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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외포항 새벽을 여는 사람들의 풍경.
▲ 외포항 거제 외포항 새벽을 여는 사람들의 풍경.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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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가 하늘을 날기보다는 노래를 하고 있다. 하늘을 나는 것은 갈매기가 아니라 그물에서 튕겨 나온 멸치.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가사에 맞춰 어부가 춤을 춘다. 덩달아 그물도 허공으로 곡선을 그리며 함께 흔들어 댄다. 거제 외포항에는 어부와 갈매기가 노래하고, 멸치는 하늘을 날며 고기잡이 그물은 춤을 추고 있다. 지난 18일 거제 외포항의 풍경이다.

"진~싸~코, 진~사~코. 끼~루~욱, 끼~룩. 진사코, 진사코."

멸치잡이를 마치고 항에 들어 온 뒤, 3시간 가까이 멸치털이 작업을 하는 어부들. 처절한 삶의 현장이다.
▲ 멸치털이 멸치잡이를 마치고 항에 들어 온 뒤, 3시간 가까이 멸치털이 작업을 하는 어부들. 처절한 삶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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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멸치털이 작업을 하는 어부들.
▲ 멸치털이 힘들게 멸치털이 작업을 하는 어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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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와 갈매기는 번갈아 노래한다. 노래에 맞춰 춤추는 갈매기와 멸치. 아침 6시 멸치잡이 나간 배는 만선을 하고 정오쯤 항으로 귀항한다. 멸치 그물을 터는 어부의 검게 그을린 얼굴은 고된 삶의 모습이 녹아 있다. 피곤에 젖은 얼굴이지만, 행복감도 묻어난다. 그물을 잡은 손은 하늘과 땅을 오가며 그칠 줄 모르며 반복하고 있다. 손동작과 몸동작이 언제 그칠지 지켜봤지만, 지켜보는 내가 더욱 지루함을 느낀다. 멸치털이 작업은 3시간 동안 계속된다.

힘들게 멸치털이 하는 어부들. 멸치가 하늘을 날고 있다.
▲ 멸치털이 힘들게 멸치털이 하는 어부들. 멸치가 하늘을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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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들이 힘들게 멸치털이 작업을 할 때면 그물이 춤을 추고 있다.
▲ 멸치털이 어부들이 힘들게 멸치털이 작업을 할 때면 그물이 춤을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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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던 갈매기가 하늘로 춤추던 멸치 한 마리를 낚아챘다. 폰 카메라 셔터 속도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이뤄졌다. 어부 허락도 없이 낚아채는 갈매기는 염치도 없는 듯했다. 높이 나는 갈매기가 멀리 본다고 하지만, 오늘은 가까이 날며 멸치로 배를 채우는 갈매기다.

멸치털이 작업을 하면서 튕겨져 나온 멸치를 줍는 할머닌들.
▲ 멸치줍기 멸치털이 작업을 하면서 튕겨져 나온 멸치를 줍는 할머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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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멸치가 갈매기의 몫이라면, 땅바닥에 떨어진 멸치는 할머니들의 몫이다. 오랜 시간 멸치를 줍느라 몸을 굽힌 탓에, 허리가 쑤실 법도 하건만 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주운 멸치는 살을 발라 멸치무침을 하면 제격이다. 멸치조림을 만들어 상추에 싸 먹으면 기가 막힌다. 한 마리 두 마리 주운 멸치가 제법 큰 통에 가득하다.

갈매기는 노래하고 멸치는 하늘을 날며 어부는 춤을 춘다

거제 외포항에서 멸치털이 작업을 하면서 잠시 쉬고 있다. 이 시간만큼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표정이다.
▲ 휴식 거제 외포항에서 멸치털이 작업을 하면서 잠시 쉬고 있다. 이 시간만큼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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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닐곱 명의 어부가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담배를 한 대 물고, 쭉 빠는 얼굴이 세상의 행복을 다 가진 듯한 표정이다. 이 시간만큼은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그대로 나타난다. 행복한 얼굴 사진을 한 장 찍으려니 손사래를 친다. 그래도 '얼굴은 나오지 않게 하겠다'며 겨우 한 장을 찍었다. 실제 표정과 사진 속에서 행복해 하는 표정의 온도 차가 확실하다.

멸치 손질을 거친 멸치는 멸치회무침, 멸치찌게 등 각종 멸치요리로 거듭난다.
▲ 멸치 손질 멸치 손질을 거친 멸치는 멸치회무침, 멸치찌게 등 각종 멸치요리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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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 두 분이 멸치 다듬기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땅바닥에 널브러진 멸치를 하나씩 잡아 살을 발라낸다. 지겨울만도 하건만, 멸치 손질은 끝날 줄 모른다. 한참 동안 구경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갯가에서 나고 자라면서, 멸치회 맛을 알기에 1만 원 어치 멸치를 사고야 말았다.

만선을 한 멸치 배.
▲ 멸치털이 만선을 한 멸치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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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를 사려니 가게가 보이지 않는다. 소주를 구하지 못한 채, 하는 수 없이 멸치털이 하는 어부에게로 갔다. 당초 멸치털이 작업 사진을 찍으려 할 때, 큰 병으로 소주 두 병을 사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소주를 사려니 가까운데 가게가 없어 그냥 왔습니다. 약소하지만, 돈을 드리겠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얼마의 돈을 드리니, 한사코 받지 않으려 한다. 몇 차례 실랑이 끝에 던져 놓다시피하며 겨우 건네고야 말았다.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하지 않겠는가.

지금 거제도 외포항 주변 식당에서는 멸치회를 비롯한 멸치요리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 멸치회 지금 거제도 외포항 주변 식당에서는 멸치회를 비롯한 멸치요리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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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점심시간이라 식당에 들렀다. 봄철 멸치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인지라,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든다. 멸치 회무침 한 접시를 시켰다. 많은 양이라 네 명이 먹고도 남았다. 멸치회 맛이 새콤하게 기가 막힌다. 멸치털이로 하늘을 날아서일까, 살이 통통 오른 멸치가 쫄깃하기 그지없다. 지금 거제도 외포항은 멸치가 풍년이다. 멸치털이도 구경하고 멸치 요리도 먹을 겸, 거제도 외포항으로 떠나보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남 거제지역 신문인 <거제타임즈>와 블로그 <안개 속에 산은 있었네>, <경남이야기>에도 싣습니다.



태그:#멸치, #멸치회무침, #멸치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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