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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의지에 의해 선한 행위나 좋은 습관을 쌓도록 하는 것을 ‘계’라고 합니다.
 자발적 의지에 의해 선한 행위나 좋은 습관을 쌓도록 하는 것을 ‘계’라고 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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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이 법'과 '도가니 법'이라는 말들이 회자되더니 얼마 전부터 '김재철 법'이라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습니다. 속가와 세속에 도덕과 법이 있듯이 불가와 승속에는 계와 율이라는 게 있습니다.

나영이 법, 도가니 법, 김재철 법으로 회자되고 있는 법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만들어지거나 목적 없이 제정되는 법이 아닙니다. 법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고, 법을 통해서 이루려고 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사회적 척도이거나 규범의 수단입니다.    

세속의 법이 계기와 필요에 따라 제정되듯이 승가의 계나 율 또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만들어야 할 이유가 있었거나 제정해야 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에 계와 율로 정해졌을 겁니다.

도덕의 척도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그 기준이 달라지기도 하고, 생멸하기도 합니다. 법 역시 시대와 상황에 따라 만들어지기도 하고 폐지되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없던 법이 실정법으로 현존하고, 과거에는 있었던 법이 폐지된 법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말입니다.

사회의 정의 실현 또는 질서 유지를 위하여 제정되는 법이나 도덕은 가짓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출가 수행자나 재가불자들에게 주어지는 계와 율 또한 5계, 250계, 348계 등으로 그 수가 적지 않습니다.

대승경전 18권에 나오는 계율 간추려 엮은 대승불교 디딤돌 

조계종 교수아사리(계율과 불교윤리 분야) 원영 스님 지음,  (주)조계종출판사 출판의 <대승계의 세계>는 대승경전 18권에 나와 있는 계율을 간추려서 윤리실천의 디딤돌로 놓은 대승불교의 초석입니다.

<대승계의 세계> 표지
 <대승계의 세계> 표지
ⓒ 조계종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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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있어 도덕에 대한 정의는 애매하고 법은 어렵습니다. 읽어도 무슨 뜻인지를 모른 만큼 용어 자체가 난해하고 생소합니다. <대승계의 세계>에서 설명하고 있는 계와 율도 마찬가질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불교를 공부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읽기만 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상적인 용어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자발적 의지에 의해 선한 행위나 좋은 습관을 쌓도록 하는 것을 '계'라고 한다. -중략- '율'은 본래 '제거하다·훈련하다·교육하다'라고 하는 의미를 지니는 동사로부터 파생된 명사다. 그 안에는 '제거, 규칙, 행위규범'의 의미가 담겨 있다. 심신을 잘 다스려 번뇌와 악행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고, 나쁜 습관을 버려서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나간다는 의도가 내재해있다. -<대승계의 세계> 22쪽-

승가에 율이 제정되게 된 최초의 사건을 살펴보겠다. 율 제정의 시작은 음욕(淫慾)에서 비롯된다. 더 자세하게는 흉년이 들어 어쩔 수 없이 찾아간 속가(俗家) 집에서 대 이을 자식 하나만 얻게 해달라는 어머니의 간곡한 당부로 출가 전 아내와 성행위를 하고 돌아와 자책하는 제자 때문에 제정된 규정이다. -<대승계의 세계> 24쪽-

'나영이 사건'을 알고, '도가니'라는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나영이 법'이나 '도가니 법'이 갖는 사회적 배경이나 법으로 제정되어야 하는 이유를 충분하게 알 수 있을 겁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대승계의 세계>를 읽다보면 계와 율에 대한 정의는 물론 그 계와 율이 왜 제정되고 지켜져야 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제정 배경을 모르고, 왜 지켜야 하는지를 모르는 계와 율은 성가신 간섭, 절실하지 않은 강요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하나의 그것, 계율의 제정 배경과 왜 지켜야 하는지를 알고 이해하게 된다면 계율을 지키는 것이야 말로 부처님을 닮아가기 위한 체세포분열이자 정도(正道)라는 것을 가슴 절절하게 느끼게 될 것입니다. 

'화엄경', '보살내계경', '대보적경', '대반열반경', '해밀심경', '유가론', '유마경', '십대승론', '보살선계경', '보살지지경', '입능가경', '능엄경', '범망경', '보살영락본업경', '불설우바새고계상경', '우바새경', '불설계소재경' 등에 수록되어 있는 계율에는 내용이 중복되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대승경전에 수록된 계율들을 가지런하게 간추려 한 권의 책으로 읽을 수 있도록 정리해 놓았으니 <대승계의 세계>는 모든 계율을 한 눈에 익히며 실감할 수 있는 계율의 합집합이자 공통집합이 될 것입니다.

계, 깨달음으로 가는 사다리

흔히 계를 설명할 때 '깨달음으로 가는 사다리'라고 말한다. 계를 잘 받아 지니고 실천한다면, 분명 그는 깨달음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다. 반대로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서는 사다리 역할을 하는 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러한 계는 탐욕을 벗어나야만 받을 수 있다고 하니, 결국 깨달음의 시작은 자신의 욕망을 제어하는 노력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겠다. -<대승계의 세계> 260쪽-

육바라밀,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 역시 어떤 집합의 요소, 하나의 계율에 불과 할 수도 있지만 이것들 중 중복되는 요소, 공통집합을 이루는 원소를 알게 된다면 그 계율이 갖는 의미는 공통집합을 이룰 만큼 근본적이고 필수적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계율을 지킴으로서 다다를 수 있는 게 불교를 하는 궁극적인 목적, 깨달음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되면 계율에 대한 마음은 저절로 간절해지고, 지계에 대한 각오는 금강에 견줄 수 있을 만큼 견고해 지리라 기대됩니다. 

관료가 되어 중생을 해롭게 하지 말라. 불자들아! 이양을 위해 나쁜 마음으로 나라의 사신이 되거나, 전쟁을 모의하여 군대를 동원해서 싸움을 일으켜 한량없는 중생들을 죽게 하지 말아야 한다. 하물며 나라를 해롭게 하는 일을 해서야 되겠는가. 만약 고의로 이러한 일을 하는 이는 경구죄를 범하는 것이 된다. -<대승계의 세계> 482쪽-

장사하면서 세금을 잘 내라. 우바새가 계를 받고도 장사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고 몰래 지나가면 이 우바새는 뜻을 잃는 죄가 되니, 참회하지 않으면 타락하게 된다. -<대승계의 세계> 570쪽-

부처님 법대로 살자.
 부처님 법대로 살자.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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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율이라고 해서 세속의 삶과 동 떨어 진 게 아닙니다. 불자라면 군림하지 않는 불편부당한 검사, 민중의 지팡이 같은 경찰로 봉직하는 것이 계율을 지키는 지계입니다. 이웃을 사랑하고, 가난한 이웃과 뭔가를 나누고, 봉사하고, 주어진 직분에 최선을 다 하는 게 지계입니다.

도둑질을 하지 않고, 남을 험담하지 않고, 간음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삶이라면 양심적이고 도덕적인 삶, 준법과 계율을 지키는 청정한 삶입니다. 승속이 불이이듯 도덕과 계, 법과 율 또한 표현은 다를지라도 지향하는 색깔은 동색이 아닐까 생각 됩니다.

정화수 한 그릇을 떠 올려놓는 마음으로 읽게 되는 <대승계의 세계>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짠맛을 내듯 계율 또한 지켜지고 실천할 때 '깨달음으로 가는 사다리'가 될 것입니다. 어머니의 간곡한 청을 거절하지 못해 행한 음욕일지라도 부처님의 결정은 단호했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음행(淫行)이,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의 수행 균형을 깰 뿐만 아니라, 승가 전체의 청정성을 깨는 일로 인식했기에 그토록 단호하게 결정하셨다고 합니다.

대처승(帶妻僧)과 은처승(隱妻僧)이라는 비아냥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문풍지소리처럼 끊이지 않고, 피의자를 조사하던 검사가 탐한 성적 쾌락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으니 도덕과 계, 법과 율이 타락한 것인지, 음행에 대한 해석이 달라 진 것인지가 헷갈리는 순간입니다.

부처님 법대로라면 바라이(波羅夷, 비구나 비구니가 승단을 떠나야 하는 무거운 죄)죄로 다스려 졌을 게 분명합니다. 권모와 술수가 판치는 세상, 부정과 비리가 횡행하고 있는 세상에 정화수 한 그릇을 떠 올려놓는 마음으로 조계종 교수아사리(계율과 불교윤리 분야) 원영 스님 지음,  (주)조계종출판사 출판의 <대승계의 세계>를 일독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대승계의 세계>┃편저 원영┃펴낸곳 (주)조계종출판사┃2012.11.26┃값 2만 8000원



대승계의 세계

원영 엮음, 조계종출판사(2012)


태그:#대승계의 세계, #원영 스님, #조계종출판사, #계율, #바라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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