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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칭찬

혼자 블로그 '모티프원'을 건사해야 하는 저에게 가족들의 협조는 절대적입니다. 제가 여행이나 강의를 위해 모티프원을 떠나야한다면 저의 역할을 대신할 누군가와 먼저 약속이 돼야 합니다.

두 딸과 아들이 각자의 일정에 마춰 조정을 하지만, 시간의 융통이 좀 더 자유로운 아들 영대가 파견되는 경우가 더 잦습니다.

지난 25일도 아들이 불려올 수밖에 없는 처지였습니다.

"이천이백번 탔어요."

서울을 출발하면서 제게 확인 문자메시지를 주곤 합니다. 그러면 제가 안심하고 도착시간에 맞춰 저의 일정을 계획할 수 있습니다.

문자
 문자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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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한강 풍경을 가슴에 담으면서 오느라."

저는 확인했다는 답을 보냈습니다. 통상은 이것으로 용건은 완료된 셈입니다. 그런데 아들로 부터 문자 한 통이 더 왔습니다.

"좋네요. 알았다란 말보다 웃음 짓게 만드는 문자 한 통이!"

저의 메시지내용에 대한 아들의 칭찬이었습니다.

"아들에게 칭찬받으니 나도 기분이 좋구나."

저도 속마음을 담아 문자 한통을 더 보냈습니다.

용돈을 받기위한 아들의 꼼수

사실 아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문자는 '용돈을 송금해달라'는 것입니다.

"아빠 용돈 좀 붙여주세요. 다 떨어졌네요."

그 요구에 대해서는 제가 즉시 반응하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보내긴 해야 합니다.

문자 메시지
 문자 메시지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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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보냈다."

용돈을 보내고 확인 메시지를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아부지!"

용돈 보내달라는 요구에 대해 저의 반응이 늦다는 것을 아는 아들은 이제는 절박한 상황을 만들어 문자를 보냅니다.

"점심을 먹으러 왔는데 돈이 없네요."
"버스를 타로 왔는데 버스카드에 돈이 남아있지 않네요. 지금 버스정류소입니다."

생존을 위한 요령은 이렇게 진보합니다.

더디게 걷는 아들

아들의 문자
 아들의 문자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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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 때 보내온 문자는 아직도 제 기억에 선명합니다.

"하늘 좀 보고 여유 좀 가집시다. 가족!"

여전히 어떤 상황 속에서도 웃기만 하는 아들이 언제 부모의 영역을 떠나 완전히 독립된 개체로 존재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좀 더 모질고 악착스럽지 못한 아들이 어떻게 세상을 해쳐나갈까 걱정스럽다가도 때로는 이해에 너무 밝고 약은 아들이기보다 또래의 녀석들보다 좀 더디게 가는 모습이 오히려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상반된 저의 생각은 항상 '나의 염려보다 아들의 느린 걸음이 더 옳다'라는 것으로 결론 내는 것으로 위안을 삼곤 합니다.

아래는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아들에게 썼던 7년 전의 편지입니다. 지금은 제가 이 편지를 읽으면서 제 스스로를 위안하곤 합니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영대에게
남과 여, 인종과 종교, 나이와 직업, 재산과 지식의 많고 적음, 이해의 정도에 따라 사람을 마음속으로라도 구분하거나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

사람보다 지렁이가 미물일 수는 없다.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허구를 믿지 말라. 단지 이 지구상에 그 존재방식과 역할이 다른 종이 있을 뿐이다.  

아빠는 영대가 동물을 사람만큼이나 사랑하는 마음의 소유자임을 잘 안다. 아빠는 묶인 동물조차도 꼭 한 번씩 안아보고, 쓰다듬고 지나가는 영대의 그 마음을 사랑한다.  

아빠는 '긍정의 힘'을 믿는다. 모든 것을 긍정해라. 그리고 영대가 좋아하는 스포츠의 그 정직한 땀방울을 믿으라.  

세상 모든 사람의 장점만을 보아라. 그리고 그 장점만을 칭찬하라. 아빠는 지금까지 사람에게 칭찬보다 더 큰 용기가 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사랑의 눈으로만 보면 세상은 사랑만이 가득한 곳이란다. 설혹, 실성했다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사람을 만나면 미소 짓고, 웃어라. 웃음은 사람만이 가진 빼어난 특기란다.  

눈치 없다고 타박 받을지언정, 속마음과 다르지 않게 행동하는 영대를 사랑한다.  

2005년 12월 14일 아침  

나의 친구, 영대에게 아빠가.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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