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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태안사로 가는 숲길. 마음 속까지 편안하게 해주는 길이다.
 곡성 태안사로 가는 숲길. 마음 속까지 편안하게 해주는 길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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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참 빠르다. 계절도 이제 겨울이다. 형형색색으로 물들었던 가을이 어느새 낙엽 되어 뒹굴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겨지고 있다. 늦가을의 끄트머리를 힘겹게 붙잡고 있는 곡성 태안사로 간다. 곡성은 전라남도에 속한다.

태안사는 곡성 동리산 자락에 있는 절집이다. 고려 초까지 송광사와 선암사, 화엄사, 쌍계사를 거느릴 정도로 큰 절이었다. 지금은 거꾸로 화엄사의 말사로 있다. 섬진강기차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는 죽곡면 원달리에 있다.

곡성 태안사 가는 길. 흙과 자갈로 이뤄져 있다. 길섶으로 낙엽도 수북하다.
 곡성 태안사 가는 길. 흙과 자갈로 이뤄져 있다. 길섶으로 낙엽도 수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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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태안사 가는 길. 낙엽 수북한 길을 따라 가면 피안의 세계로 연결된다.
 곡성 태안사 가는 길. 낙엽 수북한 길을 따라 가면 피안의 세계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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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사는 숲길이 멋스럽다. 운치도 있다. 입구에서 절집까지 계곡과 숲길이 나란히 이어진다. 길이 2㎞가 넘는다. 길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산길이 아니다. 계곡을 따라 흙과 자갈이 적절히 섞인 오솔길이다. 대여섯 명이 손잡고 함께 걸어도 될 만큼 폭이 넓다.

숲은 소나무와 단풍나무, 고로쇠나무, 떡갈나무 어우러져 빽빽하다. 숲길에 발길을 들여놓는 순간 마음이 차분해진다. 편안한 휴식처를 찾아 피안의 세계로 가는 것 같다. 얽히고설킨 세상사의 고달픔도 풀어지는 것 같다. 관광객도 많지 않아 더 오붓하다. 분위기도 고즈넉하다.

숲길에 조태일 시문학기념관도 있다. '국토서시'로 널리 알려진 시인은 태안사 일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99년, 50대 중반에 세상을 등졌다. 문학관에서 시인의 육필 원고와 유품을 만날 수 있다. 그의 문학세계도 엿볼 수 있다.

조태일시문학관. 태안사로 가는 숲길에서 만난다.
 조태일시문학관. 태안사로 가는 숲길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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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사는 신라 말 중국 유학파 스님이 전파한 참선 중심의 수행도량이다. 전국 9곳의 선방 사찰 가운데 하나다. 구산선문(九山禪門)으로 불린다. 이런 연유로 1200년 동안 선방 수좌의 수행터가 됐다.

여기엔 귀한 문화재가 많다. 태안사로 가는 길에서 처음 만나는 문화재가 능파각이다. 절 입구에서 계곡에 걸쳐 있는 목조 누각이다. 신라 문성왕 때 만들어졌다. 한국전쟁 때도 소실되지 않고 여순사건 때도 살아남았다. 전라남도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태안사 능파각. 계곡을 건너 절집으로 가는 다리형 누각이다.
 태안사 능파각. 계곡을 건너 절집으로 가는 다리형 누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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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사 삼층석탑. 절집 연못 가운데에 있는 탑이 눈길을 끈다.
 태안사 삼층석탑. 절집 연못 가운데에 있는 탑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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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내에 삼층석탑도 있다. 태안사 마당에 있는 연못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고려 초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부처님의 사리를 모셔두고 있어 '사리탑'이라고도 한다. 허름한 나무다리로 연결돼 있던 것을 지난 봄 돌다리로 바꿨다. 누렇게 변색된 잔디와 석탑, 돌다리, 연못 그리고 절집이 어우러진 풍경이 여전히 매력적이다.

절집에 있는 일주문도 웅장하다. 빛바랜 단청도 눈길을 끈다. 삼층석탑과 함께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일주문 옆으로 고승들의 숨결이 깃든 부도군도 있다. 여기에 있는 광자대사탑과 부도비가 각각 보물로 지정돼 있다. 광자대사는 고려 태조 때 당우를 지어 태안사를 큰 절로 만든 스님이다. 광자대사의 스승인 혜철스님의 부도도 보물이다.

서양음악의 심벌즈와 비슷하게 생긴 태안사 '바라'도 보물이다. 효령대군이 세종과 왕비 그리고 왕세자를 위해 제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부도 태안사동종도 보물로 지정돼 있다. 가히 '보물창고'라 부를 만하다.

태안사 부도밭. 태안사의 '보물창고'다.
 태안사 부도밭. 태안사의 '보물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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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사는 또 고려 충신 신숭겸 장군과도 연결된다. 절 뒤로 10여분 오르면 고려태사 장절공 신숭겸 장군의 목 무덤이 있다. 장절(壯節)이란 자신을 대신해 장렬히 전사했다고 해서 태조 왕건이 내려준 시호다. 신숭겸 장군의 출생지가 태안사에서 가까운 곡성 목사동면이다.

태안사에서 가까운 곳에 가볼 만한 곳도 부지기수다.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증기기관열차나 레일바이크를 타고 섬진강 물길을 따라 흘러가보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섬진강변 호곡나루에서 옛날 강변마을 주민들의 교통수단이었던 줄배를 타볼 수도 있다. 해진 뒤 섬진강천문대에 가서 밤하늘의 별자리를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다.

태안사 대웅전. 산세와 잘 어우러져 있다.
 태안사 대웅전. 산세와 잘 어우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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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강과 18번국도. 강변을 따라 놓인 국도가 정겹다.
 보성강과 18번국도. 강변을 따라 놓인 국도가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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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태안사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국도 석곡나들목에서 18번국도 타고 보성강변을 따라 압록·구례 방면으로 가다보면 목사동면 지나 오른쪽으로 태안교가 보인다. 이 태안교를 건너 840번지방도를 타고 순천월등 방면으로 김종권남도사진전시관을 지나면 태안사 입구에 닿는다. 석곡나들목에서 20∼30분 거리다.



태그:#태안사, #숲길, #동리산, #능파각, #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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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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