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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전 11시 태안문예회관 소강당에서 동학농민혁명 태안군기념사업회장 이‧취임식 행사가 열렸다. 제3대 배광모 회장이 임기를 마쳐 이임하고, 제4대 최기중 회장이 취임하는 행사였다. 100명 이상이 모여 비교적 성황을 이루며 동학정신을 되새겼다.

태안여고 교사인 백기순 여성 부회장이 '연혁 소개'를 했는데, 여성이 부회장을 맡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동학농민혁명 태안군기념사업회에는 여성들도 대거 참여하여 여러 가지 일에 손을 보태고 있다.

동학농민혁명 태안군 기념사업회 제4대 회장으로 취임한 최기중씨가 전임 회장 배광모싸에게 공로패를 전달하고 있다.
▲ 공로패 전달 동학농민혁명 태안군 기념사업회 제4대 회장으로 취임한 최기중씨가 전임 회장 배광모싸에게 공로패를 전달하고 있다.
ⓒ 최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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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혁명 태안군기념사업회는 1964년 유족들이 결성한 '동학정신선양회'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듬해인 1965년 '동학농민혁명군유족회'가 결성되었고, 1967년 <북접일지(北接日誌)>와 <문장준역사(文章峻歷史)> 등의 사료를 발굴했다. 또 1973년에는 <조석헌역사(曺錫憲歷史)>를 발굴하여 동학농민혁명 당시의 전모를 알 수 있게 됐다.
   
1976년에는 근흥면 수룡리의 토성산에서 동학농민혁명군 참수에 사용되었던 작두를 발굴하였는데, 이 작두는 현재 독립기념관에서 보관 전시하고 있다. 1978년에는 백화산 '교장(絞杖)바위' 아래에 '갑오동학농민혁명군추모탑'을 건립하여 제막식 행사를 가졌고, 1998년 '동학농민혁명 태안군기념사업회'가 출범하게 됐다.

2004년 KBS <태안지역 동학혁명의 역사>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방영했고, 2008년에는 태안에서 제114주년 동학농민혁명 전국기념대회가 이틀 동안 거행되었다. 또 2011년에는 제21회 추모제를 봉행하면서 추모탑 옆에 '동학농민군 지도자 피체지(被逮地) 표석'을 건립했다.

동학농민혁명 태안군 기념사업회는 그동안 박춘석 초대회장(향토사학자, 전 태안여고 교장), 정동협 2대 회장(전 태안 부군수, 현 태안향교 전교), 배광모 3대 회장(전 근흥면장, 현 문화관광해설사)이 수고를 했고, 이제 최기중 제4대 회장(현 태안수의사협회장, 전 태안참여연대 공동대표)이 중책을 맡게 됐다.

'태안문학회' 회원으로 시와 수필을 쓰는 배광모 전 회장은 이임사에서 "신임 최기중 회장이 인내천의 숭고한 동학혁명 정신을 올곧게 실천하는데 더없는 적임자이기에 떠나는 사람으로서 깊은 감사와 든든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2008년 10월에 열린 제114주년 동학농민혁명 전국기념대회를 태안에 유치함으로써 우리 고장 태안이 내포지역 동학혁명의 발원지이자 성지로서 새롭게 조명 받을 수 있었던 것을 즐겁게 회고하기도 했다.

신임 최기중 회장은 오랫동안 태안참여연대 공동대표로 일해 오면서 지역사회에서 자질과 능력을 인정받고 지명도를 높여온 민주인사다. 그는 취임사에서 "동학농민혁명이 구현하고자 했던 시대적 과제, 그 역사성의 현재화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실천"을 역설했다.

"우리는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패권각축 속에서 동학의 자주정신을 되새길 수 있어야 합니다. 온갖 갈등과 불평등이 만연한 현실 앞에서 차별 철폐를 외쳤던 동학의 사회통합 정신을 되새길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의 1%의 부자중심 경제구조 속에서 부정부패 척결과 부조리 일소를 내세웠던 동학의 변혁정신을 미래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 안에 각인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동학농민혁명 태안군 기념사업회의 제3대 회장 배광모(오른쪽)씨와 제4대 회장 최기중씨가 함께 꽃다발을 받았다.
▲ 전임 회장과 신임 회장 동학농민혁명 태안군 기념사업회의 제3대 회장 배광모(오른쪽)씨와 제4대 회장 최기중씨가 함께 꽃다발을 받았다.
ⓒ 최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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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며 그는 "1894년 9월 스무아흐렛날, 우리 태안의 동학농민혁명군들은 어떤 심정으로 그 밤을 지새우고 있었을까요? 너나없이 인간의 존엄을 누리는 세상을 얼마나 간절히 염원하고 있었을까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온전히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몫입니다"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회원들에 대한 전임 회장의 감사패 전달과 전임 회장에 대한 신임 회장의 공로패 전달이 있은 후 진태구 태안군수와 김한국 태안문화원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서울에서 내려온 '동학농민혁명유족회'의 이기곤 사무총장은 "참여정부 시절 국회에서 특별법을 마련하여 동학농민혁명군의 명예가 회복되었지만, 아직 기념일도 제장하지 못했고, 추모공원이나 추모묘지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임을 고백하고, 그런 일을 하는데 있어서도 태안군 기념사업회가 선도적 역할을 해줄 것을 호소했다.

내포지역동학농민혁명유족회장 문영식씨는 축사 대신 태안유족회와 태안군기념사업회의 지난 일들 속에 어려 있는 여러 가지 고초들과 보람들을 잠시 회고하는 시간을 가졌다.

끝으로 태안군 기념사업회의 고문 자리에 앉아 있는 내가 단상에 올라 인사를 하고 시를 낭송했다. 나는 태안군 기념사업회 창립주역 중의 한 사람으로서 오랫동안 부회장 역할을 해왔음을 밝히고, 1998년 <태안문학> 창간호에 '우리 고장에서의 동학혁명의 모습'이라는 대특집을 꾸몄던 일을 회고했다.

나는 그 특집을 좀 더 알차고 정직하게 꾸미기 위해 그해 시월 어느 날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원북면 방갈리 태안화력본부 후문에서부터 태안읍 남문리 백화산 교장바위까지 60리 길을 걸은 적이 있었다. 100여 년 전 동학농민군들이 기포하여 걸어갔던 길을 따라 걸으며 많은 생각들을 했고, 그 생각들을 모아 '도보수상'이라는 타이틀 아래 <백여 년 전의 그 길 60리를 걸으며>라는 제목의 수상문을 지었다. 그리고 그 특집의 첫머리에 <동학농민혁명군 추모탑 앞에서>라는 헌시를 올렸다.

동학농민혁명 태안군 기념사업회 신.구 회장 이.취임식 후 임원들과 주요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 기념촬영 동학농민혁명 태안군 기념사업회 신.구 회장 이.취임식 후 임원들과 주요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 최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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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근 <불씨>라는 목적시집을 출간했다. 어떤 일이나 무슨 행사에 필요해서 지은 시들, 즉 축시·헌시·추모시·조시 등을 일러 목적시라고 하는데, 목적시들만을 모아 시집을 꾸몄으니 어쩌면 한국 최초의 목적시집일지도 모르겠다. 등단 30주년을 스스로 기념하여 목적시들만을 모아 두 번째 시집 <불씨>를 출간하면서 당연히 시집 안에 헌시 <동학농민혁명군추모탑 앞에서>도 소중하게 수록했다.

시집 <불씨> 얘기도 간단히 언급한 다음 축시 대신 그 비장한 시를 비장한 소리로 낭송했는데, 이쯤에서 그 시를 독자 여러분께 소개하며 이 글을 맺는다.

동학농민혁명군 추모탑 앞에서

  그대, 동학의 웅혼한 넋이여
  잠들었던 오천 년의 당찬 깨어남이여
  어두웠던 겨레의 어기찬 떨침이여

  허전하고 썰렁했던 오천 년의 역사
  백성은 있었으되 민중은 없었던
  질기고 오랜 암울의 세월
  천지개벽은 하늘의 뜻이로되
  무심한 하늘이 귀천(貴賤)의 팔자만을 나눠주던
  거대한 사슬의 강
  그 도도한 강물에 속절없이 떠 밀려온
  엄혹한 절망의 끄트머리에서
  마침내 떨쳐 일어난 그대여
  지난 오천 년의 역사를 환히 비추고
  새로운 세기를 힘차게 잡아 이끌던
  그대, 진정한 여명이여

  몸은 비록 갈가리 찢기고 땅에 묻혔어도
  하늘과 땅을 밝히는 여명으로 남아
  민족정기의 탑을 세우고
  민중의 가슴에
  희망과 자존감의 얼을 심었느니

  그대, 동학의 웅혼한 넋이여
  길이길이 우리 곁에 머물며
  끊임없이 민중의 가슴 불 지피는
  고결한 순백의 옷자락
  영원한 바람이 되소서!


태그:#동학농민혁명, #동학농민혁명 태안군기념사업회, #내포지역동학농민혁명군유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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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추상의 늪」이, <소설문학>지 신인상에 단편 「정려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지금까지 12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했고, 주요 작품집으로 장편 『신화 잠들다』,『인간의 늪』,『회색정글』, 『검은 미로의 하얀 날개』(전3권), 『죄와 사랑』, 『향수』가 있고, 2012년 목적시집 『불씨』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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