대한 개발원조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진행속도가 더디고 지원규모도 충분치 않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개도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통해 개도국이 빈곤의 덫을 탈피하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 실장은 "아시아를 동아시아기후파트너십의 대상지역으로 선정한 것은 이 지역이 기후변화 적응과 대응에 취약한 만큼 녹색 적정기술을 지원해 발전을 돕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자 효과적인 전략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빠른 경제성장과 산업화로 아시아 개발도상국은 주거·하수처리와 같은 인프라가 부족해 태풍이나 홍수 등 자연재난에 취약한 구조를 갖게 됐고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도 대상지역 선정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한국국제협력재단(KOICA)에서 90년대 초반부터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ODA를 진행해 왔지만 지난 2009년 개발원조위원회(DAC·개발도상국의 원조를 위해 결성된 OECD 산하 기구)에 가입하면서부터 그 활동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는 "기후변화 문제 못지않게 환경오염도 심각한 상황인 만큼 보건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부온호현과 몽골 울란바토르의 상하수도 개선 및 조성 사업과 폐기물 처리시설을 통한 물·환경오염을 개선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또 기후변화로 인한 모기 관련 감염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매개모기질병(말라리아·뎅기열·전염병균) 방지 사업을 통해서 보건환경 개선에도 이바지 하고 있다.

이정욱 실장은 "하지만 이 정도 규모로는 아직 기후변화 대응에 충분치 못하며 개도국의 기후대응 체제 구축 및 역량강화를 위한 별도의 재원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ODA 사업은 현지 기후·환경 조건 잘 알고 추진해야

매년 봄철이면 중국 고비사막에서 날아오는 황사로인해 우리나라에는 눈과 호흡기 질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사막화는 한 나라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지구적인 환경문제다.

우리나라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일환으로 1998년부터 중국, 미얀마, 몽골 등을 중심으로 사막화 방지사업을 전개해오고 있다.

이정욱 실장은 "매년 우리나라의 1.2배에 달하는 면적이 사막화되고 있는데 이로 인한 피해도 개발도상국이 상대적으로 심각하다"며 "우리나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화된 산림을 성공적으로 복구한 유일한 나라로서 사막화 위기에 처한 국가들의 도움요청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륙지역의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2000년대 들어 황사 횟수가 증가하고 관련 피해도 늘자 UN은 '유엔 사막화 방지 협약'을 통해 6월 17일을 '세계 사막화 방지의 날'로 정했다.

이정욱 실장은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학사 ▶한양대학교 공공행정 대학원 수료 ▶(現)KOICA 기후변화환경실장(2013) ▶(現)소비자 보호원 자문위원 ▶(現)한국환경공단 환경ODA사업 자문위원 ▶(現)국회 기후변화포럼 자문위원 ▶KOICA 미얀마 주재원 ▶KOICA 연수사업팀·평가실 과장 ▶KOICA 방글라데시사무소장(2004) ▶KOICA 지역조정팀장 ▶KOICA 방글라데시사무소장(2010) ▶KOICA 역량개발기획팀장 ▶일본국제협력기구 직원교류 프로그램 참가(1999) ▶스리랑카 지역연구 보고서 ▶방글라데시 빈곤경감전략(PRSP) 평가분석 ▶중남미 3국 보건의료사업 사후평가 보고서
이 실장은 "사막화 방지를 위해 우리나라도 정부차원, 민간 단체 등이 중국과 미얀마 등에 나무 심기를 많이 실시하고 있지만 행동 이전에 현지의 기후부터 잘 알아야 한다"며 "그 나라의 기후와 환경에 적합한 묘목을 식재하고, 현지 주민들의 특성을 잘 파악해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국제협력단 기후변화환경실은 이렇듯 환경과 생태가 고려되는 기술, 지역주민들의 삶과 문화가 보전될 수 있는 기술을 ODA와 어떻게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그는 "선진국의 핵심기술을 개도국으로 전달해 그 기술을 활용하고, 그것이 기반이 돼 빈곤에서 탈출 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며 "성공적인 ODA를 위해 현지에 적합한 적정기술을 이전한 후 3년간 모니터링을 실시해 사후관리까지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정욱 실장은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목표아래 지구와 인간의 공생 조건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개도국에 지원하는 학교나 병원 등 건축물에 빗물 저장시설, 태양광 설치 등 환경을 고려한 공적개발원조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으로 고통 받고 있는 지구촌 곳곳의 개도국 지원을 위해 녹색기후기금(GCF) 유치국인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 기후변화에 적합하고 친 환경적인 공적개발원조(ODA)를 펼쳐나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정욱 실장
 이정욱 실장
ⓒ 박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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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선주(parkseo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KOICA 기후변화환경실, #이정욱 실장, #한국국제협력단, #공적개발원조, #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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