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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씨의 죽음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의 죽음 앞에서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 그의 삶을 평가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이로 보면 조성민씨의 죽음은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던져준 셈입니다.

삶은 연습이 없는 단막극인 듯합니다. 이런 삶에서 중요한 건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야 충격이 적고, 앞으로 남은 삶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 테니까. 어제는 불쑥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내가 아내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 누구에게 아내를 부탁할까?'

생각이 여기에 머물자,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죽음에 순서가 없으니까. 다만, 여자가 남자보다 오래 사는 통계적 수치, 내지는 늙어서 남자가 여자보다 추하게 보이는 것으로 인해 남편이 여자보다 먼저 가는 게 좋은 것 같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저희 부부도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여보 자넨 나보다 앞서 가지 말게."
"당신은 나보다 더 오래 살아야 해."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아내가 간절하게 그리웠습니다. 아내가 그리워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아내를 돌봐주길 부탁할 사람의 기준은 무엇일까?

어제 주고 받은 부부의 문자.
 어제 주고 받은 부부의 문자.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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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만나 내가 복이 많네. 감사하네."

아내의 답장이 바로 왔습니다.

"성불사에서 성불하고 도인이 되셨구랴."

일요일에 절에 갔다 온 뒤끝이라 기분 묘했습니다. 같이 살아 온 아내에게 도인으로 칭송(?) 받는 것 보다, '우리 남편이 이제야 철이 나네'란 의미가 더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인정해야지…. 늦게라도 철이 들면 좋으니까.

어쨌든,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기자, 생각은 다른 곳으로 옮겨갔습니다.

'아내를 돌봐주길 부탁할 사람의 기준은 무엇일까?'

연초에 아내가 지인이 보냈다면서 문자로 보내왔던 <목민심서>의 구절을 판단의 기준으로 떠올렸습니다. 구절 한 번 읊지요.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없으되, 그대를 꽃으로 볼 일이로다.

털려고 들면, 먼지 없는 이 없고, 덮으려고 들면 못 덮을 허물없으되,
누구의 눈에 들기는 힘들어도 그 눈 밖에 나기는 한 순간이더라.

귀가 얇은 자는 그 입 또한 가랑잎처럼 가볍고,
귀가 두꺼운 자는 그 입 또한 바위처럼 무거운 법.

생각이 깊은 자여!
그대는 남의 말을 내 말처럼 하리라.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하고,
넓음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깊음은 사람을 감동하게 하니,
마음이 아름다운 자여!
그대 그 향기에 세상이 아름다워라!"

<더불어 함께>라는 말의 의미는?

기준을 삶의 '향기'로 삼자, 언뜻 한 사람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부드럽되 때론 까칠하고, 진지하되 때론 가볍고, 원칙이 있으되 때론 넘나듦이 있고, 효를 강조하되 가끔 일탈도 있고, 아이들에게 엄하되 자상하고, 사랑의 소중함을 아는 그런 분이었습니다.

믿음과 신뢰가 가는 이런 지인이라면 내가 먼저 아내 곁을 떠나더라도 맡길 만 해 걱정이 줄더군요. 하여, 어제 지인을 만나 말을 건넸습니다.

"제가 세상을 먼저 떠난다면 형님에게 아내를 부탁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될까요?"

그랬더니, 그 분 말씀이 재밌었습니다.

"내가 나이가 더 많으니, 내가 자네보다 먼저 갈 것 같은데…."

부정도 긍정도 않으면서 자신의 부덕(不德)을 내세우는 미덕 앞에 흐뭇했습니다. 어제 밤, 아내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인과 만나 나눈 이야길 전했습니다. 아내는 웃음 지었습니다. 아내의 웃음은 그런 분이라면 당신 없을 때 무엇이든 함께 의논할 수 있겠다는 수긍이었습니다.

행복합니다. 아내 곁을 먼저 떠날 때를 대비해 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것, 그런 부탁을 할 사람이 있다는 점 등이 행복지수를 늘려주었습니다. 앞으로 아내와 살면서 행복의 크기를 키우는 것, 아내를 부탁할 그런 사람을 늘려 가는 것 등이 지금 내 삶 앞에 놓인 또 다른 숙제인 것 같습니다.

<더불어 함께>라는 말의 의미가 크게 느껴지는 건 뭣 때문일까?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태그:#부부, #문자, #죽음, #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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