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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0일 오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자살'로 검색한 결과. 자살예방 캠페인 내용과 '자살하고 싶다'는 글을 한 화면에서 동시에 볼 수 있다.
 9월 10일 오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자살'로 검색한 결과. 자살예방 캠페인 내용과 '자살하고 싶다'는 글을 한 화면에서 동시에 볼 수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자살'이란 단어를 검색한다. 화면 상단에는 '생명사랑 캠페인' 콘텐츠가 뜨지만 바로 밑에 뜬 '지식iN(인)' 검색 결과의 첫 번째 게시물은 '진짜 자살하고 싶습니다'란 제목이다. 그 밑에도 연이어 '자살하고 싶다, 자살 생각이 난다'는 글이 달렸다.

ⓒ 봉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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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이 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지는 오래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스런 이름은 8년째 한국 몫이다. 2010년 만해도 매일 42.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31.2명에 달했다.

강은영 순천향대학교 보건행정경영학과 교수는 우선 자살 관련 정보를 접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강 교수는 "외국 문헌을 보면 인터넷 자살사이트의 접근성이 자살과 관련 있다고 나온다"며 "(온라인상에서 자살 관련 정보를 접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강 교수는 "예전부터 언론의 자살보도 기준이 있었지만, 여전히 자살 관련 뉴스들은 그 수법까지 자세히 다루는 등 선정적"이라고 평가했다. 2004년 한국기자협회와 자살예방협회는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마련했다. 하지만 자살예방협회가 2011년 1~7월 KBS·MBC·SBS·YTN 등 방송 4사와 주요 일간지 10개사의 자살보도 권고기준 준수 여부를 조사한 결과 신문의 준수율은 26%, 방송의 준수비율은 18%였다.

정부의 자살예방정책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정부는 지난해 들어서야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보건복지부는 5년마다 국가의 자살예방기본계획을 세워야 한다. 관계 중앙행정기관과 시·도지사는 연도별 시행계획을 만들어 실시한 후 평가해야 한다.

2011년 '자살예방법' 제정 "시작은 고무적... 효과는 두고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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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근거가 갖춰진 2011년부터 전문 인력 양성과 자살 위기 대응이 가능한 자살예방센터도 들어서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중앙자살예방센터 1곳과 광역단위 자살예방센터·정신보건센터 9곳이 설립됐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2003년 제정한 '세계 자살 예방의 날(매년 9월 10일)'을 민간단체에서 기념하던 것도 올해부터는 정부 차원에서 기념행사를 치르고 있다.

정부는 특히 자살시도자, 취약계층에 속하는 독거노인 등에게 심리상담과 상담치료를 지원하는 등 자살 고위험군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을 위한 24시간 긴급전화(국번 없이 129)와 정신건강 상담전화(1577-0199)도 운영 중이다. 자살유해정보의 유통을 막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와 경찰청 등이 참여한 '자살유해정보예방협의회'도 만들었다.

정진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자살예방정책의) 시작 자체는 고무적"이라면서도 "기초 자료나 정책 기반이 전혀 없는 상태여서 정부 정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군대 내 자살 문제는 국방부 문제가 아닌 것처럼 자살 문제는 복합적인 것이므로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다른 부처 간의 협조가 잘 이뤄져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관련 예산의 확보도 시급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의 2012년 자살 관련 사업 예산은 22억 원이다. 2006년 세계 최초로 자살예방법을 제정, 적극적으로 자살 예방에 힘쓰고 있는 일본(약 130억여 엔, 원화로는 2000억 원)과는 10배가량 차이난다.

정부의 자살예방정책이 '정신건강'에만 중점을 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강은정 교수는 "자살의 원인에는 우울증 등 개인 문제도 있지만, 정신질환 치료 중심으로 가는 것은 1차 전략일 뿐, 근본적인 처방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열악한 사회경제조건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계속 우울증 환자가 나올 테고, 거기서 또 다른 자살자가 생겨날 것"이라며 "우울증 등 정신질환 치료 중심으로 예방정책을 시행하면 사후처방만 하는 상황이 된다"고 우려했다.

강 교수는 또 지역사회의 사회복지사나 정신보건 간호사 등이 노인 등 자살 위험이 높은 사람을 찾아가 정신과 의사와 연결해주는 일본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 역시 지역사회·예방중심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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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자살, #자살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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