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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발산 열사묘역 참배합니다.'

10월 3일 수요일 오전 8시. 양산 솥발산 열사묘역 참배한다는 내용의 문서가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게시판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다 2년전 정리해고된 저는 2012년 2월 23일 대법원 최종판결을 받은 최병승 씨에게 용기와 희망을 얻었습니다. 강요된 사직서를 쓰고 권고사직 당했지만 정리해고 당한게 너무도 억울하고 부당하다 판단하여 다시 금속노조에 가입하여 조합원 자격을 획득하고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해고자와 함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대기업 현대차와 싸우고 있는 중에 있습니다.

다섯번째로 돌아본 노동열사 권미경의 묘. 권미경 열사는 12월6일 오후 4시8분경 회사 옥상 난간에서 30미터 아래로 몸을 던졌다. 그의 나이 스물셋 되던 해였다.
 다섯번째로 돌아본 노동열사 권미경의 묘. 권미경 열사는 12월6일 오후 4시8분경 회사 옥상 난간에서 30미터 아래로 몸을 던졌다. 그의 나이 스물셋 되던 해였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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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에도 두 분의 열사가 있습니다. 현대차의 억압과 착취 그리고 불법파견이 아니었다면 아직 살아 있었을 사람들. 7년전에 자신을 버린 류00 와 지난달 생명을 버린 김00. 그 두 비정규직 노동자도 이제 열사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가족에 의해 모셔가서 열사의 묘역이 많은 솥발산엔 묻히지 않았지만 가보고 싶었습니다. 솥발산......

아침에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갈사람 모이라는 곳으로 가보았습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열사회 회원들과 다른 분이 10여명 모였습니다. 승합차에 타고 양산 솥발산으로 이동 했습니다. 현대자동차에는 십수명의 노동조합 위원장이 있는데 김광식 전 위원장이 유일하게 참석했습니다.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도 여럿 보였습니다.

묘마다 묘비가 놓여 있었고 열사가 남긴 마지막 물품이 네모진 유리상자에 담겨 있었다.
 묘마다 묘비가 놓여 있었고 열사가 남긴 마지막 물품이 네모진 유리상자에 담겨 있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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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 좀 걸려서 솥발산에 도착했는데 산 전체가 거대한 무덤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수천,수만개는 되어 보이는 무덤이 엄청나게 많아보였습니다. 높은 산 위에 있는 무덤 위로 까마귀 때가 깍깍 거리며 날고 있었습니다. 열사회와 함께 가장 먼저 찾은 무덤은 배달호 열사 무덤이었습니다. 배달호 열사는 2003년 1월 9일 새벽 창원 소재 두산중공업 노동자광장에서 분신한 노동자 였습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열사정신 계승 하는것이 중요합니다."

열사회 간부가 배달호 열사 무덤 앞에서 그렇게 말하며 열사의 약력과 그날 사건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이야기를 마친후 유리관을 청소 했습니다. 작고 네모진 유리관이 열사의 무덤 옆에 하나씩 있었는데 열사가 살아생전 아끼던 물품을 넣어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순서로 그곳에 묻혀있는 노동자,농민,교사 열사에 대해 일일이 찾아 다니며 설명도 하고 약식으로 참배를 했습니다.

두번째로 찾아간 열사는 김경식. 그는 88년 3월 어느날 유골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모두 서른 일곱의 열사 묘가 있었는데 찾아 다닌 순서는 이렇습니다.

열사회는 일일이 무덤을 돌며 청소도 하고 참배를 진행했다.
 열사회는 일일이 무덤을 돌며 청소도 하고 참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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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노동열사 윤재동의 묘.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 4)노동열사 김주익의 묘.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위에서 생을 마감. 5)노동열사 권미경의 묘. 6)참교육 위해 살다간 신용길의 묘. 7)노동열사 박창수. 8)민중의 벗 하영일 열사의 묘. 9)현대차 노동열사 양봉수의 묘. 10)현대차 노동열사 서영호의 묘. 11)통일 애국열사 김재현의 묘. 12)민주노동운동의 선구자 이성도의 묘. 13)노동열사 김수배의 묘. 14)노동운동가 최경철님의 묘. 15)노동열사 최복남의 묘. 16)통일애국열사 박판수의 묘. 17)노동열사 최대림의 묘. 18)참교육 교사 김종삼의 묘. 19)시민운동가 이성기 열사의 묘. 20)애국열사 이경희의 묘. 21)노동운동가 최종만의 묘. 22)노동운동가 강희환의 묘. 23)민족민주열사 한일권의 묘. 24)노동열사 주민철의 묘. 25)노동열사 김동윤의 묘. 26)노동열사 이영일의 묘. 27)노동열사 림종호의 묘. 28)노동열사 박일수의 묘. 29)노동열사 곽재규의 묘. 30)노동해방열사 조수원의 묘. 31)노동열사 박종일의 묘. 32)참교육 교사 성기득의 묘. 33)농민열사 김주연의 묘. 34)찾지 못한 박장훈의 묘. 35)노동열사 남문수의 묘. 36)노동해방열사 신승훈. 37)노동열사 박현정의 묘.

한진중공업 김주익 노동열사 약력 판. 네모난 유리상자 안에 코팅을 하여 새로 넣어 두었다. 열사 묘마다 다 그렇게 했다.
 한진중공업 김주익 노동열사 약력 판. 네모난 유리상자 안에 코팅을 하여 새로 넣어 두었다. 열사 묘마다 다 그렇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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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서른일곱구의 묘를 찾아 다녔습니다. 어떤분은 노조에 의해 열사 칭호가 보류된 상태라 묘비명이 없는 것도 있었고, 어떤 분의 묘는 찾을수가 없었습니다. 공동묘지가 하도 넓고 많아서 찾는데 꽤나 시간이 걸리는지라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저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로 참석해서인지 그 많은 열사의 묘 중에 현대자동차 노동자에 대해 궁금했습니다. 현대차 노조 열사회에 알아보니 모두 일곱구의 묘가 있다고 합니다. 서른여섯구의 묘는 솥발산 공동묘역에 있었지만 마지막 한 구의 묘는 다른곳에 있었습니다.

우리는 솥발산 노동,민주민족,농민,교직 열사의 묘를 모두 찾고 참배하는데 시간을 많이 보냈습니다. 오전 9시 40분 경부터 참배를 시작해서 오후 12시 40분 경 끝이 났으니 모두 3시간이 걸린 겁니다. 솥발산 묘역 참배를 끝내고 마지막 한 분. 고 박현정 묘역을 찾아갔습니다. 다시 승합차에 오르고 잠시 달려 산으로 가더니 광천사라는 절에 들렀습니다. 그 절 건물 2층에 빈소가 있었습니다. 벽마다 금색으로된 불상이 있고 그 앞에 사진과 꽃이 달려있었습니다. 꽃속 사진은 웃고 있었습니다. 아래엔 '원직복직'이란 머리띠가 매어져 있었습니다. 고 박현정의 아내와 아들이 와서 함께 참배를 했습니다. 참석한 40여명 모두 돌아가며 참배를 했습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열사회에서 관리하는 노동열사 양봉수의 묘. 양봉수 열사는 지난 1995년 5월 12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안에서 온 몸에 신나를 붓고 불을 당겼다. 소위원 발대식에 참석하려던 양열사는 정문 경비들에게 무참히 폭행을 당했다한다. 이에 노동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분신 하였다 한다. 그 때 나이 서른 초반이었다 한다. 권미경 열사와 영혼 결혼식을 올렸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열사회에서 관리하는 노동열사 양봉수의 묘. 양봉수 열사는 지난 1995년 5월 12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안에서 온 몸에 신나를 붓고 불을 당겼다. 소위원 발대식에 참석하려던 양열사는 정문 경비들에게 무참히 폭행을 당했다한다. 이에 노동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분신 하였다 한다. 그 때 나이 서른 초반이었다 한다. 권미경 열사와 영혼 결혼식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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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열사 강희환,최종만의 묘 참배.
 노동열사 강희환,최종만의 묘 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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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른일곱번째 묘를 참배하는것으로 모든 일정이 끝났습니다. 정치권력자와 재벌기업의 착취와 억압에 저항하다 지금은 모두 무덤속에 있는 그들. 솥발산에 가면 그들을 만날수가 있었습니다. 임을위한 행진곡 마지막 노랫말 "산자여 따르라". 열사정신계승이란 말로 승화되어 열사는 산자인 우리를 향해 그렇게 노래 부르고 있는거 같았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중에 극소수에 지나지 않지만 전국에서 그 열사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함께 하려는 사람들이 살아 있기에 이 세상이 조금은 희망차 보입니다.

오늘도 가족단위로 일반 참배객이 많이 솥발산을 찾았습니다. 그 사이에 노동해방,농민해방,민족해방,참교육 등 좋은 세상을 염원하며 산화해가신 열사들의 묘를 참배하면서, 가족도 아니고 친척도 아니고 핏줄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찾아가 소주 한 잔 올리는 열사회 분들을 보면서, 좋은 세상은 느리고 더디지만 꼭 오고야 말것이라는 사실을 알게되는 의미깃든 시간을 보낸 하루였습니다. 

효성 전 위원장 박현정 열사의 묘. 현대차는 불법파견 주식회사다. 정규직 전환 복직은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의 희망이기도 하다.
 효성 전 위원장 박현정 열사의 묘. 현대차는 불법파견 주식회사다. 정규직 전환 복직은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의 희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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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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